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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지지, 딱 한 번 봤어요”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아동·청소년 특별보호 쉼터 원장·소장 4명 집담회
등록 2019-07-31 11:33 수정 2020-05-03 04:29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은 쉼터에서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은 친구들에게서 큰 위로를 받고 회복돼간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그림. 쉼터 제공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은 쉼터에서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은 친구들에게서 큰 위로를 받고 회복돼간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그림. 쉼터 제공

친족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아동·청소년 특별보호 쉼터가 전국에 4곳 있다. 이 시설 책임자와 활동가들은 통계도 연구도 사실상 전무한 국내 ‘오빠 성폭력’ 사건의 실태를 가장 잘 안다. 오빠 성폭력 사건의 특징과 피해자 지원 방안에 대해 경험적으로 가장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지난 6월27일 어렵사리 보호시설 4곳의 소장·원장 집담회 자리를 마련한 이유다.

시설 책임자 4명이 함께 언론 취재에 응한 것은 처음이지만, 시설명과 소재지를 공개하는 부분은 서로 견해가 달랐다. 충남 대전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미동 ‘나는봄 쉼터’ 이영아 소장은 “쉼터를 널리 알려야 피해자들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며 공개해야 한다는 쪽이다. 다른 3명의 책임자는 “가해자인 오빠나 부모님이 찾아오는 등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당할 수 있다”며 비공개를 조건으로 집담회에 참석했다. 3명은 ㄱ원장, ㄴ소장, ㄷ소장으로 표기한다. 언급된 사례는 모두 실재다.

오빠 성폭력은 왜 묻히는가
유복한 집안이었다. 초등생 딸이 고교생 오빠한테 성폭력을 당했다. 딸은 어느 날 학교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오빠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아이는 집에서 긴급 분리돼 쉼터로 왔다. 엄마는 전화로 딸을 회유했다. 아이의 피해 진술이 갑자기 확 바뀌었다. 갑작스러운 말바꾸기는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당황한 선생님이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다. 아이는 “엄마랑 연습했다”고 했다.
아이는 쉼터에 온 지 일주일 만에 가해자가 있는 공간,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는 경찰에 가족상담을 약속했다. 그러나 끝내 상담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연히, 오빠는 처벌받지 않았다. 아이를 돌려보낸 뒤 사건 담당자들이 사례회의를 하면서 아이의 첫 상담 녹음 내용을 공유했다. 오빠의 정액 색깔 등 실제 피해를 당하지 않고서는 초등학생이 말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정황이 담겨 있었다. 말도 못하고 아이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던 쉼터 실무자의 가슴이 찢어졌다. “사춘기가 되면 비뚤어질 수도 있는데….”

ㄱ원장 일반 성폭력 사건 신고율이 2%대였다가 지금은 20%대 수준으로 높아졌어요. 친족 성폭력은 여전히 5%도 안 돼요. 통계는 없지만 성폭력 사건 가운데 상담 뒤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비율이 아빠 성폭력보다 오빠 성폭력이 훨씬 낮은 건 맞아요. 부모 입장에서는 가해자도 자식이니까, 자식을 처벌하는 게 어렵죠. 피해자가 신고를 원하더라도 부모가 강경하게 딸을 설득하는 경우가 많아요. 신고의무제가 있지만 부모도 신고는 안 된다고 하고, 피해자인 딸도 신고 안 하겠다고 하면 의미가 없어요. 유일한 증거가 피해자 진술인데, 피해자가 진술을 안 하면 수사기관도 도리가 없거든요.

ㄷ소장 아빠 성폭력 가정은 대체적으로 가정폭력을 수반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이 많아요. 오빠 성폭력은 가정이 불우해서라기보다는, 오빠의 성적 호기심으로 일어나는 일이 많죠. 부모가 아들의 앞날을 생각해서 사건을 묻는 경향이 있어요.

