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을 이어가는 지적이고도 매혹적인 러브스토리
▣ 이성욱/ 기자 lewook@cine21.com
그로부터 9년이 흘렀다.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가 유럽 횡단열차 안에서 우연히 마주친 뒤 세상에서 가장 멋진, 혹은 멋져 보이는 ‘원나잇스탠드’를 보낸 밤으로부터. 빛나는 젊음과 에너지를 아름답게 절제하면서 마음과 몸을 깊이 나눴던 20대 초반의 그들은, 지금 나누는 사랑의 밀어와 확신이 미래를 약속해주지 않는다는 걸 안타까울 정도로 확신한 탓에 연락처조차 나눠갖지 않았다. 그들은 헤어지면서 6개월 뒤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재회는 9년이나 지나고서야 이뤄졌다. 에서 속편 으로 넘어오기까지의 그 긴 시간 동안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자신의 원나잇스탠드 경험을 책으로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제시는 출판 홍보차 파리에 들렀다가 서점에서 셀린느와 조우한다. 공항행을 앞둔 몇 시간 동안 그들은 또 한번 기한이 정해진 데이트를 시작한다. 9년의 시간이 더 혹독했던 건 제시였을까. 셀린느보다 더 말랐고, 초췌해 보인다. 반면 셀린느는 전투적인 수다꾼이 됐다. 환경운동가가 된 그는 지구의 정치적 현안에 대해, 권력의 스타일에 대해 재치 있는 브리핑을 늘어놓는다. 대단히 지적인 데이트다. 장난처럼 ‘퍽 큐’를 날리는 셀린느의 유머를 보면 더더욱 그는 대단하다. 9년 전의 감성과 지적 호기심을 그대로 키워온 멋진 여성이다. 이에 비해 제시의 매력이라고는 이런 셀린느를 알아보고 제때 적절히 반응해줄 수 있는 열린 남성이라는 것 정도로 보여질 지경이다. 궁금한 건 과연 그들이 지금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느냐다.
제시는 유부남이 됐다. 자식도 있다. 그런데 얄궂게도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고 호소한다. 셀린느가 맞장구친다. 하룻밤에 모든 정열을 쏟아부었는데 텅 빈 열정으로 어떻게 제대로 그 다음 사랑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그래도 종군사진기자로 일하는 애인이 있어 그의 안부가 늘 걱정스럽다. 은 완성된 사랑을 보여주지 않지만 비관하지도 않는다. 다만, 뜨거운 가능성을 이번에도 확인하지만 그게 과연 최선일까, 여전히 회의한다. 이 모든 것이 기막힌 조화를 이뤄서 보는 이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아마도 와 세트는 우리 시대 최고의 교양 있고 매혹적인 러브스토리일 것이다.
의 차우(량차오웨이)는 리첸(장만위)과의 사랑을 하릴없이 떠나보낸 뒤 달라졌다. 속편 에서 차우는 사랑을 토해내고 배설하되 사랑을 주진 않는다. 차우는 자신의 아픔을 고급 콜걸 바이링(장쯔이)에게 전염시키는 못된 짓도 한다. 차우는 도박장에서 리첸을 떠올리게 하는 수리첸(궁리)을 만난 뒤 독백한다. “그날 난 알았다. 우린 살아가면서 수많은 수리첸을 만날 수 있음을….” 차우는 제시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그게 감독 왕자웨이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차이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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