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의 화해를 거부한 베트남전 실종부대 수색작전
▣ 이성욱/ 기자 lewook@cine21.com
베트남전 막바지, 6개월 전 실종된 부대가 기분 나쁜 목소리로 구조 무선을 보내온다. 최태인 중위(감우성)가 이끄는 소대가 알 포인트로 불리는 지역으로 수색작전을 나간다. 베트콩도, 미군도 피해가는 그곳에서 병사들은 M16으로도 막지 못하는 공포와 대면하게 된다.
올여름 한국 호러의 결정판으로 일컬어지는 는 확실히 남다른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 병사들은 피눈물 흘리는 귀신의 정체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당연히 ‘이제, 뒤늦게 너를 이해해, 잘못했어’라고 빌지도 않는다. 그 정점에 선 인물이 ‘쿨한 사나이’ 최 중위다. 그는 알 포인트에 어떤 사연이 맺혀 있고, 자기를 비롯한 한국군들이 어떤 짓을 해왔는지 가늠해볼 만한 인물이다. 모든 정보는 그에게 집결되니까. 또 유일하게 귀신을 목격했으니까. 그런데 그는 피눈물 흘리는 소녀 귀신을 자기 몸으로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자진해서 총알받이가 된다. 화해의 제스처는 어디에도 없다.
돌이켜보면 이 남긴 진짜 공포의 잔상은 사다코가 TV에서 기어나오는 순간에 있지 않았다. 우리의 여주인공은 우물 속에서 무섭디무서운 사다코와 대면하고는 그를 기꺼이 안아주었다. 마침내 악령이 된 죽은 자의 한을 살아 있는 인간이 이해하고 쓰다듬어 주었으니 사건은 종료돼야 마땅했다. 그런데 멈출 것 같았던 사다코는 안도했던 관객의 뒤통수를 사납게 후려쳤다. 그의 노여움은 가라앉지 않았던 것이고, 사다코가 장치한 죽음의 연쇄를 누구도 멈출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떠올릴 때마다 작은 몸서리가 쳐졌다. 는 보다 훨씬 장르적이어서 그렇게까지 무섭지 않았으나 결국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여주인공이 연민과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며 성이 바짝 오른 귀신을 안아주었고, 그걸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저주는 멈출 줄 모른다. 아마도 이건 공포의 연장 혹은 마지막 한방을 위한 장르적 전술일 것이다. 어쨌든 한국 호러는 좀 다르다. 주인공 인간이 주인공 귀신의 원한을 뒤늦게나마 이해하고 진심으로 보듬어주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된다. 이 그랬고, 이 그랬다. 한국의 귀신도 일단 성을 냈으니 최소한의 보복은 가하지만 일본의 귀신처럼 피의 타깃이 무차별적이지는 않다.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악행을 좀더 근본적으로 저질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인간이 내미는 섣부른 화해의 손길로, 아니 진심어린 연민과 사죄의 감정으로도 결코 용서받거나 구원받지 못할 것이라는 죄의식에서 이런 호러를 끄집어낸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게 아니더라도 제멋대로 귀신을 끔찍한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어놓고 멋대로 화해의 해피엔딩으로 끝내는 것보다는 낫다 싶다. 는 이런 점에서 새로운 한국 호러다. 아마도 최 중위는, 공수창 감독은 벌써 화해하자고 하는 건 위선이라고, 그렇게 쉽게 용서받을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게 아닐까. 정직한 전쟁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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