이 소장 외부로 알려지는 오빠 성폭력 사건 가운데 부모가 지적장애인이거나 한부모 가정이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이 많아요. 돌봄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는 집은 돌봄 문제로 먼저 신고됐다가, 아이 상담 과정에서 오빠 성폭력 사건까지 알려지거든요. 부모의 사회적 지위, 경제력이 중산층 이상인 가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오히려 더 잘 은폐돼요. 권위 있는 부모가 딸에게 신고를 못하게 하니까요.

ㄴ소장 오빠 성폭력 신고율이 낮은 건, 현행법상 형사처벌 연령 기준 탓도 있어요. 가해자가 만 14살 미만이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에요. 가해자인 오빠가 14살 미만이라 사건 자체가 안 되는 사례도 봤어요.

훨씬 거칠고 반사회적
오빠 성폭력을 당해 쉼터로 온 아이의 영구치가 모조리 삭아 있었다. 예방접종 기록도 없었다. 소아당뇨 등 지병 치료도 전혀 안 돼 있었다. 오빠 성폭력 이전부터 발생한 부모의 ‘방임 학대’ 결과였다. 성폭력 트라우마 치료가 뒷전으로 밀릴 정도로 당장 건강과 생활 관리가 급했다. 쉼터 선생님들에겐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고 학교에 보내는 기본적인 일상부터 전쟁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쉼터에서 해주는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정부에서 돈 주잖아요. 선생님도 월급 받는 일이잖아요!” 아이의 공격적인 말에 선생님들 마음이 무너졌다. 아이는 오빠와 부모한테 표출하지 못한 분노를 쉼터 선생님에게 수시로 쏟아부었다. 쉼터에서 만난 더 약한 아이들을 쥐 잡듯 하기도 했다.

이 소장 제가 임상 경험이 많은데, 오빠 성폭력 피해 아이들이 훨씬 거칠고 반사회적인 성향이 있어요. 아이들이 ‘편’이라는 말을 잘 사용하는데요, 1차적으로 부모가 가해자인 ‘오빠 편’이었잖아요. 피해자이면서도 부모한테 가정 파괴 주범으로 몰렸고요. 성정이 일반 성폭력 피해자보다 훨씬 복잡해요. 성폭력 트라우마를 부모가 발로 꽉꽉 다져놓은 셈이니까요. 권위에 대한 저항감이 말도 못해요. 수동 공격형이라고 할까요? 겉으론 온순해 보이는데 반사회적인 말을 막 하는 경우가 많아요. 남들이 보지 않는 부정적인 걸 되게 잘 파악하고 ‘거침없이 하이킥’처럼 말해요. ‘상처의 골이 너무 깊구나’ 안타깝죠. 쉼터 운영자 입장에선 다른 아이들보다 한 1.5배 정도 어려운 거 같아요. 우리가 더 공들이지 않으면 나중에 커서 어느 공동체에서도 ‘트러블 메이커’(문제아)가 될 가능성이 커요.

ㄱ원장 아이들이 일으키는 제일 흔한 문제는 가출이에요. 데려오면 또 나가고 또 나가고. 저희는 바로 가출 신고를 해야 하거든요. 근데 신고하면 경찰한테 혼나요. 얼마나 쉼터 운영을 잘못했으면 애들이 가출하느냐고. ‘내가 지금 왜 혼나고 있나’ 싶죠. 가출했다가 들어올 때는 “잘못했습니다” 하고 들어오지 않아요. 고개 빳빳하게 들고 “네가 뭔데 내 인생에 상관해” 막 이러고 들어와요.

그렇다고 아이들이 자존감이 높으냐, 전혀 아니에요. 오빠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아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뻔한 거짓말을 하는 아이, 도벽 있는 아이, 너무 많죠. 우울과 무기력으로 이불 속에서 꼼짝도 안 하는 애들도 있어요. 어떻게든 일으켜 세워야 하니까… 학교는 보내야 하니까… 선생님들이 아이를 이불째 밖으로 들어낸 적도 있어요. 계속 상담치료를 해줘야 해요.

