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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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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가라사대] 내가 아빠랑 닮은 건 코뿐인 것 같아

등록 2006-02-17 00:00 수정 2020-05-03 04:24

<와사비: 레옹 파트2> 중에서

▣ 김도훈 <씨네21> 기자

백남준의 곁을 마지막으로 지킨 사람은 부인인 전위예술가 구보타 시게코였다. 많은 한국인은 백남준의 부인이 일본인이었다는 사실을 조금 언짢아하는 듯하다(‘백씨를 향한 눈물겨운 구애작전’에 방점을 찍은 기사들은 또 얼마나 구차한가 말이다). 장례식에 참가한 또 한 명의 일본 여자는 존 레넌의 아내로도 유명한 예술가 오노 요코였다. 국내의 많은 비틀스 팬들은 그녀를 ‘마녀’라고 부른다. 하지만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 삶과 사랑을 쟁취했던 그녀들은, 나에게는 무한한 존경의 대상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유학간 똑똑하고 능력 있는 친구들에게 “유명인사로 골라서 물어버려. 한국 남자들은 너희에게 과분해”라고 속삭인다. 물론 대다수의 그녀들은 “살다 보면 한국 남자가 최고(라 카더라)”라며 귀국한 뒤 선보러 다니기에 여념이 없다. 이러니 한국이 가진 것은 앨리스 킴과 순이 프레빈, 두 명의 신데렐라뿐이 아니던가. 능력과 야심을 겸비한 잠재적 마녀 여러분은 제발이지 귀국을 삼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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