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논의는 지난 7월17일 서울시가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며 급물살을 탔다. 서울시 발표 사흘 뒤에는 정부 차원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됐고, 이후 서울시는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계획을 통해 ‘연내 서울시 산하 기관 무기계약직 제로’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노사 방안에 정규직 공격 본격화
이후 서울교통공사 산하 3대 노조와 사 쪽은 총 5차례 정규직 전환 관련 노사 회의를 열었다. 지난 9월15일 첫 회의에서 노사는 탐색전 끝에 ‘2018년 1월1일 정규직 전환 시행을 위해 10월 말까지 노사 합의 도출 추진’을 하기로 했다. 9월21일 두 번째 회의에서 사 쪽은 정규직으로 전환할 “무기계약직 인원이 1455명”이며, “기존 정규직들의 인건비 잠식 없이 정원 확대 예산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전환되는 인력의 인건비를 별도의 재원으로 하되, 예산에 정원 증원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며 “구조조정된 인력에 대한 증원을 추가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 전환되는 인력의 직급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합리적 방안”을 찾기로 했다.
쟁점은 결국, ‘합리적 방안’을 찾기로 한 직급 문제에서 갈렸다. 3차 회의가 열린 10월18일 사 쪽은 ‘한시적 8급 신설’ 안을 제시했다. 기존 정규직이 7급 1호봉에서 시작되는 것을 고려해 무기계약직은 근무 기간에 따라 4년 이상 근무자는 7급을 부여하되 이하 근무자는 한 급 아래인 8급에서 시작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노조는 “전환되는 직급은 7급으로 해야 하며, 호봉 등 개인별 세부 사항은 정규직과 같은 서울교통공사 통합보수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직급 부여에 따라 호봉, 임금, 승진이 모두 달라지니 꽤 큰 차이였다. 회사는 정규직 전환을 하되 기존 정규직과 차이를 분명히 한다는 것이었고, 노조의 입장은 차별적 규정을 둘 경우 전환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정규직들의 공격이 본격화됐다. 무기계약직들이 정규직 전환이 되더라도 직급 등 세부 사항에서 여전히 자신들의 우위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했던 정규직 입사자들은 그 경계가 허물어질 조짐을 보이자 ‘무임승차론’을 들고나왔다. 누구보다 회사의 안대로 하더라도 비정규직의 후배가 될 수밖에 없는 15~16 사번들의 저항이 조직화됐다.
이후 11월1일 4차 회의를 했지만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3개 노조의 입장이 ‘직급’과 ‘채용 방식’을 두고 엇갈리기 시작했다. 이에 사 쪽은 “3대 노조 단일안을 가져오라”며 협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사 쪽은 11월15일까지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2018년도 예산 확보가 어렵고, 그렇게 되면 내년 1월1일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회사의 협의 잠정 중단은 사실상 연내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선언이었다. 무기계약직 김민규(가명)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은 사 쪽이 제시한 ‘11월15일’이라는 데드라인 다음날이었다.
직급 문제를 두고 서울지하철(1∼4호선) 노조는 ‘7급을 부여하되, 일정 기간 승진을 유예’하는 안을 제시했다. 서울도시철도(5∼8호선) 노조는 ‘7급 부여’ 안을 고수했다. 한국노총 계열의 또 다른 서울지하철 노조인 서울메트로노동조합은 ‘4년차 이상만 정규직 7급 기준 전환’이라는 사 쪽의 안에 동의했다. 채용 방식 역시 서울지하철 노조와 서울도시철도 노조는 ‘이전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식을 따르거나, 공사 통합시와 동일한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서울메트로노동조합은 ‘호봉은 인정하되, 퇴사 후 재입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사 쪽은 ‘퇴사 후 경력직 경쟁 채용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후 노사는 무기계약직 노동자가 사망한 이후 11월20일, 12월5일 잇따라 교섭을 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공사는 여전히 ‘근무 기간 3년 경과자 순차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제3노조인 서울메트로노조는 사 쪽의 입장에 동의했지만, 서울지하철노조와 서울도시철도노조는 약속대로 ‘2018년 1월1일 전원 정규직 전환’을 하라는 입장이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 인터뷰
"지금 갈등은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
[%%IMAGE2%%]서울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정규직화가 노사 간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은 “‘연내 무기계약직 제로화’라는 서울시의 기본 방침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서울시가 직접 나서서 풀기보다 기본적으로 노사가 합의해 풀 수밖에 없다. 지금은 한국 사회가 치러야 하는 갈등 비용을 치르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시작된 무기계약직 정규직화를 위한 노사 협상이 결론을 못 내고 있다. 서울시가 약속했던 ‘연내 해결’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보이는데.
서울시는 이미 기본 방침을 내렸다. ‘연내 무기계약직 제로화’다. 다만 노·사·정 협상은 아니다. 기관마다 직급·승진 체계, 직렬이 다 다르다. 시가 나서서 일률적으로 하면 더 어렵다. 큰 틀의 가이드라인으로 ‘무기계약직 제로화’ 의지는 확고하다.
서울시의 속도감에 비해 내부 저항이 큰 것 같다. 서울교통공사에선 무기계약직 노동자가 죽는 일까지 있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조심스럽고 안타깝다. 하지만 기본 원칙대로 노사가 합의해 풀 수밖에 없다. 어렵더라도 지속성 차원에선 그것이 옳다고 본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15사번, 16사번들의 저항이 심하다. 근데 그들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그것을 강요해온 측면을 봐야 한다. 그래서 일종의 노동 적폐 청산 작업이란 생각도 한다. 지하철은 그동안 구조조정이 심했고, 인력 감축이 대세였다. 그 과정을 뚫고 그들이 입사했다. 엄청난 노력을 한 것인데, 그 비용을 사회가 개인에게 전가해왔다. 그들의 처지에선 이제 입사했으니 그 보상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을 비난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서울시가 가이드라인만 내릴 게 아니라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지 않나.
서울시가 안을 정리하면 노사가 모두 따르겠는가. 오히려 노사 모두 불만을 갖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얼핏 정부나 시가 안을 만들어 강행하면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또 비용을 뒤로 넘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벌어지는 노사, 노노 갈등은 이 사회가 치러야 하는 일이다. 갈등을 유예하면 오히려 갈등 비용이 극대화된다. 지금 갈등이 무섭다고 갈등 비용을 그냥 남겨둘 수는 없다. 노사 합의가 방향성을 거스르면 서울시가 개입해야겠지만, 지금 상황은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를 교통공사 모두 겪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회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갈등의 끝에 우리 사회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도 있고, 너무 첨예한 문제지만 조심스럽게 말해보면 긍정적 갈등이다.
갈등 조율이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다.
지하철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고 교통공사 문제가 워낙 상징적이어서 그렇지만, 서울시는 지난 6년간 여러 갈등을 겪었다. 그 갈등 끝에 2개 기관에서 완전 정규직화가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노사 모두 만족하고 있다. 수많은 갈등을 겪어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은 측면도 있고, 서울시가 치른 갈등 비용으로 중앙정부가 과감한 정책도 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노동협력관으로서 갈등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어떻게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지하철 무기계약직의 연내 정규직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한가.
잘될 것이라고 본다. 사실 큰 쟁점은 없다. 조직 내부의 효율성 측면에서 논의가 오가지만 이미 노동 존중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에 대한 합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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