이 소장 쉼터에 온 아이들 대부분 자해 상처가 있어요. 트라우마로 현실감각이 무뎌져 자해를 통해 살아 있음을 느껴요. 쉼터에서 자해가 생리처럼 돌기도 하죠. 한 명이 생리 시작하면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쫙 돌듯이, 자해가 그렇게 돌아요.

그루밍 성폭력 ‘먹잇감’으로
어려서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로부터 유기당한 아이가 있었다. 언니 오빠를 키우고 있던 아빠에게 가서 살게 됐는데, 오빠한테 오랜 기간 성폭행을 당했다. 학교 선생님한테 욕했다가 위(Wee)클래스(학교 안 상담교실) 상담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오빠 성폭력 사실이 알려졌다. 쉼터에 온 아이는 자꾸 밖에서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났다. 아이는 남자들의 값싼 애정에 쉽게 몸을 허락했다. 오빠 성폭력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된 것이다. 아이는 그루밍 성폭력 가해 남성과 함께 합의금을 노린 고의 교통사고를 내기도 했다. 사고 뒤 아빠가 아이를 찾아왔다. 쉼터 선생님은 아빠가 아이를 설득할 줄 알았다. 아이가 받은 합의금을 아빠가 가로채 떠났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안 되는 집은 안 되는구나….’

이 소장 친족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이 가장 취약한 게 남자예요. 아빠, 오빠한테 받지 못한 이상적인 사랑을 다른 남자한테서 찾으려고 해요. 우리가 치과 치료 예쁘게 해서 임플란트까지 싹 해주고 죽어라고 공들여 키워놓으면 30~40대 늙은 총각들이 아이들을 가로채가요. 그 남자들은 애들을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성매매는 불법이니까 연애하는 것처럼 애들을 길들여요. 싸구려 화장품, 휴대전화 같은 거 사주면 애들이 홀랑 넘어가요. 그러다 “오빠랑 살자” 하면 아이들이 쉼터를 나가버려요. 또래 불량 오빠 따라 나가서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이룬 무리)에서 성매매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나쁜 남자들이 아이들의 낮은 자존감, 애정 결핍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납치하듯 애들을 빼내가는 거예요. 어제까지 밥 잘 먹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던 애들이 남자한테 넘어가 가출해버리면, 결말을 너무 잘 아니까 심리적으로 후폭풍이 너무 커요. 강펀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아요, 최근에도….

ㄱ원장 제일 환장할 때는, 남자 만난 뒤 몇 년씩 공들여 키워놓은 선생님한테 “나를 언제 봤다고 이러세요?” 안면몰수할 때요. 남자애들이랑 가출해서 수소문 끝에 노래방으로 찾으러 갔더니, 선생님을 모른 척하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무리 편을 들어요. “미친, 니가 뭔데!” 이런 얘기도 많이 들었죠.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은 쉼터에서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은 친구들에게서 큰 위로를 받고 회복돼간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캘리그라피. 쉼터 제공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은 쉼터에서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은 친구들에게서 큰 위로를 받고 회복돼간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들의 캘리그라피. 쉼터 제공

시간은 약이 아니라 독
쉼터 소장이 ‘딱 한 번’ 본 사례다. 부모가 이례적으로 피해자인 딸을 적극 보호했다. 아들도 미성년자였지만 집 밖으로 내보내 자취를 시켰다. 부모가 가해자에게 준 ‘처벌’이었다. 아들은 진심으로 반성했다. 부모는 딸을 살뜰히 챙기며 오랜 시간 함께 상담치료를 받았다. 아이의 회복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ㄴ소장 우리 쉼터 아이들한테 물어보니 오빠 성폭력 사실을 알렸을 때 가장 필요한 게 ‘분리’래요. 그런데 가해자인 오빠를 분리해야지 왜 피해자인 자기를 분리해서 낯선 쉼터에서 살게 하느냐고, 섭섭함과 억울함과 분노가 제일 크대요. 누군가의 지지가 꼭 필요한데, 만일 그 누군가가 내 부모고 내 어머니라면 아픔을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대요.

