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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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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껍질 같은 연구 비리

IBS의 김진수 단장 감사보고서 분석해보니…

겸직 규정 어기고 연구비는 쌈짓돈처럼
등록 2018-09-11 13:12 수정 2020-05-03 04:29
은 최근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의 ‘크리스퍼 특허 빼돌리기’ 의혹을 보도했다.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이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세계적으로 생명과학·의학 분야를 뜨겁게 달구는 기술로 그 잠재 가치가 최소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취재 결과와 박용진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서울대에서 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서울대에 재직하던 2012~2013년 당시 동료들과 개발한 크리스퍼 원천기술과 관련해 서울대에 거짓으로 직무발명 신고를 하고 자신이 최대주주인 회사 툴젠으로 빼돌렸다. 또 다른 특허는 서울대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빼돌렸다. 국민 세금 수십억원이 투입돼 탄생한 기술의 성과를 일개 민간 기업이 온전히 누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 대전 본원 조감도 이미지 IBS

기초과학연구원 대전 본원 조감도 이미지 IBS

서울대에서 ‘크리스퍼 원천기술 특허 가로채기’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IBS)으로 소속을 옮기고서도 각종 문제를 일으켰다. 내부감사로 드러난 주된 문제점은 ‘이해 충돌’이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이하 연구단) 단장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이를 뒤섞어 사익을 추구한 정황이 감사보고서 곳곳에서 드러났다.

정부 지원 건설사 임원과 국토부 국장을 겸직하는 꼴

은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이 기초과학연구원에서 받은 내부감사 보고서를 입수했다. 감사는 ‘연구단 운영관리 및 유관업무 전반’에 대해 2016년 11월8일부터 2017년 2월10일까지 이뤄졌으며, 감사 대상 기간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2년10개월 동안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전액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김진수 단장이 맡은 유전체교정연구단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274억원을 지원받았다.

감사 결과는 크게 6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직무 관련 회사 겸직 수행 등 부적정, 임직원 행동강령 미준수 및 연구비 부당 집행, 연구사업 수행 및 예산 등 관리 부적정, 연구단 인력운영제도 활용 부적정, 이해관계 직무 회피를 위한 제도 구축 운영 미비, 기관 고유 사업비 집행 내역의 예산 대체 부적정 등이다.

감사보고서가 가장 먼저 지적하는 내용은 ‘겸직’의 이해 충돌이다. 김진수 단장은 감사 당시 민간기업 툴젠의 최대주주(22.95%)였으며 비상무이사를 맡고 있었다. 툴젠은 연구단에 2014년 한 해에만 2억7498만6천원의 유전자가위를 팔았다. 김진수 단장은 툴젠의 기술고문 업무를 맡았고, 툴젠의 주요 의결 사항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툴젠의 목적사업 변경이 이뤄졌다. 감사보고서 지적에 따르면 툴젠의 사업보고서와 기업설명자료(IR)는 연구단 운영계획서와 높은 유사성을 가졌고, 연구조직 또한 비슷했다.

쉽게 비유하자면 정부 사업비를 받는 건설사에 국토교통부 국장이 임원으로 있는 셈이다. 또 해당 건설사가 정부에서 추진하는 건설 사업에 최적화된 사업 계획을 짜놓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토교통부 국장이 건설사에 정부 사업을 미리 이야기해줬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당연히 이런 겸직은 규정 위반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7조에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임직원이 직무 관련 업무 외에 영리 목적의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겸직 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도 이 기준을 준용하고 있다. 김진수 단장은 ‘겸직 수행을 중단하라’는 감사 결과가 나온 뒤 2017년 9월 툴젠 이사직을 관뒀다.

