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아시아 진출 꿈꾸는 한국 뮤지컬 … 색다른 문화마케팅으로 투자부터 홍보까지 한방에 </font>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문화마케팅센터 김우정 대표는 창작 뮤지컬로 아시아 시장에 ‘연착륙’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문화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전문가 포럼을 만들기도 했다. 가요와 드라마, 영화 등이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동안 한숨만 쉬고 있지는 않았다. 얼마든지 창작 뮤지컬도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국내 공연산업의 뿌리는 취약하다. 수입 뮤지컬의 국내 공연을 위한 전용극장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나는 상황에서도 창작 뮤지컬은 공연장을 잡는 것마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웠다. 그는 요즘 창작 뮤지컬의 아시아 진출 꿈을 뮤지컬 (The PlayX·이하 더플엑스)에 새기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지방문화기관 · 기업체에서 사전 제작비 끌어내
오는 7월9일 공연을 시작하는 (8월8일까지, 코엑스 그랜드 컨퍼런스룸)는 창작 뮤지컬 제작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고 있다. 는 제작 기간이 채 1년도 되지 않는다. 수입 뮤지컬의 경우 3년에서 10년까지 갈고닦은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나 짧은 기간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 제작에 절대적인 기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투자자를 모으는 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었다. 장기 공연이 불가능한 시장 구조에서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를 설득할 뾰족한 방안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투자자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무대에 오르기 어려웠다.
여기에서 는 문화마케팅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제작사인 (주)인터씨아이는 5년여 동안 (1999), (2000), (2001·2002) 등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며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었다. 그것은 창작 뮤지컬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데 필요한 5년여 동안 무조건 적자를 감수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었다. (주)인터씨아이 윤성인 대표는 돈이 없으면 상품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차단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문화마케팅 전략을 작품 제작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기업이나 지자체로부터 사전 제작비를 지원받고 사전판매 뮤지컬로 공연 제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려고 했다.”
는 준비된 문화마케팅으로 제작 비용을 끌어모았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의 기를 살렸다. 지난해 10월 지방 공연장을 물색하던 제작진은 대전에서 뜻밖의 투자자를 만났다. 중부권 문화예술의 요람 구실을 하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관장 조석준)이 1억원을 선뜻 제작 투자금으로 내놓기로 한 것이다. 지방문화 활성화에도 이바지하려는 의 문화마케팅 전략을 높이 평가한 때문이었다. 또한 태평양의 신규 브랜드 문화마케팅 프로모션으로 가 채택돼 사전 제작비 확보의 어려움을 덜었다. 문화마케팅을 처음으로 시도하는 팬택&큐리텔은 3년간 장기적인 파트너로 를 선택해 7월 공연에 6천만원을 지원했다. 중서민을 위한 문화상품의 활성화를 도모하며 공연 PPL(Production Placement·공연 소품으로 상품 광고) 효과를 누리려는 선택이었다.
창작 뮤지컬 제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는 아시아 시장 진입이라는 ‘글로벌 뮤지컬’을 지향한다. 이미 미국에 진출해 브로드웨이 전용관을 오픈한 는 회당 객석 점유율 80%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1억원의 제작비로 시작해 연간 150만달러 수익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는 셈이다. 제작진은 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따르려 하지는 않았다. 우리말 공연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문제는 한국적 정서로는 세계 시장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는 글로벌 무대를 아시아 시장으로 좁혔다. 아시아만 해도 시장은 넓고 할 일은 많았다. 아시아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코드를 곳곳에 배치하는 것은 당연했다.
아시아 소시민 속 뚫어줘… 내년 싱가포르 공연
그동안 진화를 거듭한 는 건방진 뮤지컬을 표방한다. 늘씬한 미녀도 화려한 동작도 없는 는 버스 정류장을 무대로 삼아 극을 진행한다. 더구나 개가 1인칭 관찰자로서 부조리한 인간 세상을 바라본다는 설정은 너무나 낯설게 느껴진다. 개가 극을 이끌면서 ‘X같이’ 살지 말라며 ‘X같은’ 세상을 풍자하는 것이다. 기존의 뮤지컬 작품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문화적 충격’에 빠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거기엔 지구촌 변방을 살아가는 아시아 소시민의 속을 뚫어주는 쓴소리가 있고 시대와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있다. 이런 색다른 무대가 아시아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내년 5월 열리는 싱가포르 아트 페스티벌에서 드러날 것이다.
는 홍보에서도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김우정 대표를 비롯한 마케팅팀은 문화마케팅 전문가포럼 ‘풍류일가’에서 만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사전 조사를 통해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5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면서도 를 홍보하는 현수막과 옥외 전광판 등 거리홍보를 하지 않는 것도 사전 조사에 따른 것이다. 대신 온라인 홍보와 입소문에 주로 의지하고 있다. 의 홈페이지(싸이월드의 미니홈피·www.cyworld.com/MusicalPlay)는 수입 뮤지컬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초라하다. 하지만 방문객 3천여명이 1촌 관계를 맺어 ‘입소문’을 낼 정도로 의 홍보일꾼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다.
문화마케팅 고수들은 ‘재야’에서 쌓은 ‘내공’을 에 유감없이 풀어놨다. ‘건방진 뮤지컬’을 표방한 공연 포스터는 기존의 그것과 확연히 구별된다. 작품의 주인공인 개와 소녀가 웃고 우는 이미지로 관심을 유도하거나 풍자 뮤지컬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를 텍스트로 보여주는 식이다. 동영상 스폿광고도 마찬가지다. 한국방송 의 ‘헤딩라인뉴스’를 패러디한 광고를 아무리 뚫어지게 보더라도 그것이 뮤지컬을 광고하는 것임을 쉽게 떠올리기는 힘들다. 이를 대대적으로 유포하면서 ‘특이함’에 끌리는 네티즌의 입소문을 기대하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파고들길 좋아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홍보 전략이다.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가 지금까지 보여준 ‘색다른’ 마케팅 전략은 의미 있는 실험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창작 뮤지컬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제작진은 지난 6월30일 이색적인 문화마케팅 간담회를 마련했다. 언론의 관심을 기대하며 마련한 행사였다. 하지만 이 행사에 관심을 가진 언론은 거의 없었다. 대신 ‘ 폐인’이 되려는 공연 마니아들이 간담회 자리를 채웠다. 마케팅에 나선 김우정 대표는 “작품으로 관객에게 인정받고 싶다. 창작 뮤지컬의 성공을 주도하며 한국 문화의 힘을 널리 알리고 싶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세계 진출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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