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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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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가라사대]

등록 2006-10-14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도훈 기자

마이클 무어: 여기(뉴욕)서 사는 게 좋으세요?
캐나다인: 정말 좋아요. (그는 ‘나는 뉴욕을 마음으로 사랑한다’라는 티셔츠를 입고 있다.)
마이클 무어: 당신 티셔츠도요?
캐나다인: 제 티셔츠도 여기서 사는 게 좋대요.


볼링 포 콜럼바인 (2002)

휴가지에서 TV를 트는 게 아니었다. TV를 틀지 않았더라면 급박하게 달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모드 레블롱을 걱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같은 영어학원에서 공부했던 퀘베커 아가씨 모드는 몬트리올 중심가의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두어 달 전에 메일을 보낸 터였다. 혹여나 총기 사고가 벌어지는 바로 그 장소인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의 앵커들은 “도대체 왜 캐나다에서?”라는 질문을 특파원들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또한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캐나다에서 콜럼바인 대학살과 같은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힘주어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마이클 무어는 미국의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증거를 일부러 누락시킨 혐의가 짙다. 사실 몬트리올 사람들에게 총기 난사는 잊혀지지 않는 과거의 상처다. 1989년, 마크 레핀이라는 25살의 남자가 몬트리올의 에콜 기술학교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싫다”며 14명의 여대생을 총으로 사살하고 자살했다. 콜럼바인 대학살이 일어나기 10년 전이었다. 그리고 2006년 9월13일, 또다시 역사는 반복됐다. 미국만을 총기 지옥의 아수라장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우리 모두가 저지를 미래의 원죄를 감추려는 비겁한 시도다. 집 앞의 롯데마트가 산탄총 세일 문구를 써붙이는 그 언젠가의 미래에, 우리는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을 바라보며 절망할 것이다. 가설이 아니다. 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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