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과 정치 개혁을 위해 촛불은 흔들림 없이, 길게, 즐겁게 타올랐다. 불타오른 민심은 광장에서 새로운 촛불의 역사를 썼다. 지난 한 달간 광장의 촛불이 밝힌 민주주의 논의를 담았다. 탄핵 이후 촛불이 걸어가야 할 길도 찾아봤다.
12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이 탄핵 가결에 환호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12월9일 오후 3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이 시작될 무렵까지 국회 앞은 예상치 못한 차벽이 등장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은 이날 수십 대의 경찰차를 동원해 국회 정문 앞 여의도 지하차도를 빠져나오는 도로 끝에 차벽을 세웠다.
탄핵 하루 전인 8일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퇴진국민행동(퇴진행동)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경내 개방을 안 하는 대신, 차벽을 설치하지 않고 국회 정문 앞 무대 설치를 허용했다’며 이 조건에 맞춘 일정을 기자들에게 공지했지만 이는 무시됐다.
이날 국회는 시민들에게 ‘안 된다’고만 했다. 국회 내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기로 한 시민대토론회는 불허됐고,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될 예정이던 1차 시국대토론회와 국회 인간띠 잇기 행사는 경찰 차벽에 가로막혀 어그러졌다.
그러나 경찰이 세운 차벽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건 1년 전 민중총궐기 때와 달리 ‘사수대’가 아니었다. 최전선은 서울 송파구에 사는 ‘애기 엄마’들이 올라 있는 ‘밥차’의 차지였다. ‘송파맘’들은 8일과 9일 이틀 동안 3t 트럭에 수천명분의 컵라면과 밥버거, 바나나, 커피, 그리고 대형 온수통을 싣고 바쁘게 움직였다. ‘맘’들로부터 바나나와 밥버거와 컵라면을 받아든 시민들은 차벽 앞에서 허기를 채웠다. 밥을 먹어야 일도 잘할 수 있다며 기자를 끌고 밥차에 도착한 ‘송파맘’ 김영경(51)씨는 “29살, 26살, 23살 애가 셋이다. 그런데 아직 결혼하지 말라고 했다. 세상을 바꾼 다음에 결혼하라고 했다. 우리 애들, 우리 손주들은 노예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씨와 같은 동네 ‘맘’ 30여 명은 8일 밤 10시30분께 끝난 ‘박근혜 즉각 퇴진-응답하라 국회 비상국민행동 1차 시국대토론회(1차 시국대토론회)’ 교대로 머물며 국회에서 밤샘을 했다.
8일 저녁 7시 산업은행에서 시작된 1차 시국대토론회는 노란 만장을 든 시민 30여 명의 행진으로 시작됐다. 여의도공원 태극기 게양대 건너편에 마련된 ‘만장 공장’에서 출발한 만장 행진이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공원 출구로 나와 집회가 열리는 산업은행 쪽 도로로 나오자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만장을 든 시민들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었다. 쉬는 날 경기도 안성에서 온 65살 경비원, 1980년 순천여고를 졸업한 동창생, 하루 반차를 내고 참여한 직장인, 친구 2명과 초·중학교 체험학습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33살 젊은 공동대표, 장성한 아들 셋을 둔 53살 주부 등 동질적인 것이라고는 대한민국 국민이란 국적밖에 없는 이들이었다.
2.5m 깃대를 들고 걷는 동안 이들은 나무에 걸리고 자꾸만 휘청거렸다. 시민들은 “만장 쓴다고 해서 글씨 쓰러 왔는데 만장을 직접 들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기온이 영하권은 아니었지만 3시간 동안 작업한 이들의 손을 이미 빨갛게 얼어 있었다.
이들은 노란 천을 자르고, 노란 천 끝부분에 관을 돌돌 말아 케이블로 고정하고, 그걸 다시 옮겨 글씨를 쓰고, 글씨가 쓰인 만장을 바닥으로 옮기고, 깃대가 될 목재를 옮기고, 목재에 만장 깃발을 고정하고, 완성된 만장을 펜스로 이동시키는 각각의 공정을 맡아 가장 효과적으로 분업과 협업을 이뤄내고 있었다.
시민참여 공간에 가장 능숙한 것은 15년 동안 경기도 반월공단에서 일했다는 65살 어르신이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아, 나 취재 많이 해갔어”라고 귀찮아했다. “나 경비하는데 쉬는 날이라서 왔다”고 말했다. 이름은 “없다”면서 “내가 공돌이잖아”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교실 8개 정도 되는 너른 공간을 누비며 곳곳에서 작업반장 노릇을 했다.
