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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청와대) ·국(국정원) ·대(대기업) 삼위일체로 지원

국정원 TF의 MB국정원 보수단체 지원사업 조사 결과…

청와대가 큰 그림 그리고 국정원 공작, 공기업·대기업 역할 나눠 실행
등록 2017-11-07 13:34 수정 2020-05-03 04:28

국가정보기관이 이념으로 편을 갈라 이쪽과 저쪽을 넘나들며 죽이고 살린다. 냉전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불과 몇 달 전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에서 벌어졌다. 지난 10월23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이하 국정원 TF)가 공개한 ‘보수단체·기업체 금전지원 주선사업’ 조사 결과를 보면, 청와대가 ‘친정부 여론 조성을 위한 보수단체 재정 지원’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고 국정원은 공작을 펼쳤으며, 공기업·대기업이 역할을 나눠 이를 실행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국정원서 좀더 강하게 역할해줄 것” </font></font>

시작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국정원이 ‘좌파의 국정 방해와 종북 책동에 맞서 싸울 대항마로서 보수단체 역할 강화’를 위한 보수단체 육성 방안을 마련하면서부터다. 이에 앞서 4월 청와대 정무수석실 현진권 시민사회비서관(이후 자유경제원 원장)은 “5개 공기업의 좌파단체 지원을 차단하고 자체 선정한 보수단체(27곳)·인터넷 매체(12개) 쪽으로 기부와 광고를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곧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직접 나서 지원을 추진하도록 했고 국정원 국내정보부서가 나섰다.

말만 주선일 뿐 사실상 지원 주체의 손목을 비틀어 자금 제공을 강요한 것이었다. 국정원 TF의 조사 결과 보수단체에서 ‘국정감사 등 외부 노출시 시비 소지 등으로 공기업에서 지원을 꺼리는 만큼 국정원에서 좀더 강하게 조정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보수단체를 지원하라’는 정권의 압박 대상은 공기업을 넘어 사기업으로 확대됐다. 그해 12월30일 현 비서관은 국정원에 “지난 6개월간 보수단체와 기업 간 매칭 작업을 추진했으나 성과가 미진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뒤 “(보수단체들이) 국정 버팀목으로 지속 기능할 수 있도록 고정적 자금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 비서관의 요청 사항 가운데는 ‘우파단체에 대한 공기업 매칭’뿐 아니라 ‘25개 핵심 우파단체에 대해 공기업과 삼성전자 등 사기업의 적극적 지원을 요망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다.

사기업을 참여시켜 보수단체 지원 규모를 늘리라는 청와대의 뜻은 그대로 관철됐다. 이듬해인 2010년 보수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이른바 매칭 대상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포함해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한화, 롯데, 한진, 두산, 현대중공업, GS,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도로공사, 한국석유공사, 산업은행 등으로 대폭 늘어났다. 지원 방법도 면밀해졌다. △좌파에 대한 대항활동 △실적·조직 규모 △사회적 인지도 등에 따라 18개 우파단체를 S급부터 D급까지 다섯 단계로 분류해 지원을 차등화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S급엔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운동협의회 등 전통적 보수단체들, A급엔 미디어워치, 라이트코리아,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애국단체총연합회,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지원 보수단체가 18개에서 36개로 대폭 늘어났다. 지원 대상엔 7개 인터넷 매체까지 포함됐다. 보수 인터넷 매체까지 지원 대상이 확장된 것은 보수 여론을 조성하는 데 보수 매체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2012년 3월 총선 전 완료 계획 </font></font>

2012년에는 지원 보수단체 규모를 확대하고 인터넷 매체 수를 7개에서 16개로 늘려 50억원 규모의 매칭을 시도했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짝짓기 작업을 3월 이전에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사업은 12월 국정원 심리전단 댓글 활동이 노출되면서 지원 결과도 종합하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국정원 TF는 현재 이명박 정권 시절 이뤄진 국정원의 ‘보수단체·기업체 매칭 사업’에 대해 “국가권력을 이용해 공·사기업을 압박해 특정 단체를 지원하고 관제데모 등을 통해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상대방에 피해를 입힌 점이 국가정보원법상 정치 관여와 직권남용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매칭을 통한 실제 지원 여부와 이번 보고에 포함된 단체 이외에 추가 지원 대상이 있는지 등을 계속 조사할 예정임을 밝혔다. 국정원 TF는 이번에 드러난 ‘보수단체 지원 사건’을 종합 조사 결과 보고에 포함해 국민적인 의혹을 적극 해소해나갈 계획이다.

국정원 TF 조사에 따른 검찰 수사는 국정원을 중심 타깃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국정원 TF는 이번에 이름이 거론된 대기업에 대해 국정원의 압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보수단체를 지원한 피해자로 보고 있다. 실제 이 접촉한 대기업들은 “다른 기업도 다 하는 마당에 우리만 빠질 수 없었다” “경기도 어려운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분은 모르는 일”이라며 사주를 감싸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보도를 통해 확인된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에 대한 LG그룹의 1억원 지원 사례에서 보듯 대기업들의 보수단체 지원은 이명박 정권 시기뿐 아니라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권 시기에도 이어졌다. 물론 지원에 나선 것은 LG그룹만이 아니었다.

10월25일치 기사를 보면, 검찰은 삼성이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정원 등의 요구로 전경련의 이름을 빌려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등 보수단체에 1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도 박근혜 정부 시절 재향경우회에 26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제철이 고철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재향경우회가 운영하는 경안흥업 등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현대차 이외에 다른 대기업들도 전경련을 통하지 않고 직접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2014~2016년에만 68억원 지원돼 </font></font>

이에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4~2016년 전경련 임직원들이 청와대로부터 보수단체 지원과 관련한 단체명의, 지원 액수와 방법 등을 지정받아 삼성·현대차·SK·LG 등에서 받은 자금을 합해 총 68억원을 청와대의 요구로 보수단체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2월 전경련이 2013~2015년 3년 동안 38개 보수단체와 개인에게 총 61차례에 걸쳐 25억여원을 직접 지원한 사실을 공개한 적이 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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