ㄱ원장 오빠 성폭력도 결국 가정 안의 권력 문제예요. 철저하게 가부장적 아들 중심 사고가 배어 있는 가정 안에서, 부모도 여성차별적 관점을 가지고 사건을 처리해요. 그나마 인식 있는 부모는 배운 게 있어서 차마 딸에게 대놓고 강요하지는 못해요. 그래도 암묵적으로 ‘네가 용서해줬으면 좋겠다’는 압박을 주죠. 부모들이 오빠 성폭력을 ‘가해-피해 사건’으로 보지 않고 ‘아들-딸 사이에 일어난 일’로 보는 게 문제예요. 부모들은 자식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중립적 입장’을 보이고 시간이 약이 되길 기대해요. 이런 사건에서 시간은 절대로 약이 되지 않아요. 부모는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고, 상담·수사기관 전문가들에게 판단을 맡겨야 해요. 그렇다고 중립을 지키란 말이 아니에요. 가족주의 이데올로기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딸이 오빠를 무고하고 가정의 평화를 깨면서까지 얻을 실익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오빠 성폭력 사건의 핵심 열쇠는 결국 부모가 쥐고 있어요. 꼭 법적 처벌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일반 성폭력 사건처럼 피해자 중심주의로 일을 풀어가면 오히려 해결이 쉬워요. 아이가 부모의 태도에서 일단 50%는 회복하고 시작하거든요. ‘부모가 내 편이 되어줬다, 나를 위해줬다’는 그 점 하나만으로도요.

이 소장 오빠 성폭력 피해자는 오빠에게 받은 1차 피해보다 부모에게서 받은 2차 피해가 훨씬 더 큰 경우가 많아요. 또 부모가 사건을 유야무야 덮으면 아들 역시 절대로 괜찮지 않아요.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놓치는 거잖아요. 동생 성폭력으로 처벌받지 않은 오빠가 제3자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결국 감옥에 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부모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거예요.

상처받은 아이들끼리 위로
오빠 성폭력 피해자 중 경계선 지적장애인 아이가 있었다. 학교 성적은 늘 꼴찌였다. 가정에서 분리돼 쉼터에 온 뒤 계속 심리치료를 받았고, 선생님들 도움으로 제과제빵사의 꿈을 찾았다. 자격증을 따는 길은 험난했다. 필기시험만 열 번을 떨어졌다. 그때마다 ‘엄마쌤’이 풀 죽은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기출문제를 같이 풀어줬다. 마침내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치열이 다 틀어져서 주눅 들었던 아이에게 교정치료도 해줬다. 아이는 자격증 취득으로 성취감을, 교정치료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취업에도 성공했다. 직장생활 초기에 일을 못한다고 많이 구박받았다.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어 했다. 그때마다 ‘엄마쌤’이 하소연을 들어주며 곁에서 버팀목이 돼줬다.

ㄱ원장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아이의 피해 사실만 확인되면 법적으로는 바로 쉼터 입소가 가능해요. 그런데 쉼터에서 바로 아이를 받았다가 나중에 부모들과 법적 싸움으로 가는 일이 있어요. 저희는 2차 기관이라,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1차 기관(상담소, 수사기관 등)을 거친 뒤 쉼터 입소를 받고 있어요.

