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겠다.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실천문학사 펴냄)
사르트르가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칭송했다는 체 게바라가 한 이 말은 ‘인기 아포리즘’이 되었다. 전 국회의원인 박철언도 말했고, 문학평론가 이명원도 말했다. 박철언은 5공화국 실세였던 자신을 김영삼 정부가 탄압한다고 주장하며 이 말을 꺼냈다. 이명원은 김윤식 교수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가 연고주의로 얽힌 교수들의 압력을 받고 대학원 자퇴서를 내며 이 말을 썼다. 두 사람은 공히 결연한 아포리즘으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으나, 그 결연함이 실천적으로 얼마나 묻어났는지는 비교해볼 일이다. 어쨌든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남에게서 모욕을 당하고 겁이 나서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 것도 양심의 가책을 부른다. 그럴 땐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으라고 체 게바라는 가르친다. 박철언 혹은 이명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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