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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록과 퓨전 재즈 속 기타 선율

등록 2007-06-22 00:00 수정 2020-05-03 04:25

9·11 테러를 노래한 수잔 배가·록을 기타에 녹여낸 제프 골럼의 새 음반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내 이름은 루카 2층에 살죠…나를 본 적 있겠지요/ 밤늦게 싸움 소리 같은 거 들어도/ 무슨 소리냐고 묻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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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미국 포크송의 계보를 올곧게 지켜낸 통기타 가수 수잔 베가. 그가 메마른 목소리로 감정 죽이고 불렀던 히트곡 의 가사 첫머리는 집에서 두들겨 맞는 아이의 넋두리였다. 90년대 청취자들에게 아동폭력을 고발한 이 노래 하나(혹은 또 다른 히트곡 까지 포함해서)로 날카로운 기억을 남기고 잊혀졌던 그가 다시 새 노래를 들고 돌아왔다. 85년 데뷔 이래 살아온 사회적 공간 속에서 노래의 영감을 길어냈던 자세를 지키면서. 10대 딸을 키우는 뉴욕의 싱글맘 주부로 살면서.

9·11 테러로 숨진 동생을 생각하며

그가 6년 만에 낸 새 음반 제목은 이다. 해석하면 ‘아름다움과 죄악’이다. 음반은 내용과 형식 면에서 흥미롭다. 우선 내용상 화두는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린 9·11 테러. 테러 때 현장에서 숨진 동생 팀 베가에 대한 추념과 당시 뉴욕 사람들에 대한 상념을 트랙의 11곡 속에 올올이 새겨넣었다. 음반을 낸 음반사는 뜻밖에도 재즈 음반의 최고 명가인 블루노트다. 정통 재즈에서 점차 록과 발라드 쪽으로 접근해온 블루노트가 2002년 재즈와 발라드 등을 혼합한 보컬 노라 존스 음반으로 대박을 터뜨린 이래 포크록 장르까지 촉수를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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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의 동생은 낙서 예술가였는데, 페스티벌을 준비하다 무역센터 현장에서 숨졌다. 그 슬픈 기억을 바탕으로 만든 , 9·11 당시 몸을 던져 헌신했던 그라운드 제로의 경찰관 앙헬 루이스(수잔 베가 사촌의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등이 귀를 적신다. 클라리넷,색소폰 등의 장중한 전주로 시작해 경쾌한 리듬이 섞이는 은 아름다운 얼굴 속에 죄를 숨긴 여인처럼 이중적인 뉴욕에 대한 애증을 담는다. 거리 시인에서 시민운동가, 변호사로 변신한 베가의 새남편과의 사랑담을 인상적 후렴으로 갈무리한 를 거쳐 9·11 테러가 자신과 거리의 사람들에게 안긴 상처를 담담히 아우르는 (기념일)로 음반은 끝난다.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와 배우 에바 가드너의 연애담을 뒤튼 는 단순 우의적인 가사에 60년대 비틀스 무대를 보는 듯한 복고풍의 화음 등이 인상적으로 울린다. 는 비틀스 음반 의 연주 스타일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2년 전 내한공연에서 “기타와 기타를 칠 손가락이 있는 한 포크는 영원할 것”이라고 답했던 그는 60년대 밴드 스타일을 보여주는 이 음반에서 포크의 변주를 꾀하면서도 비판 정신, 사회성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뮤지션과의 호흡 돋보이는 골럼의 곡들

블루노트는 퓨전재즈의 실력파 기타리스트인 제프 골럼의 퓨전 재즈 음반도 같이 출시했다. 블루스, 리듬앤드블루스(R&B), 록이 푸근한 기타 연주에 녹아 들어간 컨템포러리 재즈곡 11개가 묶였다. 좀더 느슨해지고 부풀린 듯한 비틀스 히트곡 , 뮤지션과의 생생한 호흡이 돋보이는 등이 귀에 들어온다. 래리 칼턴, 리 리트나워 같은 재즈기타 거장들의 그늘에 묻혔던 그는 이 음반에서 촘촘히 조직된 라이브 사운드의 환상적 경지를 보여준다. 흔히들 21세기 퓨전재즈는 맛이 갔다고 말하지만, 블루스풍 주법으로 빚어내는 골럼의 곡들은 흥겹고 귀에 감기는 편안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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