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의 시대는 가고 펀드 운용 실적에 따라 수령액이 변하는 ‘변액보험’의 시대 온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모든 상품에는 유행이 있다. 보험상품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이후 보험시장을 주름잡은 것은 종신보험이었다. ‘사망 원인에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은 특별한 경우에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기존 생명보험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순식간에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외국계 보험사가 먼저 팔기 시작한 종신보험은 국내 보험사들로 빠르게 퍼져갔다. 보험사로서는 고금리가 저금리로 바뀌는 시대에 고금리로 유치한 기존 보험을 저금리의 새 보험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 종신보험 판매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자, 이번에는 정기보험이 틈새를 노리고 등장했다. 정기보험은 종신보험과는 달리 고객이 원하는 기간 동안만 보험 보장을 받는 것이어서 매달 내는 보험료가 종신보험보다 절반가량 싸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그러나 정기보험의 유행도 이제 새 상품에 자리를 넘겨주는 듯하다. 최근 생명보험 시장에는 ‘변액보험’이 새로 뜨고 있다.
채권형, 혼합형 등 선택 가능
변액보험이란 ‘보험금 수령액이 변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로 보험사가 펀드를 만들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을 더 얹어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물론 더 얹어주는 것만은 아니다. 투자 실적이 나쁘면 기대했던 보험금이 줄어들 수 있다. 보험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으로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변액보험은 보험의 기본 원칙과는 거리가 있는 상품이다. 그런데도 변액보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1·2위 생보사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지난 2003 회계연도에 30만건 가까운 변액보험을 팔았다. 증가율이 전년 대비 87.4%나 됐다. 변액보험 전체로 보면 수입 보험료가 2002 회계연도의 2600억원에서 91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변액보험 시장의 확대는 지난해 주식시장의 상승에 힘입은 바가 크다. 주가 상승은 변액보험의 수익률을 높이 끌어올리면서 보험도 투자상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변액보험은 설계 자체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보험설계사라고 해서 누구나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생명보험협회에서 주관하는 ‘변액보험판매관리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만이 청약서를 작성할 수가 있다.
변액보험은 현재 변액종신보험, 변액연금보험, 변액유니버설보험의 3가지가 판매되고 있다. 모두 기본적 특징은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이되, 투자수익률에 따라 훗날 지급받는 보험금이 달라진다. 알리안츠생명이 최근 내놓은 무배당 변액보험은 변액보험의 진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알리안츠의 변액보험은 연금보험과 종신보험에 투자 기능을 각각 추가한 것이다. 우선 알리안츠프라임 변액종신보험은 채권형, 혼합형 등 2가지 펀드 가운데서 고객이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게 1가지 또는 2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또 선택한 펀드별 투입 보험료 비율을 연간 4차례까지 바꿀 수 있다. 보험회사는 고객의 보험료로 구성된 펀드를 운용해 실적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35살 남자가 가입금액 1억원에 가입해 월 16만8780원을 20년 동안 납입하고 투자수익률이 9.5%라면, 60살에 사망 또는 1급 장해를 당했을 때 1억8600만원의 보험금을 받는 구조다. 물론 시장금리가 낮아 채권투자수익률이 낮은데다 주식투자 또한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연간 9.5%의 수익률을 계속 기대하기는 어렵다.
알리안츠프라임 변액연금보험은 매월 납입하는 기본 보험료 외에 추가 보험료를 낼 수 있다. 추가 보험료 부분은 목돈이 필요하면 연 4차례까지 중도 인출이 가능하고 7년 이상 계약을 유지할 경우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더라도 기존 납입 보험료만으로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보험과 투신상품의 효과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보험에 35살 남자가 매달 30만원(기본 보험료)씩 10년간 납입하고 투자수익률이 9.5%라고 가정할 때, 가입자는 60살부터 매년 1104만원의 연금을 죽을 때까지 받는다고 회사쪽은 설명했다. 변액보험은 실적배당 상품이면서도 고객의 투자 위험을 정해진 선에서 끊어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즉, 아무리 투자 실적이 나빠도 연금이 지급되는 시점에서 고객이 이미 납입한 주계약 보험료는 전액 보장한다.
적립금 인출 자유로운 ‘유니버설’ 보험
변액보험도 다양한 특약에 가입할 수 있다. 교보생명의 무배당 교보변액종신보험은 펀드의 80%를 채권과 채권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채권형, 주식을 최대 50%까지 투자하는 혼합형 가운데서 연 12차례까지 가입 펀드를 바꿀 수 있다. 보험금은 펀드 운용 실적에 따라 매일 바뀐다. 물론 운용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가입한 주계약 보험금의 사망보험금은 보장된다. 여기에 수입보장, 자녀보장, 재해보장, 암 및 질병 보장 등 13가지 특약을 선택할 수 있는데, 특약 부분은 운용 실적에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급하게 돼 있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적립금과 수익률에 따라 사망보험금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변액’보험이고, 보험료의 납입과 적립금의 인출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유니버설’이란 이름이 붙었다. 물론 이 보험상품도 특약을 통해 질병이나 재해로 인한 수술·입원 급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변액유니버설은 현재 미국과 영국 시장에서 종신보험을 제치고 가장 점유율이 높은 보험상품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도입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5년까지만 해도 종신보험의 시장점유율은 46%, 변액유니버셜보험은 12%였다. 그러던 것이 2002년에 종신보험의 점유율은 26%로 떨어졌고 변액유니버셜보험은 23%로 늘었다. 2001년엔 변액유니버설이 31%로 늘었다고 한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아직 국내에 많지 않다. 변액보험의 경우 삼성, 교보, 대한, 신한, 흥국, SK, 메트라이프 등 7개사가 변액종신보험과 변액연금보험을 팔고 있다. 또 푸르덴셜이 변액종신보험을, 동양·금호생명이 변액연금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변액유니버설은 지난해 7월 메트라이프생명이 첫선을 보였고, 최근 PCA생명이 신상품을 내놓았을 뿐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변액유니버설보험은 상품 개발이 쉽지 않아, 아직까지는 외국계 생보사에서만 이 보험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의 ‘마이펀드 변액유니버설보험’은 판매 개시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7개월 동안 2만3641건에 98억원의 초회 보험료 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수익률의 회사는?
최근 새로 나온 PCA의 변액유니버설보험은 계약자가 보험료와 보험료의 납입기간을 경제 여건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자유로운 추가 납입과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 즉, 최고 해약 환급금의 60%까지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데, 인출 횟수에도 제한이 없다. 가입자는 안정형(주식 20%), 혼합형(주식50%), 성장형(주식 70%)과 안정성 위주로 단기 금융자산에만 투자하는 MMF형 등 4가지 펀드 가운데서 언제든지 펀드를 바꿀 수 있다. 변액유니버설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보생명과 푸르덴셜, 삼성, 라이나 등도 곧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보험이 가장 좋은지에 대해서는 결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원칙은 있다. 변액보험은 실적배당형 상품이기 때문에 변액보험에 가입하려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변액보험의 운용수익률은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www.klia.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단기간의 수익률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수익률로 보험사를 평가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아직 변액보험 운용의 역사가 짧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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