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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넷, 여자 넷에게 쩔쩔매라

등록 2006-05-12 00:00 수정 2020-05-03 04:24

<안녕 프란체스카>팀이 만드는 문화방송 시트콤 <소울메이트> 여성 주도형의 깜찍한 연애담과 남자 벗기기·퀴어코드 흥미롭지만…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문화방송 시트콤 <소울메이트>(월요일 밤 11시5분)는 <안녕 프란체스카>팀이 만드는 작품이다. 신정구 작가가 빠졌지만, 노도철 PD가 건재하고 조진국 작가 등이 다시 뭉쳤다. 이번에는 뱀파이어 가족 대신 청춘남녀가 주인공. 남자 넷, 여자 넷이 만들어가는 달콤쌉싸래한 연애담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수경, 유진, 미진, 여자 셋은 직장동료다. 신문사 교열부 기자들. 여기에 유진의 ‘하우스 메이트’ 민애가 가세한다. 동욱, 료헤이, 정환, 남자 셋은 ‘원래’ 친구들이다. 세 남자에 수경의 남자친구 필립이 가세한다.

남자 넷, 여자 넷은 사랑의 화살표로 서로 연결되지만, 연애의 화살표는 엇갈리기 마련이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소울메이트’를 찾아간다. 등장인물의 구성으로는 남자 셋, 여자 셋의 친구들 이야기였던 <프랜즈>스럽기도 하고, 여성들의 솔직담백한 연애담을 다룬 면에서는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 같기도 하다. 물론 <프랜즈>와 <섹스 앤 더 시티>를 연상시킨다 하더라도, <소울메이트>는 ‘한국’이라는 현실에 대입되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시트콤이 된다.

솔직대담한 인애, 무조건 들이대는 미진

<안녕 프란체스카>처럼 <소울메이트>에도 새로운 면이 있다. 우선 연애를 여성이 주도한다. 연애 과정에서 어떤 일이 생기고, 연애녀가 반응하면 연애남은 쩔쩔맨다. 바람둥이 동욱도, 쿨가이 료헤이도, 뻔뻔남 정환도, 순둥이 필립도 연애녀의 행동에 골머리를 앓는다.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물론 여성 주도의 연애는 브라운관에서 하나의 패턴이 됐다.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를 내세운 드라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섹스 앤 더 시티>의 가장 솔직대담한 캐릭터인 ‘사만다’를 제대로 옮겨온 작품은 없었다. <소울메이트>의 인애는 지금껏 가장 솔직대담한 ‘한국인 사만다’다. 인애와 필립의 관계에서 전통적인 남녀관계가 뒤집힌다. 인애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맛 좀 볼까” 하면서 다가오면 필립은 주춤한다. 물론 알고 보면, 필립이 든 커피맛을 보자는 것으로 ‘무마’되지만. 또 인애는 동시에 사귄 네 남자가 한꺼번에 몰려와 추궁하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우리를 가지고 놀았잖아”라고 몰아세우면 인애는 “놀아준 게 화나는 일이었어”라고 받아치고, “모아놓고 인사라도 할까 했는데 데리고 와줘서 고맙다”고 당당하게 대응한다. 급기야 남자들은 인애에게 설득당한다.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노처녀 미진의 남성관도 ‘가관’이다. 미진이 정환에게 끌리는 이유는 “말은 많고, 입은 싸고, 몸은 좋은”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진은 근육질의 “상스러운 매력”에 자석처럼 끌린다. 남자의 몸에 끌리는 여자가 어때서? <소울메이트>는 솔직하게 말한다.

<소울메이트>는 심심하면 남자들을 ‘벗긴다’.

정환과 동욱은 심심하면 웃통을 벗어젖혀 근육을 전시한다. 남성 육체를 검열 없이 전시하는 ‘필살기’는 <안녕 프란체스카>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나아가 “멋진 옷은 없어. 멋진 남자가 있을 뿐이지” 같은 대사를 통해 슬쩍슬쩍 남성의 육체를 찬미한다. 남자의 몸이 전시되는 것을 금기시해온 풍토를 생각하면, <소울메이트>의 노출증 혹은 관음증은 은근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울메이트>의 남자들 중에는 일본인 료헤이 캐릭터가 눈에 띈다. ‘일본식 한국어’로 “도또리 끼재키”를 되뇌는 료헤이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 하고, 세상의 법칙에서 벗어난 쿨함을 지녔다는 면에서 <안녕 프란체스카>의 켠을 닮았다. 물론 켠처럼 “닭대가리”는 아니지만 켠만큼 쿨한 료헤이는 ‘똑똑한 켠’이자 외국인 캐릭터의 재발견이다. <안녕 프란체스카>팀의 또 다른 필살기인 ‘퀴어 코드’도 빠지지 않는다. 예컨대 정환은 미진을 포기시키기 위해 사실은 료헤이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미진이 도망가는 ‘시추에이션’이 예상되지만, <소울메이트>는 한 번 더 ‘꺾는다’. 미진은 “야오이 만화 동호회 회장이었다”면서 “남자 둘이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 싶은 오랜 꿈을 이루게 해달라”며 끝내 정환과 료헤이에게 입맞춤을 시키고야 만다. 뿐만 아니라 장난스러운 행동과 지나치는 대사 속에도 퀴어 코드는 드물지 않게 숨어 있다.

캐릭터와 스토리 살리기가 과제

<소울메이트>의 개그는 재기발랄하지만, 드마라의 흡입력은 부족하다.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레 시청자들에게 스며들지 않는다. <소울메이트>의 줄거리는 동욱과 수경이 서로를 ‘소울메이트’로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 사이에서 이야기는 큰 줄기를 잃어버리고, 에피소드마다의 곁가지에 빠져버린다. 각 에피소드는 나름대로 잔재미를 주지만, 전체적인 드라마로 큰 감동을 끌어내는 힘은 부족하다. 각 에피소드 안에서도 ‘시추에이션’ 개그의 공력은 부족하고, ‘대사발’로만 웃기려고 애쓴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중심인 주연 캐릭터가 ‘무한 흥미’를 끌어내지 못한다. 수경의 캐릭터는 솔직지수가 떨어진 만큼 유머지수도 떨어진다. 그저 평범할 뿐 공감대 속의 웃음을 선사하는 데 실패한다. 유진의 캐릭터도 과장되면서도 자연스러워야 하지만, 사강이 연기하는 유진은 자연스러움이 2% 부족해 보인다. 남성 캐릭터도 현실성이 커질수록 유머지수가 떨어지는 현상은 마찬가지다. 이렇게 <소울메이트>는 웃음과 공감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때때로 엽기의 ‘느끼함’을 빼는 대신에 현실성의 양념을 더하지만, 현실성은 그저 평범함에 머물고 만다. <소울메이트>는 필립과 헤어진 수경과 유진과 사귀고 있는 동욱이 서로를 ‘소울메이트’로 알아보는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 제2라운드의 <소울메이트>는 말의 재미를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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