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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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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냐고 욕먹는 나는, 53년생 주휴수당입니다

아르바이트생은 사장에게 말하기 눈치 보이고,

보수언론들은 ‘최저임금 1만원론’, 노동계에서도 폐지 주장 나오기도
등록 2019-01-26 16:51 수정 2020-05-03 04:29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들이 2017년 6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 ‘광화문1번가’를 찾아 ‘알바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대국민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들이 2017년 6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 ‘광화문1번가’를 찾아 ‘알바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대국민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내 이름은 주휴수당, 1953년에 태어났습니다. 올해가 2019년이니 만 나이로 65살입니다. 2017년 한국인 연평균 노동시간이 2024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위라지요. 흠흠…, 뭐 ‘꼰대’ 같은 말이지만 내가 막 태어났을 때는 노동환경이 지금보다 더 열악했습니다. 임금이 낮으니 주 7일을 일하는 사람이 많았던 게지요.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은 그때부터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생긴 게 나, 주휴수당입니다. 일주일에 소정 근로시간을 일하면 하루치 일당을 일하지 않아도 줄 테니, 임금 걱정 없이 일주일에 하루는 푹 쉬라는 뜻이었겠지요. 참고로,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는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는 근로기준법이 처음 제정될 때부터 있었습니다. 60여 년 조용히 살았는데 지난해쯤부터 유명세를 타버렸지 뭡니까. 내 이름이 신문 1면에도 실리고, 검색어에도 올랐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씹고 뜯고 즐기…’(아, 즐기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암튼 물어뜯습디다. 나는 그냥 65살 평생, 노동자들의 급여명세서에 존재했는데 갑자기 내 존재 자체가 문제가 돼버렸습니다. 억울했습니다. 내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랍니까.

쪼개기 단시간 노동

보수언론들은 나 때문에 내 자녀뻘들의 일자리 질이 낮아지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주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으로 쪼개기 계약을 한다는 거지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 미안한 감이 좀 있어요. 통계청 통계를 보면 2018년 초단시간 노동으로 분류되는 주 1~15시간 노동자가 전년보다 15만8천 명가량 늘었어요.

대학생인 재형(23)이도 지난해 전역하고 6개월 동안 전북 전주의 한 닭갈빗집에서 알바를 했어요. 주 3~4일 동안 15시간 이상 일했다고 해요. 당연히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어요. 같이 일하는 친구도 한 명 있었는데 둘 다 주휴수당에 대해 몰랐다고 해요. 가게 사장은 주휴수당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안 줬대요. 재형이는 “알바 구직 사이트에서 구직할 때 시급만 확인했어요. 주휴수당을 언급하는 업체를 봤지만 닭갈빗집 사장님이 따로 말을 안 하기에 저도 말 안 했어요. 근데 그때로 돌아가서 주휴수당을 받는 걸 알았다고 해도 사장님한테 요구하진 못할 것 같아요. 알바 구하기도 어렵고, 우리는 을이잖아요.”

재형이 친구 민지(23·가명)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는데, 민지는 일주일에 23시간 정도 일해서 주휴수당을 받는대요. 그런데 눈치가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민지는 “알바하는 친구들끼리 근무를 신청할 때 주 15시간이 안 되도록 신청하기도 해요. 매출이 적은 날은 ‘어떡하지’라며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걱정해요”라고 말했어요. 민지와 함께 일하는 10명 중에 주휴수당을 받는 친구는 절반 정도라고 합니다.

지난해 막 대학에 들어간 해인(20·가명)이는 주휴수당을 달라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랍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학원에서 중·고등학생한테 질문받는 알바를 하고 있어요. 지난해까진 주 12시간을 일했는데, 학생들 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올 1월부터 주 20~25시간씩 일한대요. 그런데 학원장이 주휴수당이랑 최저시급 인상분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어요. 해인이는 주휴수당을 받으면 월급이 100만원에서 116만원가량으로 올라요. 해인이는 “주휴수당을 적용받지 못하면 학원장에게 말하긴 할 건데,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려고요”라고 하네요. 을들의 마음이 이런 걸까요.