이들은 각자 일부의 국민들을 대표하고 있었다. 46살 학원장은 일하다 말고 기자를 발견하고 “나 할 말이 있다”고 손을 들었다. 그는 “이정현 때문에 순천여고 동창회에서 국가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했다. 만장에 글씨를 쓰는 공정에 있던 동창은 ‘이정현은 손에 장을 지지자’라고 쓴 만장을 들어 보였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함께 만장 공정에 참여한 전 서울혁신센터장 정상훈(47)씨는 “앞으로는 우리 국민 욕을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들이 바닥에서 완성된 만장을 들어 펜스에 옮기는 일을 척척 해내는 동안 정씨는 기자에게 “평생 살면서 이렇게 우리 국민이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다”고 했다.
만장 퍼포먼스는 정씨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12월8~9일, 1박2일에 걸쳐 뭐라도 하자는 제안이 커졌다. 그는 그냥 지인과 함께 국회 앞에서 밤새우려 했는데, 이렇게 됐다”고 했다. 만장 공장 노동을 마친 이들은 한자리에 모여 ‘김치’ 대신 ‘탄핵’이라고 말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만장을 ‘운반’하던 신인재(33)씨는 “이런 식으로 내가 만장을 만들고, 이걸 실제 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번 정권이 정말 많은 경험을 시켜준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무거운 만장을 들고 가던 40대 여성은 “만장을 들고 보니 탄핵이 아니라 더한 걸 시켜야 할 듯하다”고 웃었다. ‘살림하는 주부’라고 소개한 53살 여성은 “몇 번 왔다갔다 해야 한다. 그래야 다 옮긴다”고 마치 집안일을 하듯 말했다.
12월9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세월호 만장을 든 시민들이 탄핵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경찰은 국회 정문 앞 도로에 차벽을 세워 집회 규모가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갈 때는 30여 명이었지만 이들이 다시 올 때는 2배, 3배가 되어 파도가 넘실거리듯 몰려왔다. “만장 운반이 필요합니다. 만장 운반해주세요”라는 방송을 듣고 몸을 움직인 이들이었다. 서울 종로에서 퇴근하고 집회 참여를 위해 온 38살 남성도, 강남에서 퇴근한 41살 여성도 “다 똑같은 마음”이라며 만장을 들었다.
만장을 들고 가는 어른들 사이로 초등학교 6학년 이희진 어린이도 있었다. 희진이는 “기자예요?”라며 반가워했다. 뒤를 따르던 엄마는 “우리 딸이 한몫한다”며 뿌듯해했다. 자기 키의 세 배에 달하는 만장을 덤덤히 감당하는 아이에게 무겁지 않냐는 걱정은 오히려 실례였다.
희진이는 ‘부역자가 되지 말라’고 쓰인 만장을 들고 있었다. 희진이는 이날 1차 시국대토론회 무대에 올라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도 나오는 헌법을 왜 대통령은 모르는 거냐”고 따졌다.
8일 저녁 차벽이 세워진 상태에서 치른 1차 시국대토론회에는 ‘82쿡’ 회원들이 초코파이와 핫팩 6천여 개를 준비해 지하철 국회의사당역 왼쪽 입구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이들은 차벽에 가로막혀 국회 정문 앞으로 넘어오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대신 차벽을 뚫고 건너와 초코파이를 나눠줬다.
저녁 7시 산업은행 앞 도로에서 1차 시국대토론회가 열릴 때 내리기 시작한 비는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빗발이 세졌다. 이날은 곳곳에서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에게 초코파이를 건네는 ‘맘’들의 손은 ‘그래도 집에 가지 말자’ ‘함께 있자’고 잡아끄는 것처럼 간절했다.
8일 여의도에 모인 이들은 82쿡 회원들이 준비한 물품 분량보다 적은 5천여 명(주최 쪽 추산)이었다. 12월3일 232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에 실망스러운 수였다. 하지만 한명 한명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바라는 모든 국민, 한국의 정치·사회·경제적 변화를 바라는 모든 국민을 대표하고도 남았다. 100만, 170만, 232만이 모였던 광화문광장에서처럼 똑같이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 대학생, 초등학생, 파독 간호사 등 세대와 직업, 계급과 계층을 망라한 이들이 모였다. 국회의사당에 갇힌 국회의원들보다 민의를 더 충실히 반영하는, 사실상 작은 국회였다.
