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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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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의혹 반박’ 친구들이 옳았다

페이스북에 반박글 올린 문준용씨 대학 동창 오민혁·송용섭씨 인터뷰…

“파슨스 동료 인터뷰 말투만 보고 가짜다 확신했다”
등록 2017-07-04 18:24 수정 2020-05-03 04:28
지난 4월25일 한국고용정보원 현장 방문에서 국민의당 주승용 공동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기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25일 한국고용정보원 현장 방문에서 국민의당 주승용 공동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기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5일 조작 증거를 바탕으로 한 국민의당의 ‘문준용씨 한국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 기자회견 뒤 국내외에서 ‘페이스북 팩트체크’가 이뤄졌다. 한국에선 문준용(36)씨의 건국대 디자인학부 동기인 오민혁씨가 대학 동문들의 연명을 받아 ‘문준용씨에 대한 반인권적 마녀사냥을 즉각 멈춰주십시오’라는 성명서를 게재했다. 비슷한 시각 “준용이 대학교 동창이자 대학원 유학 생활 당시 룸메이트로 2년간 같이 살았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송용섭씨는 ‘모 일보에 올라온 문재인 후보 아들 문준용 파슨스스쿨 동료의 인터뷰에 대한 반박 or 의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국정조사, 문재인 후보 사퇴, 제2의 탄핵을 거론할 정도로 중대한 의혹 제기를 하면서 국민의당은 익명성 뒤에 숨었다. 반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글이 게재된 두 친구의 페이스북에는 자신의 사진, 이력, 직장 등의 신상과 가족 사진까지 공개돼 있었다. 그리고 두 달 뒤 ‘친구가 옳았다’는 게 확인됐다.

“‘돈 물 쓰듯 했다’? 악의적이고 유치한 일”

오민혁씨는 6월28일 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린이날 애들하고 한강공원에서 놀다가 포털 기사를 보는데, 관련 기사를 봤다. 말투만 보고 가짜다 확신했다. 당장 연락되는 친구들과 카카오톡 방을 만들어 성명서 내용을 만들고 수정하면서 올렸다”고 말했다. 송용섭씨는 같은 날 이뤄진 페이스북 메신저 인터뷰에서 “저는 같이 살았기 때문에 그 기사가 나오자마자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특히 당시 녹취록에 나온 ‘돈 물 쓰듯 했다’는 부분에 대해 “악의적이고 유치한 일”이라고 했다.

오씨는 “2012년 대선 때도 옆에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비방에 시달렸다. 당시 대선 결과를 보면서 솔직히 저는 ‘준용이가 이제 좀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결과에 준용씨가 안타까워하면서도 “지옥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고 얘기한 적 있다고 전했다.

오씨는 대선 기간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에 대한 ‘악성루머’에 적극 대응했다. “지난 대선 때 후회가 남았다. 준용이가 그때 너무 힘들어했다. 내가 아는 한에서 사실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괜히 나섰다가 잘못될까봐 걱정돼 결국 아무것도 못했다. 이번에도 4월부터 가짜뉴스가 터져나왔다. 그때 ‘내가 네 얘기를 해야겠다. 네가 살아온 게 이게 아닌데, 사람들에게 이렇게 알려지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준용이는 하지 말라고, 너도 힘들어진다고 말렸다.”

송씨는 조작 사건이 밝혀진 것과 관련해 “다행이면서 속상했다”고 했다. “정치적 이유로 본인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그리 좋은 모습 같지 않다. 지금 채팅하는 것도 사실 준용이한테 미안한 일이다. 더 이상 언급 자체가 없기 바랄 뿐이다.”

사실 국민의당이 대선 기간에 문준용씨 한국고용정보원 취업과 관련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선 언론들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를 비롯한 등 주요 일간지는 5월5일 허위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만이 작은 상자 기사로 처리했을 뿐이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담당 기자는 “출처를 밝히지 않아 기자들이 대체로 무시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5월5일 기자회견의 ‘진짜 의미’

겉으로 무의미해 보이는 5월5일 기자회견의 ‘진짜 의미’는 국민의당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을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살피면 또렷해진다. 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4월17일~5월8일 국민의당이 낸 논평·브리핑 자료(이하 자료) 446건을 살폈다. 이 중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 관련 자료는 64건(14.3%)이었다.

