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신, 괴물>(리처드 커니 지음, 이지영 옮김, 개마고원 펴냄)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증오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쉽다. 권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종파, 어떤 인종을 짐승으로 몰아간다. 대중은 죄의식이 거세되는 순간 ‘범주적 살인’으로 뛰어들어, 음식을 나눠먹던 이웃의 심장을 난도질한다. 복수가 시작된다. 당신의 눈앞에서 당신의 부모, 배우자, 자식이 살해된다면 당신은 어떤 논리와 이성으로 대응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우리가 숨쉬는 순간마다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학살의 메커니즘이다. 용서는 결코 망각이 아니다. 누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는가. 모든 것이 분명하진 않지만, 용서를 위해 과거는 회상돼야만 하고, 다시 숙고돼야만 하며, 다시 상상되고 극복돼야 한다. 그것이 너무나 희박한 가능성일지라도, 용서만이 우리를, 이 피에 젖은 세계를 구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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