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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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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내 인생을 바꿨다”

‘제보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

6년 전 안철수와 사제 인연 맺고 기성 정치 발 들여
등록 2017-07-04 15:19 수정 2020-05-03 04:28
지난 6월27일 서울남부지검 조사 중 긴급 체포돼 구치소로 가는 이유미씨. 연합뉴스

지난 6월27일 서울남부지검 조사 중 긴급 체포돼 구치소로 가는 이유미씨. 연합뉴스

‘사람 일은... 정말 정말 정말 알 수 없는 것! 불과 2년 전만 해도 지금의 나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KAIST에서 만난 안철수 교수님. ‘국민 멘토’라는 말로도 설명이 안 되는 이분. 내 인생을 바꿔놓으셨다! 동물원을 무사히 탈출한 지금, 간증이라도 할 수 있겠다.ㅋ’

이유미(39)씨가 2012년 3월30일 네이버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제목은 ‘안철수 교수님’으로 달았다. 이씨는 지난 19대 대선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입사 특혜를 증언하는 육성과 카카오톡 대화를 조작한 혐의(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로 6월29일 구속됐다. 대선 때 그의 직함은 안철수 캠프 ‘온국민멘토단 워킹맘 대표멘토’와 ‘2030 희망위원회 회원’이었다. 2011년 카이스트 기술경영 전문대학원 석사과정으로 입학해 안철수 교수의 ‘기업가정신’ 수업을 들었던 사제 간의 인연은 6년 만에 그렇게 바뀌어 있었다.

30대 벤처사업가 출신

이씨는 2011년 카이스트 대학원 입학 전 벤처업체 설립과 대기업 근무 이력이 있다. 전남 여수여고(1997년 졸업)와 고려대 전자공학과(2002년 졸업)를 나온 그는, 2005년 면발광 램프 제조 벤처업체를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는 시장의 호평을 받으며 수출에도 성공했지만 대기업과의 특허 분쟁으로 문을 닫았다고 한다.(한국산업기술진흥원 소식지 ‘어울림’ 2016년 7·8월호) 그 뒤 창업에 회의를 느낀 그는 다시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택했다. 삼성 제일모직에서 4년가량 일했다. 그는 다시 도전에 나섰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회사를 나와 대학원에 입학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2011년 5월22일~9월9일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희망공감 청춘콘서트’를 열었다. 강연 형식의 토크 콘서트였다. 앞서 1~4월 카이스트 학부생 4명이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청춘콘서트는 전국 27개 지역에서 성황이었다. 콘서트 준비를 자발적으로 도운 2730명 가운데 1명이 이유미씨였다. 그는 2011년 7월부터 청춘콘서트 서포터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무렵 안철수 전 대표는 본격적으로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2011년 9월5일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방침을 발표하기 전날이었다. 이유미씨는 페이스북에 “안 교수님의 식견과 철학엔 여전히 entrepreneurship(기업가정신)이 있다. 그래서 상처받으실까 걱정되면서도... 교수님이 하시는 어떠한 결정에도 믿고 응원해드리고 싶다”고 썼다. 기업가, 교수 안철수가 아닌 정치인 안철수를 지지하는 순간이었다.

이듬해 이유미씨도 정치 무대에 홀로 섰다. 2012년 2월12일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19대 총선 공천 신청자 명단에 그가 포함됐다. 당시 나이 34살로 민주통합당 지역구 최연소 예비후보(여수 갑)였다. 전남 여수 봉산동 게장골목 근처에 12평 사무실을 구했다. 그의 후보 명함 이름 위엔 ‘젊은 감각! 깨끗한 양심!’이라고 쓰여 있었다. 당시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공천심사위원들에게) 내 방식대로 돈도 조직도 없지만 민주통합당의 정치 혁신을 위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2012년 2월27일 페이스북에 ‘선거용 어깨띠! 나 홀로 출마자답게 뭐든지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 선거는 참 신기하고 어이없고 재미있으며 가끔은 선거법 위반 항목이 너무 많아서 공부가 어렵다’고 썼다. 그는 공천에서 탈락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2012년 9월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씨는 그날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듣는 내내 가슴이 벅찼다. 내가 이런 분을 모신다는 것이 스스로 너무나 자랑스럽다.’ 이씨는 안철수 후보가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차린 ‘진심캠프’ 상황실에서 일했다. 그는 2012년 11월 진심캠프가 ‘안철수 국민 펀드’라는 이름으로 선거자금을 모을 때, 사비를 털어 넣었다. 선거 막판 이씨는 상대 후보 쪽 네거티브 공세에 염증을 느꼈다. 2012년 11월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네거티브 안 하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인 우리 캠프에서 네거티브를 견디는 것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새누리처럼 아예 대놓고 뻔뻔하게 굴면 포기하면 되지만, 이들은... 때때로 맞대응에 대한 강한 욕구가 생길 때도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때는...’이라고 썼다.

