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존 레논·피아졸라 원곡 엑기스에 악단 개성 듬뿍
▣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
‘경계 넘나들기’는 최근 음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현상이다. 클래식이 재즈를, 재즈가 대중음악을, 대중음악이 클래식을 넘보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는 대중성에서 코너에 몰린 어느 한쪽 장르의 생존전략일 수도 있고, 예술성의 한계를 지적받는 쪽이 다른 한쪽의 네임밸류에 합승하고 싶은 욕구일 수도 있다.
가히 ‘포스트모던’이라 불릴 만한 이런 시도는 기존의 창작물을 얼마만큼 잘 변용시켰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그것은 마치 요리 전 재료들이 가진 고유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소스의 추가와 가열을 통해 전혀 새로운 것인 양 선보여야 하는 퓨전 요리와 같다. 오는 7월5일 내한공연을 하는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는 그런 의미에서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 할 수 있다.
1984년 네덜란드의 젊은 뮤지션들이 결성한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는 89년 두 번째 음반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하며 대중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뒤 이들은 베토벤에서부터 바흐, 니노 로타, 존 레넌, 머라이어 캐리, 아바, 피아졸라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르의 고전들을 각색 또는 편곡했다. 넘버 하나하나가 차용한 원곡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악단의 개성을 드러낸다. 오리지널 소스를 고도로 농축해 엑기스만 뽑아낸 뒤 거기에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 특유의 정적이면서도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리듬, 템포 혹은 임프로비제이션의 형태로 융화시키는 것이 그들의 레시피다. 그로 인해 대중들은 명징한 오리지널 선율에는 친숙함을, 악단의 임의적 변용에는 세련된 신선함을 경험한다.
이런 수학공식 풀이와 같은 해석을 차치하고,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의 가장 주목할 장점은 편안함이다. ‘재즈’라는 다소 어렵게 다가오는 공식을 그처럼 쉽고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세련되게 풀이해주는 그들의 음악은 ‘위로’라는 미덕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7월5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43-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