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이이모의 그 작가, 새 시대극 <황금사과>로 걸작 예감
전형적 인물 줄줄이 나와도 속꽉찬 에피소드가 웃고 울리네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하늘 본께 눈물이 나네. <황금사과>(한국방송2, 수·목 저녁 9시50분, 신창석 연출)의 금실이가 경민이랑 앉아서는 “하늘나라를 본 직이 있나” 카는데, 눈물이 흐를 것 가태가 고개를 돌리고 딴 짓을 했던 기라, 근데 우찌된동 목소리만 듣고동 눈물이 나네. 우리 금실이 불쌍해서 우짜노, 동네 언니, 오빠야들이랑도 헤어지서 멀리 가야 되는디, 사람들 하는 말이 그 외할매, 외할배가 억수로 무섭고 니 학교도 안 보내끼라 카던데. 그라고 나니 이제 하늘 본께 눈물이 나네.
누가 새엄마 쥑이고 저수지에 던지삔기라
그 옛날에 <옥이 이모>에서도 아그들 재미나게 노는 걸 개구지거로 쓰셨던 김운경 선상님이 <황금사과>도 썼다 안 하나. 누구는 ‘김운경 방학’도 있다 카더라. 그랑께 김운경 드라마 안 하는 철은 다 방학이라는 기지. 그런데 이번에는 방학이 좀 길었다. <죽도록 사랑해>(문화방송) 끝나고 벌씨 몇 년이고. 2년쯤 됐으니 선상님도 많이 쉬었고 그래서 자체 방학하는 사람들 다 TV 학습 지진아들이 다 되었다.
이번 수·목 드라마는 30부작이라대. 6부까지 한 줄거리 이야기 좀 해주까. 가마골에 천동(김일화) 아저씨 밑에 경숙(아역 이영아·성인역 박솔미), 경구(아역 김명재·성인역 김지훈), 경민(아역 박지빈·성인역 지현우) 삼형제가 오순도순 살았는데, 엄마가 없었던 기라, 새엄마(방은희)가 들어오다. 금실(아역 유연미·성인역 고은아)이라고 코딱지만 한 가시나가 새엄마 치마끄뎅이 붙잡고 같이 왔재. 근데 이 새엄마가 천동 아저씨 부치는 사과밭 주인이고 읍네 공장 사장님에다 서울에도 큰 빌딩 몇 개 있는 박병삼(이덕화)씨하고 바깥채에서 옷 벗고 누워 있었다 안 카나. 시상 부끄럽고로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 했는데 어찌 거기 소문이 났네. 박병삼씨는 한국중앙당이라고 얼마 전에 또 대통령 된 박정희 대통령당으로 출마했다. 새엄마는 지가 한 건 생각 안 하고 천동 아저씨가 의처증이라고 같이 못 살겠다고 자꾸 집을 나간다. 아저씨하고 대판 싸우고 아저씨도 이제는 같이 살 생각이 하나도 없다 캤는데, 우짜노 동네 총각들 저수지에서 낚시하는데 이 새엄마가 걸려나왔다. 누가 쥑이가 저수지에 던지삔기라. 천동 아저씨는 잽히가고 고춧가루 탄 물을 주전자로 퍼 믹히는 고문을 엄청시리 당했다. 옆집 아저씨는 고문에 못 이기가 천동 아저씨가 저수지로 지게 메고 가는 거 봤다고 거짓말했다 안 카나. 변호사 댈라 캐도 돈이 있나, 박병삼씨 아들 종규(정찬)가 도와준다 카는데 그걸 믿을 수가 있나, 답답시럽다. 박정희가 대통령이 된 1967년부터 17년간의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시대가 시대라 앞으로 벌어질 일도 답답하다. 불쌍할 일도 많고 가슴 시릴 일도 많겠다.
그란께 ‘이야기’가 있재. 치고박고 피 터지고 쥑이고 원수 되는 이야기 말이다. 김운경 선상님은, 전에는 그냥 자리 펴주고 나오는 사람들 주구장창 떠돌고 놀게 하더마 이번에는 이야기 각이 선 기 예전하고 좀 다른 것 같다. ‘알뽄새 화상’(전형적 인물)은 선상님 드라마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었는데, 여기는 좀 있다. 쌈 잘하고 기질이 씩씩한 큰딸, 모범생 큰아들, 반항적인 작은아들, 꼭 어디서 본 것 같다. 특별히 생각나는 거는, 거개도 경상도말 억수로 써댔던 <피아노>(오종록 연출·김규완 극본). 경민이랑 금실이랑 나중에 좋아한다 카던데, 그것도 <피아노>에 있었재. 새엄마도 집에서 겉돌고 바람나는 게 드라마에서 숱하게 본 기라.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그 속 찬 거 보면 역시 선상님이다 싶은 기, 그래서 이거 <서울의 달>에 이어 선상님의 걸작 아닌가도 싶은 기라. 코미디로 치자면 이리 치밀한 코미디가 어딨고, 시대극이라 치자면 한가락 하는 사람들 꼬챙이로 이리 후비대는 시대극이 어딨고, 멜로라 카면 이리 짠한 멜로가 어딨노(멜로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만서도 좀 있긴 있다).
배 찢어지게 웃기다, 겨울은 따뜻하겄다
아들 하는 거 보고 있으면 배 찢어지게 웃기다. 그 경민이의 ‘결투 수첩’은 봤나. 다른 날은 아그들하고 사이좋게 지내고 하루 날 잡아서 패기로 하고는, 팰 명단을 수첩에다 적재. 그날 3대 독자를 쥐어팼재. 그런데 3대 독자 아버지인 형사가 찾아와서는 경민이를 또 팼재. 경숙이는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고 부추기고 경민이는 찾아가서 4대 치고는 그란다 아가. “내는 4대 독자다.” 가서 일라주몬 나는 5대 독자, 6대 독자도 할 끼라고. 경민이가 “우리 누부 사리마다 볼 사람” 손 들라 해서는 애들 끌고 가서 노래자랑 구경시키는 거는 또 우떻고. 그런데 그기 웃고만 있을 일도 아닌 기라. 운동권이라고 입바른 말 하고 다니는 종규도 중학교만 졸업한 경숙이 앞에서는 무지렁이인 기라. 김 선상님이 지식인 운동권을 그간 많이 놀리묵었다 아가. 과거 17년간, 캄캄한 시대인가는 알지만서도 가막골 사람들이 무슨 일로 웃고 울릴까는 궁금하다. 앞으로 24부, 실겅에 꽂감 올려놓고는 남 몰래 아껴아껴 뽑아 묵던 겨울처럼 따뜻하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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