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죄송합니다.”
첫 유모차 체험. 비좁은 골목길에서 누군가를 마주칠 때마다 내 허리는 15도 정도 굽혀졌다. 죄송하다는 말이 잇새를 비집고 나왔다. 몇 번의 ‘죄송’ 끝에, 나는 결국 연남동의 좁은 인도를 탓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다고 유모차를 차도로 몰 수 없지 않은가” 하고 당당해지려는 순간, 마주 오던 두 사람이 유모차를 사이에 두고 홍해 갈라지듯 갈라졌다. 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대신 ‘고맙습니다’로 바꿀 수도 있었다. 그러지 못했다. 자괴감이 들었다. 유모차를 끌고 서울 거리를 헤맨다. “죄송한데, 애가 있어서요. 유모차가 들어갈 수 있을까요?” 남의 눈치를 보며 양해를 구하는 게 입버릇이 됐다. 그 죄송은 어디서 온 것일까.
발이 엉켰다. 복잡한 망원시장의 인파 속을 초보자가 운전하려니 마음만 급해졌다. 인도로 올라가는 턱, 앞서가는 사람,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가방, 코너에서 달려드는 차, 자꾸만 유모차 바퀴에 걸리는 내 발까지….
분명히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들이었다. 유모차의 등장은 당연했다. 하지만 가게 안 ‘힙’한 분위기에 주눅 든 유모차는 쉽사리 끼어들지 못했다. 내 얼굴에 와 꽂히는 시선들은 이미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평소 거리를 지나는 유모차에 보내던 시선이기도 했다.
앞에서 걸어오던 할아버지가 유모차 안을 쓱 본다. 괜히 민망했다. 일찌감치 시선을 피했다. 누군가는 빈 유모차에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처음엔 어색해하다 나중에는 여유 있게 햇빛가리개를 쓱 내리고 말았다. 유모차를 끄는 부모에게 이런 시선은 어떤 의미일까.
대형마트 카트와 달랐다. 전봇대와 가로수, 골목에서 달려나오는 차까지. 유모차는 생각보다 컸고 평소 다니던 길은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평소엔 그리 많아 보이던 경사로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찾기는 더 어려웠다.
십수 번의 접촉사고와 세 번의 전복사고를 내고 나서야 체험이 끝났다. 손끝에 온 신경을 써서 그럴까. 팔은 후들거리고 손마디는 욱신거린다. 고작 하루 체험으로 유모차와 관련한 모든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유모차, 그 안의 아이, 끄는 보호자를 향한 우리의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확실했다. 엄마, 고마워. 새삼 그렇다.
유모차는 내게 낯설었다. 연남동에서 유모차는 더 낯선 존재로 보였다. 한나절을 돌아다니며 다른 유모차를 본 건 한 번뿐이었다. 그럴 만했다. 걸을 때마다 유모차가 통통 튀었다. 보도블록이 튀어나온 곳이 많았다. 인도는 좁았다. 유명한 카페나 음식점이 모인 골목은 유난히 더 힘들었다.
카페 중엔 유모차를 반기는 곳이 더 많았다. 그러나 ‘아기’와 ‘유모차’는 별개였다. 입장을 허락한 가게 중에서도 유모차는 밖에 둬야 한다는 곳이 꽤 있었다. 한 곳은 밖에 세워놓을 공간이 ‘전혀’ 없는 가게였다. 아이를 거부한다기보다 유모차를 들여놓기 힘든 공간 구조였다. 단순히 가게 주인의 배려 차원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편하게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 위해 만든 물건이 연남동에선 유난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루 동안 유모차를 끌고 다녔다. 끝까지 손에 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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