우리 재형이 또래 김서현(22)은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마지노선인 주 3일 14시간만 일한다고 하더라고요. 서현이는 대구 지역 대학가 인근 스터디카페에서 1년 넘게 일하고 있어요. 서현이네 사장님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6~7시까지 일한대요. 사장님이 알바 시간을 14시간으로 제안하면서 “우리 가게는 영세해서 주휴수당을 주기 어려워. 14시간 일해도 괜찮겠니?”라고 물었대요. 서현이는 사장님 상황이 이해됐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자주 가는 서울 마포의 한 미용실 점장도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을 걱정했습니다. ㄴ씨는 “교육받는 스태프들에겐 최저임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이번에 오른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한 달에 200만원 이상 추가로 더 들어요. 법이니까 주기는 하는데 부담은 되죠”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 내가 정말 사라져야 하나 싶기도 해요.

왜 갑자기 논란?

제가 입방아에 오른 건 고용노동부에서 지난해 8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부터입니다. 고용부는 65년 동안 법정 수당으로 지급된 나를 시행령으로 명문화했습니다. 월급제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주휴시간과 수당을 포함하겠다는 것이지요. 65년간 관행으로 주던 걸 법으로 명확히 한 거라, 내심 뿌듯했지요. 마치 김춘수의 ‘꽃’이 된 느낌이랄까요. 시행령은 2018년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올해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그쯤부터였을까요. 웬걸 내 이름 옆에 무시무시한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주휴수당 이중폭탄’ ‘주휴수당 때문에 최저임금 위반’ ‘주휴수당 뭔지도 몰랐는데…’ 이런 말들이죠.

올해 최저시급은 지난해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0.9%(820원) 올랐습니다. 그런데 경영계와 보수언론은 올해 최저임금이 2018년보다 약 33%나 올라 최저시급이 1만20원이라고 하더군요. 내 참 어이가 없어서. 2018년 최저시급엔 주휴수당을 반영하지 않은 7530원으로, 올해는 최저시급 8350원에 시간당 주휴수당인 1670원을 더한 1만20원이라고 비교하는 겁니다. 그렇게 33%나 인상됐다는 거죠.

난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계속 살아 있었는데 내가 올해 태어난 것마냥 그렇게들 씹어대니, 출생신고를 다시 해야 하나 고민이 좀 됐어요. “이름이나 성별을 바꿀 수 있듯, 나이도 줄일 수 있게 해달라”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네덜란드인처럼 나도 그렇게 해야 할지 원.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이 논란을 단 한마디로 정리합디다. “악의적인 프레임”이라고. 김 위원장은 “사법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을 바로잡으려고 정확히 한 건데, 마치 주휴수당이 없다가 새로 나타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더라고요. 속이 좀 시원했죠.

내 존재가 부각된 건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로 결정된 2017년부터입니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주휴수당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커진 거죠. 그럼 경영계는 왜 주휴수당을 폐지하라고 할까요?

그럼 재계는 왜?

현재 최저임금 시급을 계산할 때, 월급을 209시간으로 나누고 있어요. 한 달 노동시간 174시간(주 40시간×월평균 주 수 4.345)에 법정 주휴시간인 35시간(일요일 8시간×월평균 주 수 4.345)을 더한 것이죠. 고용부는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1988년부터 이미 시급을 계산할 때 기본급을 ‘노동시간+주휴시간’으로 나눠 계산해왔습니다. 올해부터 갑자기 달라진 게 아니란 말이죠. 최저임금위원회가 시간당 최저임금과 함께 병기하는 월급 환산액 174만원도 209시간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럼 예를 들어보죠. 주 40시간 일하고 유급주휴일이 하루인 월급제 노동자 ㄱ씨의 기본급이 17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지금 기준으론 170만원÷209시간으로 시급이 8134원으로 최저시급 8350원보다 낮습니다. 최저임금법 위반이죠.

