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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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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의 MB와 결별하라

'도둑정치' 아이콘 MB 구속··· 진보 성향 학자들,

MB 상징한 개발독재형 신자유주의 또는 토건자본주의 종언 모색 한목소리
등록 2018-03-27 14:07 수정 2020-05-03 04:28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23일 새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가는 차편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23일 새벽,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가는 차편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은 ‘747 사기극’을 통해 집권하자마자 고소영·강부자 내각을 출범시켰다.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포기한다고 약속해놓고 ‘4대강 삽질’로 혈세 22조원을 날렸다. 자원외교로는 수십조원의 혈세를 낭비했다. 공기업에는 개국공신, 영남 인사, 측근, 비선 실세들을 대거 낙하산으로 투하해 대한민국을 점령해버렸다. 영남의, 실세에 의한, 토건사업을 위한 예산을 무차별적으로 책정해 약탈 국가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권은 가치 동맹이 아니라 ‘이익 동맹’이었다. 그렇게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은 그 끝을 알 수 없었다.”(강준만 외, 중에서)

“정치와 행정은 사익 추구 비즈니스”

11년 전 새 대통령을 뽑을 때, 한국 유권자들의 마음속에는 윤리적 욕망 대신 세속적 욕망이 꿈틀거렸다. 물론 세속적 욕망이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전과 11범의 비즈니스맨’ 출신이 그들의 빈 지갑을 채워주리라 믿었을 뿐이었다. 여기에는 윤리적 욕망으로 뽑은 전임 대통령에 대한 실망도 얼마간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그 세속적 욕망이 이명박을 대통령의 자리에 앉혔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그는 여전히 비즈니스맨이었다. 사달은 거기서 비롯됐다. 비극은 MB가 윤리의식이 결여된 철저한 비즈니스맨임을 한국 사회가 의도적으로 눈감은 데서 흘러나왔다. 그에게 정치와 행정은 ‘사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와 다름없었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M. 뷰캐넌이 말한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는 공익의 대변자가 아니라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경제인일 뿐’이라는 지적(공공선택이론·Public Choice Theory)에 가장 맞춤한 이가 이명박이었다. 물론 공공선택이론은 ‘세상 모두가 도둑놈이니 모든 걸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신고전학파의 작은 정부론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명박에 대한 분석틀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MB가 탈윤리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뼛속까지 ‘경제인’이던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치세 동안 ‘지대추구’(rent-seeking·개인이나 집단이 생산적 활동으로 수익을 얻기보다 국가의 인허가권 등으로 초과 이익을 얻으려는 비생산적인 행위)형 정치인으로 일관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조세포탈, 국고손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6개 죄명에 10여 개의 범죄 혐의는 이명박이 몸소 실천한 지대추구의 비참한 종착역이었다. 이명박에게 권력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23일 새벽 구속됐다. 정치를 한낱 사익의 도구로 전락시킨 ‘전과 11범’은 이제 자신의 범죄 이력을 업데이트해야 할 운명에 놓였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이명박이 남긴 부정적 유산을 청산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떠안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이어 1년여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는 상황을 맞으며, 진보 성향의 학자들은 이제야말로 ‘이명박근혜’로 상징되는 토건자본주의 또는 개발독재형 신자유주의와 결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전 대통령 구속이 ‘이명박 적폐 청산’의 끝이 아니라 공정성과 연대가 살아 있는 사회국가, 생태적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비리 본격 수사 착수해야”
이명박은 박정희가 세운 '토건국가'를 가장 잘 계승한 정치인이엇다. 2007년 12월12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영정 앞에서 붕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은 박정희가 세운 '토건국가'를 가장 잘 계승한 정치인이엇다. 2007년 12월12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영정 앞에서 붕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이명박을 전형적인 ‘이익 추구형 퍼스널리티’의 소유자라고 정의했다. 이 명예교수는 3월23일 오전 과 한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은 평생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자고로 맹자는 의(義)와 이(利) 두 단어로 대비해서 왕의 자질을 논했다. 임금은 이가 아닌 의를 얘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평생 이만을 좇았다.”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을 때는 모르겠지만 정치인, 그리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안 되는데도, 그런 태도를 유지했다는 얘기다. 이명박은 한마디로 ‘공직부적합자’였다.

이명박이 내세운 ‘경제대통령’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이제 앞으로 기업인 출신 경제대통령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 전세계를 봐도 기업인 출신으로 성공한 (정치인이 된) 사람이 없다.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그 둘을 같다고 보면 사익과 공익의 모순이 일어난다. 기업인이 기업을 잘 운영했으니 국가도 잘 운영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계기로 앞으로는 기업인 출신 대통령을 보는 비극이 없기를 바란다.” 눈 밝은 독자들은 눈치챘겠지만 이 교수의 비판이 향하는 곳은 비단 이명박뿐만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도 이 전 대통령처럼 기업가 마인드로 무장한 사람 아닌가. 버락 오바마의 실정에 기대 겨우 집권했지만, 지금 보면 실패의 연속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죽이기’로 대표되는 토건자본주의적 정책에 줄곧 매서운 비판을 해온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좀더 강한 어조로 이명박을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을 ‘망국적 토건족의 우두머리’라고 명명했다. 그는 과 한 통화에서 “이명박은 토건족의 대표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토건족의 막대한 물적 기반을 자원 삼아 ‘이명박 토건괴물정권’이 들어설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정권 초기부터 한반도 대운하를 시작으로 한 토건정책이 결국 4대강 사업으로 강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토건국가라는 지난 50년의 역사와 시스템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은 구속됐지만, 4대강 사업 비리에 대해선 여전히 사법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홍 교수는 “이명박의 구속은 사필귀정이다. (검찰이 청구한) 이명박 구속 사유에 대보건설에서 5억원을 받았다는 뇌물수수가 추가돼 있다. 그러나 ‘4대강 죽이기’는 이번 구속에서 큰 부분이 아니었다. 이명박이 저지른 가장 큰 죄악은 생명의 젖줄인 4대강마저 파괴와 비리의 먹이로 삼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은 2011년 4월 ‘4대강 사업이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법비(법을 악용해 이익을 취하는 무리들) 문제와 함게 사법 개혁 차원에서도 이명박의 토건 비리 문제를 정확히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총사업비 22조원이 가뭇없이 사라진 단군 이래 최대의 토건사업인 4대강 사업 비리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합법적 정권 교체 통한 제도적 쿠데타”

