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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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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너무 적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학교 경비노동자, 요양보호사의 24시간…

노동환경 열악하고 생계 유지는 ‘빠듯’
등록 2017-07-25 16:13 수정 2020-05-03 04:28
최저임금이 정해진 뒤 진행 중인 사후 논쟁 가운데 최저임금 노동자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 매해 최저임금이 곧 그해 최고임금인 사람들. 액면 그대로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일하지만, 최저생활은 보장되지 않는 노동자들. 현재 2017년도 최저임금 또는 그 미만의 급여를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를 만났다. 지난 7월20일 서울 성북구와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카페에서 만난 학교 경비노동자 곽성호(62)씨와 요양보호사 최미영(54·가명)씨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2018년도 최저임금(시급 7530원)을 기대하면서도 우려와 불만족을 표했다. 이들은 실질 급여는 그만큼 오르지 않는 편법적인 상황을 우려하거나, 그조차 ‘내 노동환경’에 견주면 부족한 액수라고 생각했다. 최씨는 인터뷰로 인한 직장에서의 불이익 가능성을 고려해 익명 처리했다. 노동조건이 열악해 존재를 드러내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_편집자
고려대 교정에서 곽성호씨

고려대 교정에서 곽성호씨

곽성호(62)씨는 40대 중반까지 회사원이었다. 식품 제조업체에 다녔다. 1990년대 말 회사를 나와 요식업 장사를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신용보증인 연쇄부도로 문을 닫았다. 2000년대 다시 식품 제조업체를 다녔다. 그 업체도 폐업했다. 50대 중반인 2009년부터 경비원이 되었다. 그가 2013년 1월부터 일하는 곳은 서울 고려대학교 캠퍼스다. 근로계약을 맺은 곳은 T사다. 1년마다 계약이 갱신된다. 보안경비업체 T사는 또 다른 보안업체 S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S사는 고려대학교 본부와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 그는 2차 하청노동자다.

“최저임금 오른다고 내 월급 오를까”

하나의 학부 건물 관리와 건물·주변 순찰이 그의 업무다. 대기 공간은 3~4평 초소다. 전기패널과 에어컨이 있다. 소파, 냉장고, 침구 등은 각자 구해 쓴다. 화재경보와 대피방송을 하는 소방앰프에서 윙윙거리는 기계음 때문에 실내에 오래 있지 못한다. 그래도 다른 초소보다 나은 편이다. 책상만 있거나 투명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초소도 있다.

곽씨는 하루 24시간씩 격일로 일한다. 매일 아침 7시 동료와 교대한다. 휴게시간은 점심·저녁 1시간씩, 밤 12시~새벽 5시의 5시간을 더해 총 7시간이다. 그가 지난 6월에 받은 급여는 시급 6100원이 기준이다. 2016년 최저임금 시급 6030원보다 70원 많고, 2017년 최저임금 시급 6470원엔 미달하는 돈이다. 이는 2017년 단체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2016년 임금 합의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가 가입한 민주노총 서경지부 고려대분회는 교섭권이 없다. 현 교섭 대표 노조는 ‘경비, 출동, 방재 노동조합’이다. 올해 단협에서 6100원이 넘는 시급이 결정되면, 그동안 그에 못 미치게 받은 급여만큼 올해 1월치 월급분부터 소급해 돌려받는다. 곽씨는 “아마 올해 최저임금 기준을 간신히 넘겨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6월 시급 6100원 기준으로, 기본급 157만7104원, 야간수당 15만2891원, 기타수당 3만원, 연차수당 7만5원, 식대 10만원 총 193만원이 곽씨가 받아쥔 세전 월급이다. 세금을 뗀 실수령액은 180만원 정도다. 전년 대비 13만원이 올랐다. 곽씨는 “그중 3만원은 원래 복지기금으로 받았던 3만원을 급여 기타수당으로 돌린 것이라 추가로 받았다고 할 수 없고, 조합원들이 월급이 왜 작년과 똑같냐고 항의하자 식대 10만원을 추가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이 올랐지만 월급이 식대를 제외하면 오르지 않은 이유는, 휴게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회사는 새벽 1~5시(4시간)이던 휴게시간을 지난해부터 자정~새벽 5시(5시간)로 1시간 늘렸다. 최저시급은 올랐지만 그만큼 야간수당을 포함한 급여가 줄어든 것이다.

