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바나 미술관, 안창홍의 ‘얼굴’전에 새겨진 유혈의 상처
▣ 오현미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안창홍은 아주 칼칼한 작가다. 이름만으로도 쉽게 그 강렬하고 진저리쳐지는 작품들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시대의 폭력에 의해 살해된 자들을 위한 미술적 제의가 있다면 그것도 안창홍의 그림일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기념사진들로 작업을 해왔다. 안창홍은 빛바랜 사진 속에 단체로 모인 사람들의 눈 위에 시커먼 구멍을 칠하고 그들의 옷깃과 입술과 머리에 나비를 그려넣어 지금은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를 사진 속 사람들을 우리에게 어쩔 도리 없이 기억하게 한다.
4·19 혁명 기념일에 맞춰 개관한 이번 전시 또한 그러하다.
어쩌다 그에게 들어온 증명사진 필름의 사람들이 ‘에폭시’에 절여진 채로 전시장 벽에 걸려 있다. 안창홍의 ‘얼굴’전에 나타난 49인은 무명이면서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49인의 명상>에서 안창홍은 49개의 필름에 담긴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이들의 삶과 그 속내를 전해듣고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나비와 함께 그들의 열반을 위한 미술의 제를 올리듯, 시대의 고통과 우울을 화장(化粧)하듯 감은 눈과 붉은 입술을 선사했다. 반면 <사이보그>에서 49명의 사람은 살아 있음을 억지로 각인시키듯 파란 눈을 부릅뜨고 갈라져 터진 얼굴로 우리를 주시한다. 이들의 얼굴은 살기 위해 너무 소모돼 내부에서부터 파열된 듯 보인다.
이런 작품들로 채워져 있으니 안창홍의 전시장은 결코 편하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목구멍에 아직 걸려 있는 가시처럼 우리에게 있었던, 혹은 지금도 있을 역사의 전장에서 겪은 유혈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유혈의 상처는 망각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억과 진혼을 통해 서서히 치유되리라. 안창홍이 그림으로 그렇게 하는 것처럼. 6월7일까지, 서울 사바나미술관,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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