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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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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각 프린스’에게 성추행당했다

불교 종단 진각종 총인의 장남에게 피해 당한 2명 #미투…

“가해자 김씨의 권력이 커 문제 제기를 못했다”
등록 2019-01-19 16:46 수정 2020-05-03 04:29
<font color="#008ABD">대한불교 진각종. 교도 수 70만 명으로 조계종과 천태종의 뒤를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로 큰 불교 종단이다. 그런 진각종에서 최근 #미투가 나왔다. 진각종 최고지도자의 아들이 성추행을 했다는 고발이다. 또한 그가 최근까지 간부로 있던 진각복지재단이 산하단체 직원들에게 종교 행사 참석과 후원금 납부를 강요했다는 사실이 서울시 감사로 드러났다. 일련의 사건들은 종교 법인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회복지시설을 사유화한 탓에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 단독 취재했다.</font>

진각종은 비로자나불을 교주로 삼고 ‘옴마니반메훔’이라는 진언(신령한 주문)을 외우며 수행하는 불교의 한 교파다. 1947년 회당 손규상 대종사가 세웠으며 가톨릭처럼 중앙집권 구조다. 승려인 ‘정사’(남)와 ‘전수’(여)가 전국 100여 개 심인당(절)을 운영하는데, 조계종과 달리 승려가 머리를 기르고 결혼을 한다. 지도자인 총인(조계종 종정에 해당)과 통리원장(조계종 총무원장에 해당)은 인의회(원로회) 등에서 결정한다.

진각종은 다른 많은 종단처럼 종교 시설 외에도 사회복지재단과 학교법인을 두고 있다. 진각종 산하 진각복지재단은 현재 44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와 성북구 등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노인요양원, 어린이집 등이다(일부 직영). 진각복지재단은 이들 시설에 대한 운영권과 직원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44개 시설에서 일하는 직원 700여 명은 대부분 진각종이라는 신앙과 관련 없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김씨, 34살 젊은 나이에 요직 차지</font></font>
2009년 서울 성북구 진각복지센터 개원식 모습. 왼쪽 뒤로 보이는 건물에 진각복지재단 법인사무처와 진각노인요양센터가 있다. 진각종 누리집 갈무리

2009년 서울 성북구 진각복지센터 개원식 모습. 왼쪽 뒤로 보이는 건물에 진각복지재단 법인사무처와 진각노인요양센터가 있다. 진각종 누리집 갈무리

사건은 여기서 벌어졌다. 진각복지재단 산하시설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2명은 최근 과 만나 “진각복지재단 전 사업부장 김아무개씨(40)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진각종 최고지도자인 총인(회정 김상균)의 장남이다. 6년 전 34살의 젊은 나이에 요직을 차지해 직원들 사이에선 ‘진각 프린스’라는 별칭으로 통한다. 승려는 아니다.

피해자들은 2018년 12월 검찰에 김씨를 강제추행죄 등으로 고소했다. 피해자 A씨는 두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장에 밝혔다. 처음은 2015년 가을께 회식 뒤 노래방에서였다. 김씨는 모니터 앞에 서 있는 A씨의 갈비뼈 부분부터 엉덩이, 허벅지 부분을 쓸어내리고 허리에 손을 얹었다. A씨의 동료가 이 모습을 보고 중간을 파고들어 떼어놓았지만, 김씨는 다시 A씨에게 접근해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김씨는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다고 A씨는 기억한다. 고소장에 첨부된 A씨 동료의 진술서 내용도 일치한다.

A씨는 김씨가 2017년 겨울 자신을 안마해준다며 등에 성기를 비볐다고도 밝혔다. 이 사건이 일어난 뒤에는 “컨디션이 안 좋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김씨를 되도록 피해왔다. 다른 피해자 B씨는 2016년 겨울 회식 뒤 이동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자신의 볼을 꼬집고 벗어나지 못하게 꽉 껴안았다고 밝혔다. 깜짝 놀란 B씨는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바로 이야기했다. B씨 동료들의 진술도 일치한다.

