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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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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가라사대] “E… T… home.”

등록 2005-10-21 00:00 수정 2020-05-03 04:24

“E… T… home.”(이… 티… 집(에 가고 싶어))<e.t>
(1982) 중에서 </e.t>

▣ 김도훈 <씨네21> 기자

누가 이런 걸 조사하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게다가 이런 조사나 하고 있는 정부기관에 세금을 바친다는 게 좀 우울하긴 하지만, 전국 6대 도시 중 연간 도서판매량과 평균학력과 인구 대비 한해 거둬들이는 세금이 가장 낮고, 실업률은 가장 높은 곳이 부산이란다. 물론 이렇게 따져보자면야 어디든지 자유로울 수 없을 게다. 예를 들어 대구는 전국 음식 만족도 최하위라던가…. 대학에 들어간 1994년 봄. 부산은 우울했고 서울은 ‘내가 믿기로는’ 낭만적인 곳이었다. 길거리 카페와 인디밴드 공연장에 모인 잘 빠진 청춘들이 고운 억양으로 대화를 나누는 도시.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던 나는 서울의 삶을 찬양하며 친구들과 모여앉아 카페도 밴드도 예술영화 전용관도 없는 우리의 대학생활을 저주했다. 그러다 어째어째 서울로 기어올라왔고, 마포구의 매연과 압도적인 물가와 곱디곱고 싸가지도 없는 서울말에 익숙해진 지 2년이 되었다. 오랜만에 부산영화제 때문에 부산에 내려와 해운대를 걷다 대학 후배를 만났다. 안부를 물었더니 “가끔 해운대에 와서 모포 칭칭 감고 해변에 앉아 와인 마셔요”란다. 우울하게 사무실로 걸어와 인터넷을 켰더니 거대한 인공폭포 청계천에서 물장구 치는 서울인들의 사진이 뜬다. 그래, 서울은 아름다워. 심지어 시내 한가운데 강도 흘러. 저기서 와인 마시면 정말 좋겠다. 자기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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