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보면 조선시대 왕비 46명 가운데 18명이 자녀를 낳지 못했다. 난임 왕비들의 결혼 평균 나이가 자녀를 출산한 왕비보다 많거나, 결혼 기간이 자녀를 출산한 왕비보다 짧은 것도 아니었다. 당시 의학 수준이 배란일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등 현재보다 떨어져 자연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겠지만, 어찌됐든 난임은 과거에도 있던 문제였다. 당시만 해도 기혼 여성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게 오롯이 여성의 책임이었으며, 이혼 사유가 되기도 했다. 난임의 책임을 여성에게 묻는 현상은 현재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부부가 함께 검사받아야인공 임신이 가능해지는 등 의학 기술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요즘도 난임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주로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임신하는 점을 난임의 이유로 꼽는다.
대체로 일주일에 2번 이상 피임 없이 부부 관계를 가지면 1년 안에 임신될 가능성이 85%가량이다. 김용진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정상적인 부부 관계인데도 1년 안에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난임으로 진단한다”며 “35살 이상이면 난자와 정자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6개월 안에 임신이 되지 않으면 바로 산부인과를 방문해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난임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주는 것이 치료의 목표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성 쪽으로는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 난자가 배출되지 않거나 이상이 있는 난자가 배출되는 경우, 난자가 자궁으로 내려오는 길인 난관이 손상된 경우, 자궁 이상으로 수정란이 착상되지 않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성 쪽 원인으로는 정자가 만들어지지 않는 무정자증, 정자가 만들어져도 그 양이 매우 적거나 운동성이 없는 경우 등이다. 김용진 교수는 “난임 치료는 여성이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데, 남성 요인에 의한 난임도 40% 이상을 차지하므로 부부가 함께 검사를 받아야 정확히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임은 어느 한쪽 문제일 수도 있지만 두 사람 모두의 문제일 때도 많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원인을 찾는 검사는 기본적인 혈액검사부터 호르몬검사, 골반 초음파검사, 정액검사, 난관조영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난임 원인을 찾으면 이에 맞는 치료를 하면 되는데, 예를 들어 난관 이상이면 치료한 뒤 자연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정자의 활동성이 문제라면 활동성이 좋은 정자만 추출해 여성의 자궁에 주입하는 ‘인공수정’으로 임신이 되기도 한다. 인공수정이라고 하면 대부분 시험관 시술을 떠올리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남성의 정서적 지지가 중요난임을 치료하는 흔한 시술로 알려진 체외수정 시술이 바로 시험관 시술이다. 이는 인공수정에 견줘 부작용이 날 가능성이 높다. 여성에게 약물을 주사해 난소에서 성숙한 난자가 많이 만들어지게 하는 과정에서 여러 약물 부작용이 생기며, 그 난자들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난소의 손상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여성의 괴로움이 큰 만큼 남성의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고, 누구에게 잘못을 떠넘기기보다는 함께 어려움을 견디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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