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1일, 노동절(근로자의 날)에도 공기를 맞추기 위해 현장에 나온 노동자들 중 6명이 죽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 때, 조선소에는 1만5천 명이 일하고 있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따르면, 사고가 난 모듈에서 그날 근무한 인원은 1600여 명으로, 이들 중 적잖은 수가 사고 때와 사고 후 현장을 목격했다. 목격자 중에는 분노, 불안, 무서움, 무기력함 같은 트라우마에 시달린 사람들이 있다. 이 중 10여 명(부상자 포함)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뒤 얻는 정신적 장애를 말한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장기 입원 환자 25.5% 스트레스장애</font></font>한국에선 해마다 노동자 약 9만 명이 산재를 겪는다. 산재로 승인받은 노동자 수는 2014년 9만909명에서 2017년 9만 명으로 조금 줄었다. 산재를 겪고도 ‘공상’(사업주와 합의해 부상 치료) 처리하는 실정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숫자는 아니다. 이들 중 업무상 사고를 겪는 노동자는 해마다 8만 명이 넘는다. 사고 유형은 업무상 사고 재해자 8만665명(2017년 기준) 중 ‘넘어짐’이 1만6420건으로 가장 많았고, ‘떨어짐’이 1만4308건, ‘끼임’이 1만2614건으로 뒤를 이었다. 2002년 신경정신의학회지에 실린 ‘일부 산업재해 환자들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보고서를 보면, 산재를 당한 뒤 다쳐서 장기간 입원한 환자 25.5%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진 김용균씨처럼 업무상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는 2014년 992명, 2015년 955명, 2016년 969명, 2017년 964명으로 한 해 1천 명에 육박한다. 사고가 난 사업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155명에게 트라우마 검사를 한 결과, 89명이 ‘완전 외상’이나 ‘부분 외상’을 겪는 것으로 지난 3월 발표됐다(대구근로자건강센터). 이처럼 사고가 났을 때, 당사자(1차 피해자)뿐만 아니라 최소한 한 명 이상의 목격자나 구조자(2차 피해자), 소방관(3차 피해자) 등 외상적 사건의 추가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안전보건공단에서 2018년 낸 ‘산업재해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 운영 매뉴얼’을 보면, 해마다 최소 30만 명 이상이 잠재적·심리적 충격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정신질환 산재 신청 건수(승인율)는 2010년 89건(23.6%)에서 2017년 213건(59.1%), 2018년 9월까지 161건(78.9%)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엄격한 판단 기준, 비싼 검사 비용,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 인식 등의 이유로 신청 건수 자체가 적다고 진단한다. 산재로 인정받는 6가지 정신질환은 우울증, 적응장애, 급성스트레스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이다. 이 중 산업 현장의 2차 피해자들이 겪을 수 있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세 번째로 산재 신청이 많다. 2010년 5건에서 2017년 21건으로 늘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사회적 지지 체계가 있다면</font></font>하지만 1, 3차 피해자와 비교하면 2차 피해자인 목격자나 구조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사회적 관심이 적은 편이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사고 목격자들이 정신적 외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적 지지 체계가 있고 작업장 안전 체계가 갖춰진다면 외상을 극복해 장애로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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