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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응모부터 개표까지

등록 2002-01-16 00:00 수정 2020-05-02 04:22

아파트 동시분양 신청과 비슷한 경선절차…과반득표자 없을 경우 대비한 선호투표제

민주당의 승부수 국민참여경선제. 이름만큼 절차와 방식도 낯설다. 그러나 아파트 동시분양 신청절차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경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선거인단은 7만명. 개발지역 거주민에게 우선 분양권을 인정한 뒤 나머지를 일반분양하듯, 50%인 3만5천명은 민주당 당원에게 먼저 배분된다. 당원만의 내부 추첨을 거쳐 2월15일까지 선거인단 구성이 완료된다. 일반국민 몫은 나머지 3만5천명.

오는 2월 중순 아파트분양 공고처럼 신문·방송에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모집공고가 나온다. 이때 전국 16개 시·도별로 경선투표 날짜와 장소가 명시된다. 만 20살 이상 국민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다만 ‘입당’이라는 좀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비를 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현행 정당법이 당원만 정당내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당원 자격도 당비를 내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한 사람으로 규정한 때문이다. 돈을 내고 청약통장에 가입한 사람에게 분양신청 자격을 주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선거인단은 컴퓨터 추첨으로 최종 선정된다. 응모자 명단을 컴퓨터에 입력한 뒤 무작위로 뽑는다. 물론 16개 시·도별 인구구성 비율에 맞춰 배정한다(표 참조). 당연히 응모자가 몰리는 지역은 당첨 경쟁률도 높다. 민주당은 수도권 100 대 1 이상, 영남 10 대 1 안팎의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절차를 따를 경우 3월 초순께 제주도에서 첫 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투표방법은 좀더 복잡하다. 당첨통보를 받은 선거인단은 경선투표 날짜에 투표장에 가야 한다. 대선예비주자들의 연설을 들은 뒤 곧바로 투표가 시작된다.

하지만 기표소에는 손에 익은 붓두껍이 없다. 대신 은행의 현금서비스 단말기와 비슷한 ‘터치 스크린’ 모니터가 놓여 있다. 모니터에 대선예비후보의 얼굴과 약력이 소개된 뒤 모니터의 지시방송에 따라 기표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머리를 복잡하게 굴려야 한다. 맘에 드는 한명만 뽑는 게 아니라 출마후보 모두를 놓고 선호 정도에 따라 1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매겨야 하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하원의원 선거방식인 ‘선호투표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모니터 화면에 출마후보 전원의 등수를 꼼꼼히 표기하는 것은 아주 번거롭다. 하지만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를 예상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일단 권역별 개표는 1순위 지지표만을 대상으로 한다. 권역별 투표 당일 결과가 즉시 공개된다. 문제는 4월20일. 마지막 경선투표장인 서울 개표 직후 전국 16개 권역의 1순위 득표를 합산한다.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면 당선이 확정된다. 하지만 과반이 없을 때 문제가 복잡해진다. 16개 권역을 다시 돌 수도 없고, 7만명을 한자리에 모으기도 쉽지 않다.

이때 2차 개표를 실시한다. 여기서 선호투표가 위력을 발휘한다. 1차 투표에서 꼴찌한 후보부터 탈락시키면서 이 후보 표에서 2순위 득표자의 표를 해당 후보에게 옮겨준다. 과반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과정은 반복된다. 변형된 결선투표다.

여기에 묘미와 문제점이 함께 도사리고 있다. 결선투표는 반드시 1, 2위 득표자 가운데 한명이 당선된다. 이들만 놓고 다시 투표하기 때문. 하지만 선호투표제는 1순위 개표에서 중위권에 머문 후보라도 반전을 꿈꿀 수 있다. 이제 1순위는 무의미하다. 선거인단에 2순위로라도 표만 많이 얻었다면 이변은 가능하다. 이변이 현실화될 경우 1순위 개표에서 1, 2위 득표자가 과연 승복할까. 예비주자들은 일단 이 규칙에 동의했다.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 올때 마음은 다른 법이다.

선거인단 공모나 투표장에 가는 일이 번거롭다면 인터넷 투표에 동참할 수 있다. 실제 득표로 인정되는 몫은 선거인단 3만5천명의 5%인 1750표에 불과하다. 인터넷 투표자가 몇명이든 이 비율로 계산해 후보별 득표를 인정한다. 물론 기술적·법적 논란이 있어 실제 도입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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