실제로 국회 밖 곳곳에서 시민이 대표로 나선 작은 국회, 민회가 열렸다. 마이크를 든 것은 유명인들만이 아니었다. 국회 정문 오른쪽에선 노회찬·유시민·진중권이 나오는 팟캐스트 생방송이 열렸고, 왼쪽에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마이크를 들었다.
발언대랄 것도 없이 마이크를 잡은 누군가를 중심으로 빙 둘러선 시민들은 정치인의 유세를 듣는 것처럼 집중했다. 자신을 “평범한 50대 아줌마”라고 소개한 이는 너무 화가 나서 밤잠을 못 이루고 새벽 3시45분에 썼다는 일기를 읽었다.
“김기춘은 유신 때부터 지금까지 권력에 빌붙어 사익을 추구하고 법망만 피해 냉동인간처럼 부정 축재해온 게 살아 있는 악마 같다”는 말에 사람들이 환호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JTBC) 프로그램으로 ‘평론 스타’가 된 유시민의 목소리가 마치 배경음악처럼 흘렀다.
1차 시국대토론회 자유발언에 참여한 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60대 할머니, 간병인으로 일한다는 50대 아줌마, 노동당 활동을 하는 대학교 4학년 학생 등 국회의원보다 훨씬 다양한 집단을 대표하고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대변하지 못하는 민심이 정치의 언어가 아닌 삶의 언어로 공표될 때마다 시민들 속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50대 아줌마입니다. 정규 교육과정은 초등학교밖에 못 배운 제가 박근혜보다, 김기춘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주름살 없는 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나이도 박근혜보다 더 어리고 얼굴에 주름도 더 많지만 제가 더 아름답지 않습니까?”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12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시민들이 만장을 만들고 있다. 류우종 기자
발언을 마치고 내려오자, 시민들은 “멋져요” “말씀을 너무 잘하세요” “최고예요”라는 응원과 격려의 말을 쏟아냈다. 이름을 끝내 알려주지 않은 그는 “루게릭 환자를 간병하는데 내일 새벽에 출근해야 한다”며 몇 시냐고 자꾸 물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3일 만에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으로 일하러 갔다고 했다. 4남4녀 중 일곱째로 태어나 오빠들 서울대 공부시키느라 평화시장에서 일했다고 했다.
간호사로 독일에서 일하고 스위스에서 오래 살았다는 60대 여성이 자유발언 중간에 “지 애비 박정희가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수많은 우리 젊은이들 베트남에 보내서 총알받이로 써먹고, 광부·간호사 독일로 보내서 고생시켰고, 그래도 신념으로 일해서 경제가 살아나고 외화 획득한 겁니다”라고 소리치자, 시민들은 “옳소” “맞아” “우리가 했어” 등의 추임새를 넣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이순신 장군 훌륭하신 분인데, 그 시대 거북선 만들었던 우리 백성들 고생 잊으면 안 된다. 이 땅에 산업화가 이뤄지고 밥 먹고 살게 된 건 박정희 공이 아니고 그 시대를 열심히 사신 어머니, 아버지 공이다, 박수 한번 칩시다”라고 말했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사람들은 김제동씨가 내려간 뒤에도 “김제동, 김제동, 김제동”을 불렀다.
다음날인 9일에도 촛불집회는 이어졌다. 오후 4시1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을 빼곡히 메운 1천여 명(주최 쪽 추산)의 시민들에게 국회 본회의장의 탄핵소추안 가결 사실은 뉴스 ‘속보’가 아니라 승리 ‘선언’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 사람들을 얼싸안았다. “우리가 이겼다”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쳤다. ‘촛불송’이 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흘러나왔고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가사를 구호 외치듯 합창했다.
탄핵 표결 중 국회 앞 자유발언대에 섰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축제 분위기 속에 다시 자유발언대에 올라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주권시대가 열렸다”고 외쳤다. “내가 탄핵시켰다” “민주주의 만세”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환호는 박 시장의 말과 사실상 같은 말이었다.
