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의 변증법> (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 공저, 문예출판사)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영리함은 곧 우둔함이다. 전체를 잘 조망하고 있으며 어떤 길을 잡아나가야 할지를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판단들, 보통 “이건 내가 잘 아는 주제인데”라는 서두로 시작해 통계와 경험을 들이대는 진단들은 모두 거짓이다. 히틀러가 권좌에 오르는 것이 분명해졌을 때 유대인들은 온갖 해박한 지식을 들먹이면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상정됐을 때 정치분석가들도 특유의 세밀한 분석을 통해 똑같은 짓을 했다. 외환위기 직전에 많은 경제관료들은 어떤 말을 했는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두 거장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는 기념비적 저서인 <계몽의 변증법>에서 끊임없이 ‘안다는 것’에 대해 투덜거린다.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혹시 안다는 것은 폭력이 아닐까? (참고로 <계몽의 변증법>은 본문보다 부록처럼 붙어 있는 ‘스케치와 구상들’이 훨씬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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