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덜어낸 중화주의 영화 … 우아한 북춤 · 처절한 검 볼거리
▣ 김은형 기자/ 한겨레 문화생활부 dmsgud@hani.co.kr
장이모 감독의 신작 은 지난해 개봉하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던 의 연작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중국의 ‘장대한’ 위용을 과시하려는 듯한 육중한 스케일과 화려한 색감이 의 뒤를 이으며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개인’에서 ‘개인(사랑)을 위해 포기하는 대의’로 옮겨진 주제는 과 정확한 대칭을 이룬다.
그러나 은 만큼 압도적이지 않고 그 대신 허황되거나 나르시시즘적인 중화주의의 느끼한 냄새도 많이 빠져 있다. 스케일보다는 드라마에 신경을 쓴 탓인지 에서 구름을 밟고 서 있는 듯하던 인물들은 땅으로 내려왔고, 집단군무 같던 무술연기도 땀냄새가 나는 듯 현실적이다.
중국 역사의 황금시대로 새겨졌던 당나라 말기. 왕조의 무능과 관리들의 부패로 어수선한 나라는 반란군들로 인해 더욱 불안의 기운이 짙어진다. 젊은 경찰 관리인 리우(유덕화)와 진(금성무)은 반란조직 가운데 가장 세력이 큰 비도문의 새 우두머리를 잡아오라는 명을 받는다. 리우는 인근의 홍등가에 새로 나타난 눈먼 무희 메이(장쯔이)를 비도문의 끄나풀로 의심하고 체포한다.
처럼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한 의 가장 매혹적인 장면은 메이가 리우 앞에서 추는 북춤신이다. 리우가 던진 콩을 긴 옷소매로 받아 방 전체를 둘러싼 북들에 던지며 메이가 추는 춤과 흩날리는 붉은색 소매, 이를 느리게 잡는 화면의 전개방식은 우아의 극치를 달린다.
메이가 입을 열지 않자 리우는 진을 떠돌이 무사로 변장시켜 메이를 탈출하게 돕고 뒤를 밟으며 비도문의 은신처를 알아내도록 명령한다. 가면을 한 꺼풀씩 쓴 진과 메이에게 시간이 흐를수록 이 가면은 진짜 얼굴이 되고 만다. 상대방의 경계를 풀기 위해 ‘척’했던 호감이 진짜 사랑이 된 것이다.
두 사람이 비도문의 은신처로 가는 여정은 과 의 ‘대의’와 ‘사랑’이라는 두 영화의 다른 정서를 대비시킨다. 에서 사막처럼 황량하고 건조했던 배경은 이 영화에서는 물기를 머금은 나무와 풀, 꽃들로 가득 찬 숲으로 바뀐다. 메이를 두고 삼각관계가 돼버린 리우와 진이 눈밭에서 칼을 들고 싸우는 장면은 의 두 번째 명장면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와버린 죄책감과 상대방에 대한 배신감으로 뒤엉킨 두 사내의 싸움에는 인공미와 테크닉 대신 가쁜 숨결이 느껴질 것처럼 사실성이 담겨 있으며 두 사람의 감정이 이입돼 처절함이 느껴진다.
과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다가 결국 폭발하고야 마는 리우 역의 유덕화 연기는 에 이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듯하다. 세 배우의 연기 앙상블도 매력적. 그러나 대나무숲에서의 공중 전투신 같은 상투적인 장면들과 여전히 전통 중국문화의 포교자를 자처하는 듯한 과시적인 스케일과 태도는 ‘의 어설픈 흉내’ 같은 전작에서의 비판으로부터 장이모 감독을 완전히 해방시키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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