연구단 연구정보 줄줄이 자기 회사로
김진수 단장이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IBS 누리집 갈무리

김진수 단장이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IBS 누리집 갈무리

이뿐만 아니다. 연구단과 툴젠은 2015년 11월13일 기초과학연구원 원장의 허락도 없이 상호 연구정보를 제공하는 비밀유지 계약을 맺었다. 이로 인해 연구단 연구정보는 제한 없이 툴젠으로 넘어가게 됐다. 감사보고서에는 “공식적인 업무 관계가 없음에도 본인이 설립한 직무 관련이 있는 영리회사와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중략) 공공 연구정보를 사적 활용으로 비추어질 수 있음에 이를 철회할 필요가 있다”고 나와 있다.

김진수 단장은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얻기도 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구단은 2014년 4월부터 필요한 물품을 지속적으로 툴젠에서 샀다. 그리고 2014년 말 ‘human gene 2만여 개에 대한 sgRNA library 제작(1억3600만원)’을 툴젠에 발주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김진수 단장은 툴젠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2014년 7월9일부터 2014년 10월14일까지 툴젠의 주식 4400주를 총 30회에 걸쳐 추가로 취득했다.

김진수 단장이 툴젠의 주식을 취득한 시점은 툴젠이 코넥스에 상장하고 1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그 뒤로 연구단과 툴젠의 거래 규모는 더욱 확대됐고, 툴젠의 주식 총액은 당초 95억원에서 현재 8천억여원에 이를 정도로 주식 가치가 올랐다. 김 단장은 2014년 당시 취득한 4400주만으로도 억대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감사보고서는 “임직원 행동강령 제15조에는 임직원은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 등 유가증권·부동산 등과 관련된 재산 상거래 또는 투자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김 단장의 징계를 요구했다.

이 밖에도 감사보고서의 지적은 무려 74쪽에 걸쳐 이어진다. 기사에 다 소개하기엔 지면이 부족해 일부만 소개한다.

김 단장은 연구비를 쌈짓돈처럼 썼다. 연구단으로 오기 전 서울대에 있을 때 업체들에게 진 빚 9231만9천원을 2014년 연구단 연구비로 갚았다. 감사보고서는 “연구단 착수 이전의 채무를 연구원 예산으로 지급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며 부당하게 집행된 연구단 예산을 ‘회수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김 단장의 징계를 요구했다.

김 단장은 ‘연구비는 국가에서, 특허는 회사로’ 보내는 주특기를 기초과학연구원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냈다. 2014년 연구단은 “RGEN 기법은 다양한 동식물 유전체 교정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돼지의 유전자를 교정해 장기이식에 적합한 돼지를 생산하기 위해 위탁연구가 필요하다”며 ‘근육생성 억제유전자 제거돼지’(이하 근육강화돼지)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중국 옌볜대 윤희준 교수팀이 위탁연구를 맡았다. 2014년 10~11월 두 달 동안만 1억원이 지원됐다.

그런데 2015년 계획서상에선 근육강화돼지 연구가 갑자기 사라졌다. 감사보고서는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고 연구 목표가 바뀐 점을 지적했다. “위탁연구 진행 상태를 지속 점검·확인해야 할 연구단장은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연구원에서는 (중략) 연구 목표 변경 및 승인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중략) 정산 역시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감사 결과 경찰 수사 중

결과적으로 근육강화돼지 연구는 국가연구개발비를 지원받지 않은 것처럼 됐다. 따라서 직무발명도 아니고, 이 기술로 기초과학연구원이 특허 지분을 주장하기도 애매해졌다. 비슷한 시기 툴젠과 윤희준 교수는 이 프로젝트로 세계 각국에 특허를 출원했다(중국 특허출원 2014년 4월23일, 한국 특허출원 2015년 4월23일 등). 감사보고서는 해당 연구에 대해 ‘정밀 정산을 시행하라’고 요청했다.

김진수 단장은 감사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에 대해 “독립적 징계위가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견책으로 결론지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IBS 관계자는 “현재 감사 결과와 관련해 대전지방경찰청이 수사 중이고, 이로 인해 징계 절차가 유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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