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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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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한 문장, 토토는 즐거워

등록 2007-05-24 00:00 수정 2020-05-03 04:24

인생과 스포츠 연결시켜 장수하는 스포츠토토의 ‘라이프 레시피’ 광고 시리즈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스포츠토토’는 잘 몰라도, 스포츠토토 광고는 안다. 어쩌다 스포츠신문을 펼치면 1면의 상단에 노랗게 실린 활자에 눈길이 쏠린다. 5월17일치 스포츠신문 1면 상단에는 ‘오버할 땐 오버하자! 시도만으로 눈길 끄는 오버헤드킥!’이라는 깜찍한 광고가 실려 있다. 인생을 스포츠와 연결시켜 진행해온 스포츠토토의 ‘라이프 레시피’(Life Recipe) 광고 시리즈 76번째 편이다. 2006년 8월 ‘인생의 홈런을 기다리는가? 그렇다면 오늘부터 꾸준히 안타를 쳐나가라’ 편으로 시작된 시리즈는 한국 광고로는 드물게 장수하고 있다.

걸레가 도루에게 말했다. 잘 훔쳐

장수할 뿐 아니라 인기도 끌었다. 라이프 레시피 광고를 모아놓은 블로그가 있을 정도다. 최서혜 스포츠토토 마케팅부 팀원은 “동료들과 함께 보고 싶은데 어디서 광고 전체를 볼 수 있느냐는 전화도 받았다”고 전했다. 라이프 레시피 광고는 익숙한 스포츠 용어에서 인생의 교훈을 읽어낸다. ‘백넘버, 뒷모습만 봐도 당신이 누군지 알게 하라’ ‘살면서 힘든 건 사람 상대, 즉 맨투맨!’ ‘시선과 시샘을 함께 받는 자여, 그대 이름은 에이스’. 강한 인상을 남긴 카피다. 여름에는 야구, 겨울에는 농구, 이렇게 이어지는 스포츠 시즌의 흐름에 따라야 하는 스포츠토토의 특성상 종목별 광고가 계절별로 이어졌다. 농구와 배구가 한창이었던 겨울에는 ‘어시스트? 남도 좋고 나도 좋은 행복한 기술’ ‘10분이면 자투리? 농구 코트에서는 25번의 공격시간!’ ‘배구에서 토스는 묘기, 비즈니스에서 토스는 금기!’ 같은 광고가 나왔다. 축구의 계절에는 ‘헤딩슛은 막기 힘들다. 결론은 머리!’, 야구가 시작되면 ‘10번 중 무려 7번을 실패한 당신? 당신이 바로 성공한 3할 타자!’ 같은 광고가 실렸다.

사실 재미있는 광고는 드물지 않다. 하지만 재미 반, 감동 반을 만족시키는 광고는 드물다. 스포츠와 사회생활을 연계시킨 라이프 레시피 광고에는 촌철살인의 재미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노하우도 녹아 있었다. 예컨대 ‘조직을 안다는 것? 희생번트를 안다는 것!’ 같은 광고다. 나아가 생활의 발견도 있다. ‘당신 곁에 희생플라이 하나쯤 날려줄 그가 있는가?’ 감동뿐 아니라 재미도 주었다. ‘걸레가 도루에게 말했다. 잘 훔쳐.’ 달력을 따라가는 캘린더 광고도 남달랐다. ‘아빠와 엄마가 싸우면 놀랍게도 아이가 심판이다’ 5월, 가정의 달에 실렸던 광고다.

“사행성 복권으로만 인식돼 답답했다”

콘셉트의 승리였고, 현장의 노하우였다. 광고의 카피를 쓴 박민교 ‘Lee&DDB’ 국장은 “스포츠토토는 스포츠를 짜릿하게 즐기는 하나의 방법인데 사행성 복권으로만 인식돼 답답했다”며 “라이프 레시피 광고를 통해서 스포츠토토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화이트칼라 직장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광고의 소재도 직장생활의 희로애락에 주로 맞추었다. 박 국장은 “카피의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경기장 혹은 판매소에 나갔다”며 “카피를 쓸 때도 항상 주변의 조언을 구했다”고 덧붙였다.

크리에이티브의 역설도 있다. 오히려 복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 사행성 광고에 대한 벽을 넘어야 하는 현실이 창의성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침 튀기며 제품 설명에 열을 올리는 광고들 사이에서, 제품을 ‘대놓고’ 광고할 수 없는 사정이 오히려 창의성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최서혜 스포츠토토 마케팅부 팀원은 “공익성을 의식하다 보니까 공감의 광고가 나왔다”고 말했다. 스포츠토토는 라이프 레시피 100번째 광고가 나오면 소책자로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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