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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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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가라사대] <비포 선라이즈>(1995) 중에서

등록 2006-09-30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도훈 기자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을 망쳤어. 부자들은 애들에게 너무 많이 쳐주고, 가난한 자들은 애들에게 충분히 뭘 주지 못하고. 부잣집 애들은 너무 과한 보살핌을 받고, 가난한 애들은 보살핌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부모들은 애들을 그냥 내버려두거나, 혹은 지나치게 달라붙어서 완전히 잘못된 것들만 가르쳐.

(1995) 중에서

스웨덴의 우파가 승리했다. 그래서 복지국가 스웨덴에 대단한 지각변동이라도 벌어졌는가. 물론 아니다. 사실은 다음과 같다. 스웨덴의 우파는 선거 캠페인을 통해 자신들이 예전의 우파가 아니라고 선언해왔다. 중도 우파인 그들은 열린우리당보다도 좌파다.

게다가 스웨덴의 좌파와 우파는 복지 문제에서 기본적인 비전을 공유한다. 스웨덴의 복지정책은 이미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 정책이며, 자잘한 부분들이 수정되더라도 국가의 근간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스웨덴, 일자리 못 만드는 무능 정부에 민심 등 돌려’라는 사실 호도용 중제를 커다랗게 뽑은 한국의 우파신문과 우파정당에게 고한다. 먼저 스웨덴처럼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를 나에게도 맛보게 해달라. 질 높은 공공 서비스와 복지 혜택을 무료로 제공해달라. 장애인에게는 장애인연금을, 노인에게는 노인연금을, 직장이 없어도 다음 직장을 기다리며 충분히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실업연금을 달라. 그러다가 무료한 삶이 조금 지겨워지면, 그때는 스웨덴 국민처럼 (정상적이고 똑똑하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우파를 위해 표를 던질 것을 한번 고민해보겠다. 나도 부자 부모의 지나친 간섭으로 통통하게 살찌워진 뒤 투정 한번 부려보는 국민이 되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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