그런데 경영계는 주휴시간을 뺀 ‘실제 일한’ 174시간으로 기본급을 나누자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되면 ㄱ씨의 최저시급은 정부안보다 많은 9770원이 되는 셈이죠. 경영계 주장대로 주휴수당을 폐지하면 정부가 확정한 최저임금 월 환산액 174만원(8350원×209시간)과 비교했을 때 경영계는 월 145만2900원(8350원×174시간)만 기본급으로 주면 됩니다. 월 30만원 가까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거죠. 경영계와 소상공인협회가 주휴수당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60년 넘게 이어져 온 주휴수당을 빼면 월급쟁이들의 월급은 줄어드는 거죠. 지난해 최저임금 환산액인 157만3770원보다 오히려 줄어드는 셈입니다.

진보진영에서도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기도 해요. 주휴수당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나 저임금 노동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죠. 2011년 카페 노동자들의 주휴수당을 주장했던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은 “주휴수당을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을 올리면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난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가 70만 명 정도에 이를 것이다. 초단시간 노동자가 60대 이상 여성, 또 20대 청년이다. 4대보험도, 퇴직금도 적용되지 않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할 거냐”며 “주휴수당분만큼 최저시급을 올리면 저임금 노동자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주휴수당분을 최저임금에 반영한 뒤 없애면 통상임금을 나누는 소정 노동시간도 209시간에서 174시간이 되니 시간급 통상임금이 오른다는 뜻입니다. 그럼 시간급 통상임금을 기준 삼는 연장·야간 근로수당도 오른다는 거죠.

주휴수당 폐지 논란

구교현 전 알바노조 위원장은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 구 전 위원장은 “주휴수당이 폐지될 때 최저시급에 포함되면 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실제로 노동자와 경영계의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주휴수당 폐지분까지 최저임금에 반영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둘의 주장이 이해되는 나로서는 참 난감합니다. 그래도 문제의 본질은 내가 아니라 낮은 기본급에 각종 수당이 붙는 기형적인 임금 구조와 높은 임대료 아니겠어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내가 마치 그 어려움의 주범인 것처럼 말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기사 속 등장인물은 모두 실재입니다. 내용 또한 취재로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주휴수당 Q&A


Q. 주휴수당은 2019년에 갑자기 생긴 건가요?
A. ‌아니요. 주휴수당은 1955년부터 있었습니다. 이미 30년 전부터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과 주휴시간을 포함해 계산해왔습니다.
Q.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 부담이 늘어나는 건 아닌가요?
A. ‌2019년 최저임금은 시간급 8350원으로 고시됐습니다. 주휴시간을 포함해 209시간으로 환산해 174만5150원으로 병기하고 있죠. 이번 시행령과 관계없이 지급 의무가 있습니다.
Q. 주휴수당은 한국에만 있나요?
A. ‌대만·터키·타이·멕시코·콜롬비아·브라질 등에도 있습니다. 스페인과 인도네시아는 최저임금을 하루 단위로 정해 30일을 곱합니다. 사실상 주휴수당 개념이 포함된 겁니다. 또 유럽 국가들은 단체협약으로 연 25~30일 유급휴일을 보장합니다.
Q. ‌일주일에 8시간씩 두 번 16시간 일합니다. 주 5일 근무가 아니라서 주휴수당 못 받나요?
A. 아닙니다. 정해진 근로시간 이상이면 받을 수 있습니다.
Q.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2명입니다. 주휴수당 대상이 아닌가요?
A. 아닙니다. 주휴수당은 5명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됩니다.
Q. 계약은 주 14시간인데 동료 부탁으로 18시간 일한 주가 있습니다.
A. 18시간 일한 주는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휴수당 계산 방법 (*주휴수당: 주 15시간 이상 정해진 근무일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 주는 하루치 수당)
-주 40시간 이상 노동자인 경우: 시급(8350원)×8시간
-주 40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인 경우: (일주일 총근로시간/40시간)×8시간×시급(83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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