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중숙/ 순천대학교 교수 · 이론화학 jsg@sunchon.ac.kr
과학은 인류사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래 끊임없이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전진했다. 그리하여 예전에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할 불가능처럼 여겨지는 일들을 펼쳐왔다. 이와 같은 과학의 위업은 법칙을 토대로 이룩된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과학의 법칙들 가운데는 불가능을 암시하는 부정적 표현을 띤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열역학 제3법칙을 들 수 있다. 이 법칙은 여러 가지 형태로 표현되며 그 중 하나에 “절대 영도에는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 있다. 절대 영도는 영하 273.15℃를 가리키는데, 아무리 고성능의 냉동 기계를 써도 이 온도를 얻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나타낸다.

한편 수학에서의 가장 유명한 예는 중학과정에서 배우는 ‘영으로 나누기’이다. 구체적으로 1과 0이란 수를 이용해서 식으로 쓰면 “1÷0=x”란 문제가 된다. 그런데 양변에 0을 곱하여 “1=x×0”으로 쓰고 나서 살펴보면 이것을 충족할 x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어떤 수든지 0을 곱하면 모두 0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으로 나누기’란 계산은 흔히 ‘불능’이라고 말한다. 그러고서 문자로 표현된 식을 다룰 때 조심해야 할 제1순위의 유의점으로 다룬다.
이 밖에 표현 자체는 긍정문의 형태이지만 해석을 대개 부정적으로 하기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를 얻은 것도 많다. 그로서는 “모든 자발적 과정에서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이 첫손가락으로 꼽힌다. 이 법칙이 부정적 이미지를 얻게 된 이유는 엔트로피를 무질서로 해석하는 데에 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이 법칙을 떠올릴 때마다 흔히 “인간이 어떤 활동을 하든 결과적으로 우리 지구, 더 나아가 우주는 더욱 무질서해진다”는 식의 비관적인 예상을 한다. 실제로 미국의 저명한 과학저술가이자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도 대략 이런 취지에 입각해 있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엔트로피를 적게 증가시키는 사회 체계로 옮겨가야 한다는 묘한 논리를 전개한다.
그러나 이는 현상의 한쪽 면만 주목한 부분적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 동전의 양면처럼 가능과 불능은 항상 짝을 이루어 나타난다. 따라서 어떤 긍정적 표현의 법칙이라도 어두운 그늘이 있으며, 이와 정반대로 아무리 암울한 법칙이라도 뒤집어보면 밝은 면이 드러난다. 열역학 제2법칙도 이런 생각에 비춰보면 “엔트로피 증가는 변화의 원동력이다”라는 새로운 해석이 도출된다. 실로 지구상에서 인간이 이룬 눈부신 문명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태양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또한 열역학 제3법칙도 ‘냉동’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절대 영도에 무한히 다가갈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보장해준다.
가능과 불능의 양면성은 과학을 떠나 순수한 논리적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말을 생각해보자. 엄밀히 따져보면 이 말은 “불가능은 있다”는 말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서 가능과 불능은 어느 한쪽만으로는 완전할 수 없다는 원초적 한계를 지닌다. 이런 점에서 가능과 불능은 본질적으로 상대적인 개념이며 보는 시각에 따라 전환된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상황과의 적합성이라 하겠고, 올바른 해석은 오직 이 기준 위에서 선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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