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형식을 엉성한 논리구조로 짜집기한 ‘경제야 놀자’의 특이한 재미…연예인 사생활 엿보는 재미에 ‘경제’가 사라진 건 ‘천만다행’은 아닐까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경제야 놀자’는 (일요일 오후 5시30분, 이하 )의 한 코너이다. 현물경제를 오락 프로그램 속에 집어넣은 일종의 ‘에듀테인먼트’(혹은 인포테인먼트) 오락 프로그램이다. ‘돌아온 몰래카메라’ ‘동안클럽’과 함께 세 코너를 포진시킨 은 현재 ‘제8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같은 시간대에서는 계속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노현정 효과’가 사라진 오락 프로그램 시장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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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야 놀자’는 논리적 구성이 엉망인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정신 사납지는 않다. 혹시 물 건너와서 한국형 오락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지만, 한국에서 평균적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해왔다면 편안하게 적응할 수 있다.
‘경제야 놀자’에는 여러 한국형 성공 오락 프로그램의 형식이 공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너는 굵은(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한, 밤중에 들으면 무서운) 목소리의 성우가 들이대는 “PB들이 권하는 (땡땡땡)”으로 포문을 연다. 모인 진행자들은 몇 가지를 단서로 하여 이에 대해 수군수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 ‘땡땡땡’은 코너의 마지막에 밝혀진다. 어디서 본 듯한 구성이다. 바로 다. 게스트들은 한 회에 한 명씩 연예인의 집을 방문한다. 그 집을 훑어보면서 방문한 연예인과 신변잡기 이야기를 나눈다. 연예인 집을 방문하는 아침 프로그램이나 과 비슷하다. 진행자들은 연예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집의 곳곳에 쓰지 않는 물건들을 한곳에 모은다. 그리고 이 물건들을 감정해나간다. 이후에 전문가가 나와서 감정을 한다. 바로
프로그램 속에서 진행자도 섞이지 못한다. 진행자는 아나운서(김성주), 개그맨 출신 MC(김용만), 탤런트 출신 게스트 전문 배우(조형기,
구성도 지그재그지만 논리 구조도 엉성하다. 이렇게 감정한 상품은 돈으로 바뀌어 통 속에 모인다. 프로그램의 주요한 중간 이벤트로 이 돈의 액수 공개가 자리잡는다. 매번 최고 감정가를 경신할 것이냐느니, 이번이 제일 낮은 금액이라느니 하고 말하지만 의미 없는 통계다.
이렇게 정신 사납고 목적 잃은 프로그램의 재미는 엉뚱한 데서 터져나온다. 조형기와 김용만의 ‘감정(鑑定이자 感情) 싸움’은 코너 속에서 조금씩 발전해가며 재미를 더한다. 처음에는 임기응변으로 상품에 대한 상식을 뽐내는 듯했는데, 이제는 대본이 준비되어 꼼꼼하게 따져나간다. 이렇게 어떤 굴비가 참굴비인가, 어떤 상황버섯이 진짜인가 등등의 ‘생활상식’ 코너가 살짝 끼어들어간다. 최근에는 “왜 내 대본을 읊느냐” “여기까지만 말하겠다”며 대본을 가지고 싸우는 애매모호한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의도된’ 싸움에 리얼리티가 살짝 가미되는 것이다.
연예인들은 왜 홈쇼핑에 중독된 사람이 많나
무엇보다 의외의 재미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다. 연예인들은 왜 그렇게 잘 속나, 왜 그렇게 홈쇼핑에 중독된 사람이 많나. (SBS 수요일 저녁 7시5분)에서나 볼 법한 씀씀이다. 는 이런 사람을 골라 찾아간다지만 연예인은 찾아가는 사람마다 왜 그런지. 김종서는 ‘신비주의’ 이미지 때문에 홈쇼핑 중독이었고, 홍록기는 어머니가 메모를 남겨 걱정할 정도로 옷을 사들인다. 얼굴이 많이 알려진 만큼 접근해서 사기 치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주변 상황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태진아는 공연 가서 공연비 대신 “이후에 펴보면 큰돈이 될 것이다”라고 받은 그림이 값어치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 박미선, 이봉원 부부는 사업 실패를 거듭한 결과 거실에는 ‘보기 싫은’ 난초만이 그득하고 그들이 한때 잘나갈 때 보지도 않고 산 온천 지역의 땅은 용도 설정된 토지라 개발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 적나라한 공개는 씁쓸하기도 하다. 이 집들에서는 일반인들이 흉내낼 수 없을 정도의 ‘낭비할 수 있는 자금’이 넘쳐난다. 공연비 1천만원 대신이라는 그림, 700만원에 사서 3천만원을 들여 개조한 앤티크카, 몇천만원짜리라며 선물받은 모피코트. 그리고 쓸모없는 상품을 찾으러 간 창고와 옷장은 여러 값비싼 제품으로 넘쳐나는 널찍널찍한 공간이다.
어쨌든 이런 잔재미로 인해 ‘경제야 놀자’의 맨 처음에 내세우는 ‘땡땡땡’이 부각되지 않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채권형 주식이니, 주식형 복권, 이머징마켓, 선진국 채권이니 투자를 안심하고 맡기기까지는 ‘믿음’이 모자란다. 그리고 복리의 마술이니 하는 설명들은 경제 문외한을 위한 것이지만 문외한이 보기에도 어처구니가 없다. 복리의 마술은 50만원씩 30년을 그냥 모으면 1억8천만원이지만 10%의 이자로 모으면 11억3천만원이라고 말하는데, 눈만 둥그레질 뿐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0%가 넘었으니 10%의 이자를 상식적인 이자라고 강조하는데 그런 이자 주는 은행이 어딨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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