‘탄핵 승리’ 이후 국회 앞 ‘광장’에 쏟아진 소감들은 건국, 해방, 광복, 혁명 등 국민이 정치권력을 압도한 이 사건에 대한 명명이기도 했다. 경남 창원에서 여의도로 때마침 중학교 동창을 만나러 왔다는 정혜인(27)씨는 “나라가 새로 생긴 것 같다”고 했다. B1A4, 엑소, 인피니트, 트와이스 팬들이 모여 만든 ‘민주팬덤연대’ 깃발을 들고 나온 예닐곱 명의 시민들은 “해방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인피니트 팬 상현호(24)씨는 “6070세대는 4·19혁명, 4050세대는 6월항쟁이라는 승리의 경험이 있는 것처럼, 우리 같은 1020 세월호 세대는 국가권력에 저항해 얻은 첫 번째 승리”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노동조합’ 깃발을 든 노동자나 ‘(사)자원재활용연대’ 깃발을 든 회원들 모두 자기네 깃발을 들고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리며 ‘인증샷’을 찍었다. 일본 언론을 비롯한 외신 기자들은 기뻐하는 시민들을 붙잡고 “왜 집에서 뉴스로 보지 않고 굳이 나왔냐” “뭐가 그렇게 기쁘냐”고 자꾸만 물었다. 100ℓ 쓰레기봉투를 들고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던 고등학생은 일본 기자의 질문에 “집에 있으면 답답하잖아요!”라고 소리쳤다.
부부젤라가 시끄럽게 울었고, 사람들은 기뻐서 울었다. 서로 어깨를 잡고 꼬리잡기를 하듯 빙빙 도는 대열에는 할아버지,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주부, ‘혼참러’(혼자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 등이 스스럼없이 끼어들었다.
탄핵 가결 훨씬 이전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박 대통령 퇴진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탄핵 디데이를 사흘 앞둔 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자유발언에 나선 시민들은 멀게는 1945년 해방 직후를 이야기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자영업자는 “조국이 해방됐을 적에 임시정부가 와서 정권을 잡았으면 우리 민족이 분단도 안 되고 친일 청산해서 잘됐을 텐데 그게 안 됐다”며 “추운데 나왔지만 앞으로 이 정부가 부정부패, 정경유착 비선들이 농단하지 못하게 끝까지 촛불을 밝히도록 나왔다”고 했다. 전북 부안에서 서리태(검은콩)를 털다가 올라왔다는 72살 할아버지도 마석중학교 2학년이라는 학생도 “갈아엎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촛불집회에 앞서 이뤄진 ‘끝없는 광장 토론회’에서는 ‘혁명’이란 말이 나왔다. 토론회 사회자는 “오늘 토론에서 확인된 것은 즉각 탄핵이 결론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여의도의 제도권 정치가 아니라 촛불정치, 광장정치를 새롭게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 교수는 “혁명의 1단계 완성은 국민주권의 완성이다. 국민의 의사가 정책이 되도록 바꿔야 한다. 개헌 국면에서 그들이 정치공학을 바꾸려 할 때, 우리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으로, 우리가 꿈꾸는 어떤 나라로 바꾸는 방식으로 개헌 국면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 표결을 전후한 8일과 9일 여의도의 촛불집회에서 현재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청산하지 못한 과거와 현재와는 달라야 할 미래를 이야기했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정치적 요구를 성취한 시민들은 다음 순서가 ‘새누리당 해체’라고 했다. 친일파 청산, 부역자 청산이라는 1945년 해방 정국의 언어가 다시 등장하고 있었다. 탄핵 표결이 진행 중이던 9일 오후 ‘중구·성동맘 카페’ 회원 3명은 얼굴에는 선글라스, 손에는 비닐장갑을 낀 채 귤이 얼마 남지 않은 대형 비닐봉지를 앞에 두고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는 곳마다 떡, 김밥, 음료수 등을 지원하는 이 여성들은 백남기 농민의 서울대병원을 거쳐 이날 본회의장 방청을 위해 국회를 찾은 세월호 유가족에게도 간식을 제공했다. 이들은 “150인분 중 80인분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드리고 70인분은 트랙터를 타고 온 농민분들한테 드렸다”고 들떠서 말했다. 기자들도 탄핵 가결을 확신하지 못하는 긴장의 와중에 이들은 “탄핵 가결은 확실하다. 이제 새누리당 압박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겼다’라는 말과 함께 국회 앞을 시끄럽게 채운 것은 ‘시작’이라는 말이었다.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세월호 유가족들은 국회 정문을 나와 차벽 뒤에 설치된 본무대로 가는 길에 “이제 시작이지만 애쓰셨다”고 서로 인사를 나눴다.
어느새 국회 정문 앞 자유발언대에선 “국정교과서 폐기” “위안부 합의 무효” “사드 배치 재검토” “성과연봉제 반대” 등 앞으로 할 일을 조목조목 따지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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