자료를 살펴보면, 국민의당은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 제기에 사활을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4월28일에는 박지원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주승용 공동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문재인 후보 아들 특혜 취업 규명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국정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4월25일에는 주 공동중앙선대위원장과 이용주 공명선거추진단장이 직접 한국고용정보원을 ‘현장 조사’하고, 현장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문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 제기는 다양하게 변주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 친인척 한국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4월24일), 문재인 후보의 처조카 병원그룹 홍보실 직원 취업 특혜 의혹(4월30일), 고용노동부의 한국고용정보원 감사 관련 문재인 후보 청탁 의혹(5월3일) 등이 줄을 이었다.

제보의 신빙성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다. 5월3일 문재인 후보 청탁 의혹은 서울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아버지가 전직 고용정보원 감사 출신이다. 감사 때 권재철 원장이 문재인 청탁받아서 감사 결과에 문준용 드러나지 않게 압박 넣은 거 매일같이 욕했다”)이 증거였다. 당시 기자들이 “아버지에게 확인이 됐으면, 아버지 말로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게시글로 발표하나)?”라고 묻자 김성호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구체적으로 답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권양숙씨의 친척 취업 특혜 기자회견에서는 당시 기자들이 “권아무개씨가 권양숙씨와 9촌으로 추정된다고 하셨는데 친족관계 확인은 됐는지?”라고 묻자 이용주 단장은 “저희가 제보받은 내용에 따라서 확인을 하고 있다. 정확한 내용은 권아무개씨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면 되는데 고용정보원에서 확인을 안 해주고 있다”며 사실상 사실관계 확인을 기관에 떠넘겼다.

모든 의혹 해결하는 ‘결정적 한방’

결국 대선을 닷새 앞둔 5월4일 이용주 단장은 “국민의당이 자체적으로 확인 가능한 자료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실에 착오가 발생”했다며 “향후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조작 증거에 의한 5월5일 기자회견은 이용주 단장의 사과 바로 다음날이었다.

5월5일 국민의당이 공개한 조작 녹취록의 내용이 단순 의혹 제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국민의당이 기자회견 당일에 낸 논평을 보면 알 수 있다. 같은 날 고연호 대변인의 논평은 “문준용씨의 파슨스 동료의 증언으로 지난 10년간 문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으로 제시되었던 수많은 합리적 의심들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파슨스 동료가 증언한 내용의 출처는 모두 문준용씨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라며 “원서 접수 일자 조작 의혹, 계약직 해고노동자의 낙하산 인사 증언, 휴직 특혜 의혹, 노동부 파견근무지 행방불명 의혹, 권재철 원장 시절 무더기 특혜 입사 의혹 등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논평이 지목한 5가지 의혹은 국민의당이 대선 국면에서 제기한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의 유형과 정확히 일치한다. 5월5일 기자회견은 국민의당이 제기한 모든 의혹을 일거에 해결하는 ‘결정적 한방’이었다.




국민의당  문준용씨  관련  논평 


4월19일  문재인 후보는 문준용 개인교사로 김현철씨를 영입했나
“김현철과 문준용 이 두 사람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정직하게 살아온 평범한 국민들로부터 특권과 특혜를 물려받은 상속자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는 점이다.”
4월25일  “문재인 후보가 고조선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지고도 취업하기 힘든 대한민국 취준생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4월28일  문유라의 부친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후보직에서 사퇴하라
5월5일  문준용 의혹, 숨는 자가 바로 범인이다
5월6일  문재인 대통령 되면 정유라 국내 송환 물 건너갈까 우려된다
“정유라와 문준용은 권력으로부터 특혜를 물려받은 상속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만에 하나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정유라의 국내 송환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
5월6일  그런데 문준용은? 나와라 문준용!
“이번 대선에서는 준용씨의 머리카락조차 볼 수 없다. 왜일까? ‘숨어 있는 자가 바로 범인이다’는 말을 다시 강조한다.”
5월8일  준용씨, 부모님께 감사 카네이션은 달아드렸나요?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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