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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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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국정 농단 사건’을 ‘대국민 기만 사건’이라고 하는 사람들…

변희재 ‘태블릿PC’ 명예훼손 징역 2년 선고 뒤 ‘특검법’ 등으로 뭉쳐
등록 2019-09-02 11:15 수정 2020-05-03 04:29
8월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천만인무죄석방본부’ 옆에 걸린 펼침막.

8월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천만인무죄석방본부’ 옆에 걸린 펼침막.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세요? 최순실 태블릿PC, 박근혜 대통령 미용 시술, 세월호 당일 정윤회 밀회, 전부 가짜예요.”

8월26일 월요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김아무개(66)씨가 말을 걸었다. 기자가 우리공화당이 운영하는 ‘박근혜 대통령 인권유린 규탄 및 무죄석방 촉구 천만인무죄석방본부’(이하 천만인무죄석방본부) 텐트 옆에 걸린 펼침막을 바라보던 중이었다. 펼침막에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언론이 제기한 의혹 30가지가 모두 거짓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기자가 오기 전까지 텐트에서 서명을 받고 있었다.

구독자가 12만 명

“저는 전혀 몰랐네요. 이게 다 가짜라고요?”

“언론이 종북좌파 세력에 장악당해서 보도를 안 해요. 민주노총 밑에 언론노조가 있거든요. 유튜브에서 을 검색해서 한번 보세요. 자세히 다 나와 있어요.”

은 우종창 전 기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구독자 수가 12만 명에 이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을 하나씩 정리해 ‘대통령을 묻어버린 거짓의 산’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다. 2017년 10월2일 유튜브에 1편을 올린 뒤 올해 6월27일까지 1년9개월간 226편을 방송했다. 현재는 책을 펴내기 위해 방송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국민 다수는 2016년 벌어진 정치 격변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또는 ‘국정 농단 사건’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프레임(틀)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우종창 기자의 경우 “대국민 기만 사건”이라고 표현한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사기 탄핵”이라고 말한다. 거짓과 선동, 음모로 박근혜 대통령이 억울하게 쫓겨났다는 시선이 담겨 있다. 이런 조작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서 2년5개월이 지난 현재도 살아 있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욱 구체화해 힘을 얻고 있다.

조작설 선봉에는 변희재 대표고문이 있다. 변 고문은 2016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줄기차게 태블릿PC에 의혹을 제기했다. JTBC 보도로 세상에 알려져 촛불집회의 방아쇠가 된 최순실 태블릿PC는 ‘국정 농단의 결정적 증거’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래서 변 고문과 도 태블릿PC의 입수 경위와 실소유주, 증거 훼손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2018년 8월28일 무려 469쪽에 걸쳐 의혹을 제기한 ‘태블릿PC 조작 진상규명 백서’를 보면 그 집착을 엿볼 수 있다.

변희재 고문은 2018년 12월10일 JTBC와 손석희 대표이사, 취재기자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태블릿PC 입수 경위와 내용물, 사용자 등에 관한 변 고문의 주장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다.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허위 보도를 반복해 사회 불신과 혼란이 확대됐다는 질책도 담겼다. 변 고문과 쪽은 항소했다.

재판의 지엽적 부분인 태블릿PC

법원 판결 뒤 조작설은 한풀 사그라들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분오열됐던 태극기 세력이 태블릿PC 조작설을 앞세워 하나로 뭉치는 모양새다. 지난 2월15일엔 ‘JTBC 태블릿PC 조작보도·검찰공모 관련 특검추진 및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했다. 김경혜(전 대한애국당 수석대변인·태극기집회 사회자), 오영국(대구태극기집회추진단 대표), 도태우(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등 태극기 세력의 주요 명망가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앞서 1월14일 조원진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김진태·홍문종·윤상현 의원 등과 함께 ‘특검법’(JTBC 태블릿PC 등 조작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발의했다. 제안 이유를 보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트려 사기 탄핵의 여론을 몰고 간 JTBC의 태블릿PC 괴담이 결국 사기와 조작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태블릿PC가 실제 최순실의 것이 아니라 조작된 것이라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조작에 의한 사기 탄핵임이 명백해지는 것”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사실 태블릿PC는 국정 농단 재판에서 지엽적인 부분이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강요 등 21가지 혐의를 받아왔는데, 태블릿PC와 관련 있는 청와대 문건 유출(공무상 비밀누설)은 그중 하나의 혐의에 불과하다. 직권남용, 강요, 뇌물 등 다른 혐의보다 형량도 가벼운 편이다. 게다가 청와대에서 유출된 공무상 비밀 문건 47건(증거 인정은 14건) 중 태블릿PC에 담겨 있던 문건은 3건에 불과하다. 설사 최순실이 태블릿PC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혀져도 국정 농단 재판 결과를 뒤집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태블릿PC와 JTBC를 향한 공격은 끝없이 이어진다. 전선은 사법부까지 넓혀졌다. 지난 5월 보석으로 풀려난 변희재 고문은 6월4일 ‘태블릿PC 관련 특검 추진 기자회견’에서 “현재 문재인 독재 치하에서의 대한민국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 1심 막판부터 의 컴퓨터 전문가들이 조작기록을 잡아내기 시작했지만 (시간 부족으로)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고 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심 들어가기 전부터 변호인단이 방대하고 상세하게 조작기록을 정리해서 항소이유서로 제출했습니다. 그랬더니 2심이 재판을 네 달째 안 하고 있어요.”

우종창 기자는 변희재 고문과 더불어 조작설의 논리를 제공하는 양대 축이다. 변 고문이 한 우물만 판다면, 우 기자는 여러 우물을 건드린다. 국정 농단 사건에서 핵심 증인인 고영태·차은택 등의 진술,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 이화여대 입시 비리, 안종범 업무수첩, 박근혜 재판 1심 판결, 보도 등이 허위·조작 또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 진술조서와 법정 증언 등을 토대로 논리를 전개한다.

우 기자는 2018년 3월 윤석열·이진동·김의겸 삼각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정 농단 수사를 이끌었던 윤석열 전 특검 수사팀장이 이진동 전 TV조선 사회부장, 김의겸 전 선임기자에게 미리 최순실 관련 정보를 줘 보도할 수 있었다는 취지다. 이진동 전 사회부장은 우 기자가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도 장악당해서…”

천만인무죄석방본부에서 만난 김씨는 30년 독자였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구독을 중지했다. 그리고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8월29일엔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열리는 대법원 앞으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씨에게 물었다. “이 현수막에 나온 내용처럼 다 가짜면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나오겠네요?” 김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재판부도 장악당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문재인이 자기 마음에 안 드는 판사들 다 좌천시켰어요.”

조작설은 한동안 생명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8월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모인 우리공화당 지지자들은 대법원의 판결에 별달리 동요하지 않았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예상했던 것과 같은 가짜촛불 대법원의 정치적 판결이고, 문재인 좌파 독재정권의 주구 노릇만 하는 사법부를 단죄해야 한다”며 투쟁을 선포했다.

글·사진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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