이 소장 오빠 성폭력 피해자들을 쉼터에서 잘 보살피지 못하면 결말이 너무 비극이에요. 청소년 성매매 쉼터로 갔다가 기둥서방·포주 같은 남자를 만나서 살아요. 그러다 “몸 팔던 여자”라고 두들겨 맞고 가정폭력 쉼터로 가죠. 친족 성폭력 쉼터→성매매 쉼터→가정폭력 쉼터 ‘쉼터돌이’ 악순환이에요. 친족 성폭력 피해자 쉼터가 일종의 게이트키퍼(문지기)고 수문장을 해줘야 해요. 쉼터 홍보가 너무 안 돼 있는데, 아이들을 일단 보내면 저희는 쉽게 포기 안 해요. 최소 4~5년씩 보호해요. 대학 진학을 원하는 아이들은 100% 대학에 보냈어요.

ㄴ소장 학업지원·법률지원·심리지원·자립지원이 다 되죠. 각각의 목적에 맞게 돌아가는 프로그램들이 있고요. 저는 ‘주 10일’ 쉼터에서 일하는 것처럼 살아요. 아이들 15명 정원에 선생님 8분이 있는데, 집에 가서 쉬질 못해요. 애들이 수시로 손목 긋고 그러는데 어떻게 퇴근해요.

이 소장 저는 사실 언론에 쉼터 예산 문제를 제기해서 선생님들의 고귀한 수고와 사명을 ‘돈 문제’로 묻히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돌봐줄 수 있는 간호사,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같은 분들을 모시려면 현실적으로 인건비를 올려줄 수밖에 없어요. 지금처럼 한 달에 백 몇십만원 드릴 테니 오시라고 할 수가 없어요. 여성운동이나 종교적 이유를 가지신 분들한테 언제까지 헌신하라고만 할 수는 없잖아요.

ㄷ소장 저는 원래 공직에서 오래 일했어요. 일반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을 담당했죠. 친족 성폭력 피해자까지는 생각을 못했는데, 현장에 와보니 그런 사례가 너무 많아요. 친족 성폭력 피해 아이들은 믿었던 가족에게 당한 거라 트라우마와 스트레스가 훨씬 더 심각해요. 피해자 치유와 가해자 처벌에 나서줄 것으로 알았던 가족이 오히려 가해자 편에 서니 상처가 더 큰 것이지요.

이런 아이들은 특화된 보호시설에서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설 이기주의’ 등으로 친족 전문 쉼터가 아닌 시설에서 보호받는 아이가 다수 있는 것으로 알아요. 또 보호아동의 전문적 상담과 치유를 위해 상담원의 근무환경이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친족 쉼터에 지원되는 재원이 너무 열악합니다. 일반예산이 아닌 범죄 피해자 보호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에요.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복지시설처럼 사회복지사의 처우 개선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ㄱ원장 시·도별로 일반 성폭력, 장애인 성폭력, 친족 성폭력 쉼터를 따로 운영하는 게 제일 좋죠.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은 가정에서 분리돼 쉼터에 오면 원가정 복귀가 사실상 어려워요.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들을 양육해야 해요. 또한 트라우마가 심각하기에 전문 치료서비스를 지원해야 해요. 현재는 친족 성폭력 전용 쉼터가 전국에 4곳밖에 되지 않아 일반 보호시설에 친족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들이 함께 살아요. 다양한 연령대와 피해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고, 또 대부분 단기 쉼터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특별보호 쉼터는 장기 양육시설 특성을 가지며 비슷한 또래 친족 피해자 아이들끼리 모여 살죠. 선생님들 책임이 어마어마해요. 친족 쉼터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ㄴ소장 아이들이 ‘세상에 나 혼자구나’ 억울하고 분하고 무섭고 불편한 마음으로 쉼터에 왔다가,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은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는대요. 서로 숨길 필요가 없고, 비슷한 친구들한테서 지지와 공감을 받는 게 큰 버팀목이 된다는 거예요. 오빠 성폭행 피해 아이가 말했어요. “이런 특별보호 지원시설이 많아져서 더 많은 아이가 지원받았으면 좋겠다”고요.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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