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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가 민주노동당을 바꾼다

등록 2004-05-28 00:00 수정 2020-05-03 04:23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5월21일 현재 민주노동당의 당원은 5만840명이다. 이 가운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투표권(당권)을 갖는 당원은 2만6222명이라고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다.
투표권이 없는 당원은 당력이 짧은 새내기들이 다수라고 한다. 전당대회 투표일(5월24일부터)부터 역산해 석달(2월24일) 이전 입당자 가운데 석달 이상 당비를 납부한 사람에 한해 투표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고참 당원 가운데 당비를 내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비율은 적다고 한다.

전체 당원 가운데 투표권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거의 절반씩으로 나뉜 점은 주목된다. 우리 정당사에서 유례 없는 ‘당세 폭발’ 현상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최근 신규 입당자의 질적 측면도 흥미롭다. 지난 4월에는 하루 평균 212명이 입당했는데 인터넷을 통한 자발적 가입자가 70%를 차지했다고 한다. 나머지 30%는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을 통한 조직적 권유에 따른 것이다. 김선봉 중앙당 당원관리부장은 “창당 초기에 조직적 가입자가 주종을 이뤘던 것과 비교해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자발적 가입자의 증가에 따라 전체 당원의 직업별 구성비율도 변화하고 있다. 4월 현재 기능·생산직 비율은 24%(대부분 민주노총 조합원)인 반면에 사무직 비율이 23%, 전문직 비율이 17%를 각각 차지했다. 사무·전문직도 노조원인 경우도 있지만, 좀더 많은 쪽은 민주노총이건 한국노총이건 조직과 무관한 ‘개미군단’ 스타일이라고 한다.

자발적 새내기 가입자는 ‘활동 이력’에서도 기존 당원들과 다소간의 차이점이 있다. 즉, 이번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구당원’들이 대체로 노동조합원이거나 운동단체 소속 또는 운동단체 경험자가 주축인 반면에, 또 다른 절반인 새내기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새내기 당원들은 1980년대 운동권의 NL, PD 논쟁과 무관하거나 최소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집단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이념논쟁은 잘 모르지만 ‘그냥 진보가 좋다’”거나 “기성 정당으론 안 되고 새로운 세력이 나와야”라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새로운 문화코드가 이들 사이에서 엿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의 새내기 당원 게시판은 ‘구’당원 게시판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전당대회 국면임에도 추상적인 총론논쟁성 글은 드물다.

최근의 당세 폭발은 몇해 안에 민주노동당의 진로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주역들이 당의 주인으로 자리잡아가면서 당을 ‘우리들의 눈높이에…’ 맞추자는 요구가 나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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