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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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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느긋한 영사기들의 축제!

등록 2004-04-23 00:00 수정 2020-05-03 04:23

33개국 250여편 즐기는 전주국제영화제… ‘일본 ATG회고전’ ‘쿠바영화특별전’ 눈길

김은형 기자/ 한겨레 문화부 dmsgud@hani.co.kr

대안과 독립의 기치를 내건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로 5회를 맞아 4월23일부터 5월2일까지 전주 시내 일대 극장에서 열린다. 33개국에서 온 장·단편 250여편이 관객맞이 채비를 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비하면 아직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편이다. 그만큼 표 구하기 전쟁을 벌여야 하는 부산이나 부천과 달리 느긋하게 영화제를 즐길 수 있기도 하다. 부산은 못 가도 전주는 꼭 챙기는 영화광들이 있을 정도다. 실험적인 영상작업에 주목하는 영화제라 상영작들이 다소 어렵다는 평도 받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모을 만한 섹션도 꽤 준비돼 있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가장 눈길을 모으는 부문은 일본 영화 특별전인 ‘ATG(Art Theater Guild) 회고전’과 ‘쿠바영화특별전’이다. 일본 독립영화의 뿌리로 평가받는 ATG는 예술영화 배급과 상영을 위해 1961년 만들어진 조합으로 저예산 제작시스템까지 갖춰 수많은 작가주의 감독을 길러낸 산실이다. 일본 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끈 오시마 나기사와 시노다 마사히로, 이시이 소고 등이 ATG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상영하는 11편에는 오시마 나기사의 , 데라야마 슈지의 , 이시이 소고의 등 필름으로 접하기 힘들던 작품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특히 오시마의 필모그래피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은 원작 만화를 컷으로 이어붙여 완성한 매우 독특한 작품. 권력다툼와 음모, 암살이 횡행하던 16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닌자들의 살인기술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영화다.

‘쿠바영화특별전’은 등을 통해 막연히 카리브해의 조락한 사회주의 국가의 이미지를 가진 쿠바 영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 영화팬이라고 해도 쿠바 영화 하면 1968년작인 토마스 알레아의 정도를 기억하겠지만 쿠바는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영화국가다. 1959년 혁명 이후 탄생한 쿠바영화 예술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한해 150편 이상의 ‘혁명영화’들을 제작해왔다. ‘혁명영화’라고 해서 그 옛날 소비에트의 딱딱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나 사회주의 교과서 같은 북한 영화를 떠올리지는 말 일이다. 혁명을 관통해 살아남은 쿠바의 음악처럼 영화 또한 분방하며 이데올로기보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깊다. 전체 상영작 10편 가운데 가장 최근의 영화인 (후안 카를로스 크레미타 말베르티 감독·2001)는 최근 쿠바 영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 우체국에서 일하며 권태를 느끼는 젊은 여성에게 일어나는 사건을 매우 사색적이면서도 유머감각 넘치게 보여준다. 과, 토마스 알레아와 함께 세계적인 쿠바 감독으로 꼽히는 움베르토 솔라스의 대표작 (1968)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필름 상영된다.

또한 가족 관객을 위해 마련한 ‘영화궁전’의 상영작들이 올해 대폭 강화됐으며 등 인기 개봉작을 야외에서 상영하는 ‘한국영화축제’도 가족 관객들이 즐기기 편한 프로그램이다(063-288-5433, 02-2268-4168, www.j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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