곽씨는 휴게시간을 늘리는 걸 원치 않는다. 곽씨가 소속된 민주노총 서경지부 고려대분회의 요구사항도 ‘휴게시간 연장 없는 임금 인상’이다. 경비노동자에게 휴게시간은 온전히 쉬는 시간이 아니다.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휴게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사실상 일은 시키면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곽씨가 말했다. “식사시간이나 새벽에도 교수나 학생들이 수시로 강의실이나 연구실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근무시 보통 한두 번은 새벽 2~3시에 민원이 온다. 그러면 야간 쉬는 시간인 새벽 5시까지 잠도 못 자고 쉬지도 못한다. 회사에선 쉬는 시간엔 상황실에 맡기라고 하는데 불가능한 얘기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비노동자를 포함한 감시·단속 노동자에게 2015년부터 최저임금 100% 적용이 시행됐다. 그럼에도 경비노동자 등을 고용하는 업체가 편법적으로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을 올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2016년 10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인상 회피 등을 목적으로 휴게시간을 과다하게 부여하지 않을 것’ 등을 권고했다.

경비노동 업체들의 ‘휴게시간’ 꼼수
2016년 임금 협약 합의서

2016년 임금 협약 합의서

곽씨는 현재 경기도 남양주에서 부인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올해 92살 모친은 병이 있다. 그의 월실수령액 180만원과 요양보호사인 부인의 월실수령액 약 150만원으론 생계가 빠듯하다. “어머니를 돌보려면 한 명이 일을 그만둬야 하는데 그럴 수도 없다. 요양시설에 모시자니 매달 최소 50만원을 부담해야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곽씨는 2018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이 자신에게도 적용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다만 걱정부터 든다. “휴게시간만 자꾸 늘리고, 명목상 최저임금은 오르지만 받는 돈은 똑같으면… 있으나 마나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회사가 과연 내 돈 빼서 최저임금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을까, 원청과 학교에서 협조하지 않는데도 가능할까 우려스럽다.”

최미영(54·가명)씨는 경기도 의정부의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최저임금 노동자다. 정확히 2017년 최저임금 시급 6470원을 받고 있다. 한 달 기본급은 135만2230원. 한 달 209시간(주휴수당 포함)에 시간당 6470원을 곱한 값이다. 여기에 보건복지부가 요양보호사의 중노동·저임금 환경을 감안해 2013년 3월 도입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비 10만원이 더 붙는다. 세전 급여 약 146만원. 세금과 식대를 떼고 난 130만원 남짓이 실수령액이다. 최씨는 “다른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 얘길 들어봐도, 급여가 똑같다”고 말했다.

요양원 입소자는 현재 30명이다. 요양보호사 12명이 그들을 돌본다. 입소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 기준(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맞춘 것이다. 하지만 실제 요양보호사 1명이 실시간 돌봐야 하는 입소자는 4~5명이다. 주간(오전 9시~저녁 6시) 근무조 1개와 야간(저녁 6시~아침 9시) 근무조 3개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씨는 현재 주간 근무조다. 그가 하는 일은 한숨에 다 나열하기도 힘들다. “기저귀를 갈고, 화장실에 데려가서 똥오줌을 처리하고, 식사 시간에 밥을 먹이고, 약도 챙겨 먹이고, 세수랑 목욕 시키고, 일주일에 한 번은 이불·베갯잇·겉옷·속옷 빨래를 하고, 청소기 밀고 바닥 닦고, 일주일에 한 번 벽도 닦고, 정수기·소파·창틀·간이옷장을 닦는다. 어르신들 욕창 걸릴까봐 수시로 누운 자세도 바꿔줘야 한다.” 최씨는 “원래 요양보호사가 하면 안 되는 일을 하는 거다. 약 먹이는 일은 요양원에 간호사 또는 조무사가 1명이라서, 빨래와 청소는 위생사가 1명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한다”고 설명했다. 여성 요양보호사에겐 성추행도 발생한다. “남자 어르신들이 성기를 (일부러) 노출하거나 (요양보호사) 가슴을 만지는 성희롱도 감수해야 한다. 남성이 여성을 목욕시키는 건 안 된다면서 왜 여성 요양보호사가 남성 어르신을 목욕시키는 건 괜찮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성추행, 수당 없는 야간노동…