상대 후보 네거티브 공세에 염증 느껴

안철수 당시 후보는 2012년 11월23일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양보한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씨는 다음날, 그 아쉬움을 페이스북에 이렇게 남겼다. ‘후보방에 우리가 붙인 응원 메시지 ‘안철수, 오직 당신입니다’라는 문장이 중심이다. 나는 뭐라고 썼냐면 ‘나는 안철수를 믿는다 그리고 그를 믿는 나를 믿는다’ ‘출마해주셔서 고맙습니다’ To me, you are perfect(나에게, 당신은 완벽하다)라고 썼다. 내일이면 몇 개의 쓰레기봉지에 담겨 하찮아질 우리들의 ‘진심’... 잠 못 드는 이 밤.’ 이후 그는 당시 캠프에서 있었던 일들을 엮은 (나무와숲)을 대표 집필했다.

이후 이씨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학업과 사업에 몰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3년 3월28일 페이스북에 사업 구상에 한창인 근황을 올렸다. ‘학교 식당에서… 남학생 둘이 전신 방수 앞치마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식판을 닦고 있었다. 나는 십 몇 년 전의 내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울컥 콧등이 시렸다. …식판 설거지 아르바이트는 1장에 50원이었고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주는 옵션이 있었다. …보통 500장 정도 닦으면 팔이 아파서 몇일간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더니..요샌 보고 듣고 타고 하는 모든 것과 사업 아이템을 연결시켜보고 있다. …난 언젠가, 뭔가 될거다!!!!!!!!!!!!!’

이씨는 결국 2013년 5월6일 ‘엄청난 벤처’라는 소프트웨어 업체를 등록했다. 이 업체는 급식 이용자들로부터 수요 정보를 수집해 급식 공급자가 당일 조리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앱 ‘머글라우’를 개발했다. 식재료와 미배식 음식물 쓰레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2013년 한국여성벤처협회·한국경제신문 주최 여성벤처챌린지 대회 최우수상과 대한민국 창조경제 대상을 받았다. 2014~2015년 국내 여러 정부 기관과 서비스 제공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도 수출했다. 그는 2015년 5월7일 페이스북에 ‘긴 말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진짜 실력인 것 같다. 프러덕이, 아웃풋이, 나를 말해줘’라고 썼다.

‘지금이라도 밝히고 사과드리는 것이…’

그가 다시 정치 무대에 이름을 올린 건, 2016년 1월10일 국민의당 창당 때였다. 창당발기인 1978명 명단에 그도 이름을 올렸다. 이어 3월10일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2012년과 같은 전남 여수갑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소속 정당은 민주통합당에서 국민의당으로 바뀌었다. 그는 당 공천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이씨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국민의당은 투표 나흘 전인 5월5일 ‘문재인 후보 아들 준용씨 입사 특혜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 녹음파일과 카카오톡 메시지 갈무리 파일을 공개했다. 이씨가 제공한 파일들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튿날 ‘가짜’라며 국민의당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SBS가 6월29일 공개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과 이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이씨는 지난 5월8일 이 위원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이라도 밝히고 사과드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백번도 넘게 생각하는데 안 된다 하시니 미치겠네요. 오죽하면 문 후보가 당선돼서 고소 취하하고 선처해주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ㅠㅠ’ 이씨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안철수 교수님’의 실패를 바란 유일한 장면이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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