고소장엔 산하시설 직원 총 6명의 진술서가 첨부돼 있다. 여기엔 또 다른 성추행 피해자 C씨에 대한 언급도 있다. 한 직원은 “(C씨가 피해를 당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그 여직원을 자연스럽게 노래방 밖으로 데리고 나가 김 부장 근처에는 가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성추행을 당한 몇몇 여직원은 오히려 자책하며 퇴사를 고민한 적도 있다고 전해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산하시설 직원들과 자주 만날 수 있었던 건, 당시 그가 진각종과 진각복지재단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산하시설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은 원치 않는데도 여러 종교 행사에 참석하던 상황이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김씨는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과 한 통화에서 “성추행을 한 적이 전혀 없다. 나는 아버지가 총인인지라 말 하나, 행동 하나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기억도 없다. 조사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라 답답한 상황이다. 빨리 조사가 이뤄져 내가 정말 피해를 입혔다면 사과하고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8년 6월 인사이동으로 진각복지재단 사업부장에서 산하단체 원장으로 옮겨갔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서울시, 피해자 만난 뒤 곧바로 조사 종결</font></font>
진각종 최고지도자인 총인(회정 김상균)이 불사 중 한 교도에게 축원하는 모습. 진각종 누리집 갈무리

진각종 최고지도자인 총인(회정 김상균)이 불사 중 한 교도에게 축원하는 모습. 진각종 누리집 갈무리

피해 시점에서 고소까지는 다소 시차가 있다. 많은 미투 사건에서 나타나는 흔한 현상이기도 하다. 피해자들은 “김씨의 권력이 워낙 커 문제를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버지인 총인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진각종 최고 실무자인 통리원장이었다. 당연직으로 진각복지재단 대표이사이기도 했다. 진각복지재단은 물론 산하단체 직원 전체에게 인사권을 행사하는 지위다.

게다가 김씨는 아버지가 대표이사가 된 직후인 2013년 8월 진각복지재단 사업부장(실무자 중 서열 2위)에 임명됐다. A씨의 피해를 목격했던 동료는 진술서에 “당시 김씨에게 따지며 화를 내거나 법인에 항의를 했다면 인사이동이 나서 다른 곳에 있거나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고소장에는 “피고소인(김씨)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직원들이 상당수 있다”며 “가해자는 강제추행 이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진각복지재단의 최고 실력자로 살아가고 있는데, 피해자들은 강제추행을 당하고도 직장을 잃을까, 남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이 사건 고소에 이르게 됐다”고 나와 있다.

피해 사실이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난 때는 2018년 8월이었다. 당시 진각복지재단은 익명의 직원이 여러 비리 혐의를 내부 고발해 서울시로부터 특별지도감독(특감)을 받았다. 그런데 특감 중 누군가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고 서울시에 제보한 것이다. 특감팀은 피해자 A씨와 B씨를 만나지만 곧바로 조사를 종결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에 “피해자들이 고발에 동의하지 않아서 조사를 더 진행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A씨와 B씨는 “서울시 관계자가 강압적인 태도로 나와 고소를 포기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가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고소하면 상대방이 당신의 실명을 알게 된다. 같은 회사인데 괜찮겠냐’고 물었고, 이 때문에 고소를 진행하면 직장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아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피해자들은 최근 서울시 관계자 2명을 ‘미투 은폐 및 피해자 보호 소홀 등 2차 가해’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고소하면 가해자에게 실명이 알려진다’고 한 적이 없으며, 다만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에게 접수하는 과정에서 이름과 연락처 제공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조사 과정 중 “상대방이 당신 실명 알게 된다”</font></font>
서울 성북구 월곡역 인근에 있는 진각종 종무행정의 중심인 진각문화전승관. 김진수 기자

서울 성북구 월곡역 인근에 있는 진각종 종무행정의 중심인 진각문화전승관. 김진수 기자

피해자들은 2018년 9월께 진각복지재단 상임이사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렸다. 당시 상임이사가 진각복지재단 내부 문제를 이야기해달라는 전체 전자우편을 보냈고, 이에 용기 내 답장을 했다. 하지만 그 뒤 현재까지 아무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상임이사인 호당 정사는 “서울시에서 특감이 나왔으니 뭔가 조처를 할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상위 기관인 진각종 차원의 진상 조사 역시 없었다. 진각종에는 감사원 기능을 하는 현정원이 있는데, 현 현정원장은 총인의 동생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씨의 삼촌이기도 하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안서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의 특징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진각종 총인은 “아들이라고 해서 개인적 감정으로 인사 발령을 낸 적은 없다. (2013년 8월 김씨가 사업부장에 임명된 것도) 당시 사무처장이 몇 차례 요청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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