점심시간은 낮 12~1시 총 1시간이다. 그 시간은 무급 휴게시간이지만, 쉴 수 없다. “보통은 오전 11시30분에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태워서 물통·앞치마·입수건·양치컵·물을 챙겨놓고 밥이랑 양치를 다 하면 12시30분이 된다. 그때부터 요양보호사 대여섯 명이 돌아가며 밥을 먹는다. 밥 먹는 시간은 15분 정도. 복도에서 믹스커피 마시는 시간은 10분 정도. 나머지 시간엔 어르신 돌보고, 일지 쓰고, 미처 못한 빨래 널기를 하는 식이다.”

최씨가 야간근무조로 일했을 땐, 계약서상 휴게시간과 실질 휴게시간의 차이가 더 컸다. 근로계약서에서 휴게시간은 밤 12시~새벽 6시, 총 6시간이다. 하지만 야간근무조 3명이 2시간씩 잠을 안 자고 어르신들을 돌본다. 실제 쉬는 시간은 총 4시간인 셈이다. “그마저도 자는 동안 문제가 생기면 셋이 다 달려들어 어르신들을 봐야 한다. 그렇게 일하는데 야간수당은 밤 10시부터 12시까지만 적용된다.” 휴게 공간도 따로 없다. “간이침대도 없고 복도에 있는 소파에 눕거나 복도 바닥에 이불을 펴고 잔다.” 최씨는 특히 집안일로 결근할 때 회사가 하루치 급여를 공제하는 관행에 분노했다. “우리는 일하는 시간, 쉬는 시간, 빨래, 청소 가리지 않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데 회사는 일하는 사람 사정을 눈곱만큼도 안 봐준다.”

최씨는 연봉 2400만원을 받는 사무직 회사원이었다. 퇴사 뒤 2016년부터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요양보호사를 하려면 국가자격증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되면서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제도가 도입됐고, 2010년부터는 교육 수료에서 시험 합격으로 자격 조건이 바뀌었다. 현재 전국 요양보호사는 31만여 명으로 추산된다(국민건강보험공단·2016년 기준). 요양보호사가 국가자격제도로 전환된 지 10년째,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도 그 심각성을 알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을 이끌었다. 2016년 5월 개정된 법에선, 장기요양기관들의 재무·회계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하고, 기관이 받은 보험급여 가운데 일정 비율을 인건비로 지출하도록 규정했다. 기관장들은 반발했다. 재가장기요양기관장 667명이 개정법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해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29일 이를 기각하며 이렇게 판단했다. “2008년 월평균 급여가 156만9천원이었지만 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0년 151만3천원이 되었다. …장기요양요원의 낮은 임금수준과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안정적인 양질의 장기요양급여 제공을 어렵게 만들었고, …장기요양원에 대한 근로조건의 개선이 시급하게 요구되기에 이르렀다.”

“최저임금 1만원은 되어야”

최씨의 목소리는 분하고 절박했다. “우리는 똥 치우고 오줌 치우고 목욕시키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데 월급이 너무 적다. 최저임금 받고 할 일이 아니다.” 그는 2018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에 대해 “우리도 오를 테지만 일하는 환경은 별로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걸 따지면 최저임금 1만원은 되어야 한다. 계속 참고 일하니까 자꾸 불합리한 일만 생긴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15일 2018년 최저임금(시급 7530원·월단위 157만3770원)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277만 명(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기준·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 463만 명)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의정부(경기)=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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