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한 휴먼 드라마로 마무리된 감독의 새 영화
▣ 김은형 기자/ 한겨레 문화생활부 dmsgud@hani.co.kr
M. 나이트 샤말란의 새 영화 는 감독의 전작들인 와 , 그리고 의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는 영화다. 앞의 두 작품 같은 ‘뒤집기’의 반전을 꾀하고 있으며 처럼 미니멀리즘적인 분위기와 무거운 침묵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키려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론부터 내리자면 을 떠올리게 하는 중반부까지의 흐름은 그럭저럭 흥미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반전을 준비하는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아이들을 위한 구전동화보다도 엉성해지고 반전의 뚜껑이 열리는 순간 실소를 참기 힘들다.
사실 반전을 이야기하지 않고 이 영화를 소개하기란 쉽지 않다. 반전은 이 영화의 기본 전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반전은 잘못되거나 부실한 전제에서 기인한다. 유감스럽게도 의 메시지가 있다면 바로 이 당연한 진실을 보여준다는 것뿐이다.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 코빙톤 우즈. 한 아이의 장례식장에 세워진 비석에서 1897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암시하는 이 마을은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금욕적이고 폐쇄적인 공동체 마을처럼 보인다.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고 마을의 대소사는 원로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일일이 결정하며 그에 따라 많지 않은 주민들은 모든 일을 함께 한다.
그러나 이 마을의 평화와 공동체적 결속을 만들어내는 건 다름 아닌 공포다. “누구도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그들”이 마을 밖 숲 속에 존재하며 사람들에게는 괴물들로부터 공격받지 않기 위한 수많은 금기들이 존재한다. 밤낮으로 삼엄한 경계를 서는 마을의 경계선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붉은색은 재앙을 불러온다는 묵계가 있다.
평화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공포란 지금의 미국 사회와 닮아 있기도 하다. 공동체의 호기심 많은 젊은이는 마을 밖의 삶을 궁금해하지만 마을 원로들은 “바깥 세상의 탐욕과 욕망이 너와 마을 전체를 파괴시키고 말 것”이라는 위협으로 마을의 안전을 도모한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청년 루시우스가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약혼자인 아이비 워커는 바깥 마을에 가서 약을 가져오겠다고 우기고 결국 원로들은 허락한다. 그들이 허락하는 이유는 아이비가 앞을 볼 수 없는 장님이기 때문이다.
아이비가 위험한 여행길에 오르면서 는 ‘위대한 사랑의 힘’을 강조하는 휴먼 드라마로 돌아선다. 숲 속에서 밝혀지는 괴물의 실체와 경계선 밖의 진실이 반전처럼 펼쳐지지만 어떤 점에서도 놀랍지 않다. 그리고 영화는 사랑의 힘으로 한 생명을 구한다는 ‘난데없고 뻘줌해 보이는’ 결론을 맺는다. 영화에서 사줄 만한 건 아이비 워커 역을 맡은 론 하워드 감독의 딸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의 연기가 유일하다. 반전에 대한 강박에 시달릴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올여름 한국 공포영화에서 충분히 봤건만 샤말란 감독은 우리에게 그 지루한 교훈을 반복해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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