이명박은 아프리카에서나 있을 법한 도둑정치(Kleptocracy) 혐의로 감방에 갔다. 이와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가 대통령이었던 5년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가 5공 시절로 회귀했다는 점이다. 이명박은 ‘작은 전두환’이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 시민을 상대로 국가폭력을 자행해오던 세력은 민주 정부 아래서 가느다란 명맥을 이어오다 이명박 정권 때 기세 좋게 부활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경찰 등 권력기관을 사유화해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고 사찰했다.

둘의 싱크로율은 남달랐다.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뉴타운 특혜, 방산 비리 의혹 등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곳간을 채웠다는 점에서 이명박과 전두환의 그림자는 포개진다. 유체이탈 화법과 후안무치도 마찬가지다. 가장 불의한 방법으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은 ‘정의사회’라는 구호를 내세웠고, 가장 불공정한 사회를 만든 이명박은 ‘공정사회’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서울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파업 강경 진압, 민간인 불법 사찰, 방송 장악 등 이명박 정부의 국가폭력은 지금껏 무엇 하나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보다 유연하고 세련(?)돼 보였던 이명박은 어쩌다 국가폭력의 담지자가 되었을까.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권 초기 ‘촛불시위 트라우마’를 한 원인으로 꼽는다. 김 교수는 2011년 발표한 논문(이명박 정권의 지배 방식-민주주의하의 ‘제도적 쿠데타’)에서 “이명박 정권은 촛불시위의 강력한 저항에 놀란 나머지 일종의 트라우마, 즉 민주화세력을 ‘역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증을 갖게 되고, 그 사건 이후부터 조그마한 정치적 반대도 과거 군사정권처럼 공안 사안으로 취급하기 시작하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러한 정치권력 행사는 과거에는 군, 경찰, 공안기구가 주도했지만 이 정권에는 검찰과 언론이 주도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 용산참사 등은 반대 세력을 향한 공격적 ‘진압 마인드’에서 나온 한 결과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시장주의를 개발독재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격을 ‘개발독재형 신자유주의’로 규정했다. 이명박 정권을 분석하는 진보 학계의 시각은 둘로 나뉘어 있었다. 한쪽은 이명박 정권이 선거를 통해 들어섰으니 합법적인 정부지만 귄위주의적 리더십이 강하다고 봤고, 다른 한쪽은 경제정책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정권이라 규정했다. 김 교수는 “전자는 절차적 측면을 주목했다면 후자는 경제정책 측면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뒀다. 분명히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 절차를 거쳐 탄생했으며 집권 이후 헌정을 중단시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라는 절차에 주목하면 민주주의를 되돌리는 이 정권의 역진적 성격, 즉 삼권분립 자체를 크게 훼손하고, 검찰·경찰 권력을 남용하며, 관료기구를 정권의 수족으로 사용하며 자신의 적으로 간주되는 비판 세력을 완전히 ‘소탕’하는 방식으로 지배를 해온 측면을 간과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정권의 지배 방식이 ‘제도적 쿠데타’에 해당된다고 분석했다. “온건 우파보다는 공격적 우파들이 정권의 정책에 영향을 행사함으로써 이명박 정권은 단순히 보수세력으로의 정권 교체를 넘어서서 민주세력을 역청산(이것을 그들은 ‘대못뽑기’라고 표현함)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했다. 그것은 합법적인 정권 교체를 통한 ‘제도적 쿠데타’였다.”

‘이명박정희’ 패러다임 극복해야

이명박은 갔지만 아직 우리 곁의 이명박‘들’은 남아 있다. 이제 이명박 시대와 진정한 종언을 고해야 한다. ‘민주정부 3기’라는 문재인 정부는 개발독재, 성장주의, 토건주의 등 ‘이명박정희’로 대표되는 가치들과 결별하고 연대와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사회국가로 이행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정치적 수준에서의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의 운용 원리와 국가구조 등은 1960~70년대 박정희 패러다임에 기초하고 있다. 민주화 이전의 산업화 체제는 박정희 패러다임에 의해 만들어졌다. 민주화 이후에는 경제나 국가의 운용 방식이 민주적으로 전환되어야 했는데, 우린 이 전환의 계기를 갖지 못했다. 민주화만 됐고 사회 운용 원리는 그 (박정희 패러다임의) 연속선상에서 지금까지 지속됐다. 물론 (민주화 이후) 당 대 당 정권 교체를 통해 (한국 사회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정부한테는 박정희 패러다임의 대안이 되는 국가운영 원리와 경제 원리가 없었다. 그래서 박정희 패러다임에 더해 신자유주의 독트린을 접목한 것이 (개혁 정부 시절) 두 정부의 국가 운용과 경제 운용 원리였다.”

이명박 구속이 한국 사회가 ‘앙시앵레짐’(구체제)을 진정으로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 운용 모델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이명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부끄러움을 극복하는 것은 다시 한번 우리들의 몫이 됐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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