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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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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가라사대] 이 메시지가 도착할 때쯤이면 나는 시리우스에 있을 거야

등록 2005-08-24 00:00 수정 2020-05-02 04:24

“이 메시지가 도착할 때쯤이면 나는 시리우스에 있을 거야. 서로의 메시지가 도착할 때까지 앞으로 8년7개월이 걸리겠지. 우리는 우주와 지구로 갈린 연인 같아.”
<별의 목소리>(ほしのこえ) 중에서

▣ 김도훈/ <씨네21> 기자

인류가 항성 사이를 여행할 수 있는 기술을 얻게 된 2039년. 중학생 미카코는 국제연합의 우주문명 조사단으로 선발돼 우주로 떠난다. 기다리는 것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노보루. 두 사람은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며 연락을 주고받지만 미카코가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전송의 시간 간격도 길어진다. 빛의 속도로 우주를 가르는 미카코의 하루는, 노보루의 몇년이 된다. 나는 휴대전화를 편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름들이 빼곡하다. 가끔은 마지막으로 본 지 몇달, 아주 가끔은 몇년이 된 친구에게서 문자가 온다. 잘 지냈니. 그들과 나 사이에 두텁게 자리한 시간의 장벽을 헤치고, 다시 문자를 재전송한다. 그래 잘 지냈어. 너는? 오래된 친구의 문자를 받는 순간 나는 미카코가 되고 노보루가 된다. 빛의 속도로 우주의 별들을 헤치고 날아가지 않더라도, 휴대전화를 펴는 순간 상대적으로 흘러온 그들과 나의 시간이 겹친다. 아마도 아인슈타인은 과학자가 아니라 철학자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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