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30분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지난 연애는 가능하면 빨리 지워버리는 도시. 더 이상 이곳에는 <티파니에서 아침을>도 <어페어 투 리멤버>도 없다. <섹스 & 시티> 중에서
▣ 김도훈/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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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산다는 것은 역사의 고리가 지워진 망각의 땅에서 사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가끔은 서울시청 근처의 거리를 걸으며 남아 있는 고리를 탐사하곤 한다. 서울 생활을 시작한 지 2년. 그렇게 혼자서 발견해낸 건물들은 ‘무엄하게도’ 일제의 잔재가 남긴 근대 건축물들이었다. 미츠코시백화점이었던 신세계백화점, 동양척식회사였던 한국은행, 먼지를 뒤집어쓴 구 서울역사와 서울시청. 유리 외장재의 숲 속에서 돌처럼 단단하게 박힌 그들의 외양은, 어쨌거나 지난 세기를 살았던 인간들의 흔적을 조용히 되뇐다. 하지만 그만한 명성을 누리지 못하는 근대 건축물들은 어떻게 사라져가고 있을까. 문화재로 등록이 예고되었던 스카라극장은 건물주에 의해 곧 허물릴 예정이다. 낡은 건물을 무너뜨려 수지 맞는 오피스 건물을 세우려는 소유주의 권리를 짓밟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라파엘 비뇰리의 종로타워와 고고한 경복궁을 이어줄 잃어버린 고리를 어떻게든 붙들고 싶다. 7시30분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지난 역사는 가능하면 빨리 지워버리는 도시. 더 이상 이곳에는 경성과 한양이 없다. 서울만이 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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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