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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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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이 터지고 비명이 들리고

가상현실 저널리즘
등록 2015-05-21 14:28 수정 2020-05-03 04:28

‘종이 신문·잡지→라디오→텔레비전 방송→인터넷과 동영상→?’
역사적으로 정보기술(IT)의 발전은 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등 떠밀어왔다. 방송이 처음 등장했을 때 활자 매체는 위기를 말했고, 유튜브·페이스북 등 새로운 뉴스 플랫폼이 등장하자 이번엔 방송이 흔들렸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미디어 또는 플랫폼이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까?

지난 4월18~19일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열린 ‘국제 온라인 저널리즘 세미나’(ISOJ)의 가장 따끈따끈한 이슈는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저널리즘이었다. 기자나 독자가 3D 입체 영상이 보이는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면, 실제 사건 현장에 서 있는 듯이 소리·공감각을 느끼게 만든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발광다이오드(LED) 센서 모니터와 헤드폰이 연결된 가상현실 기기는 360도로 고개를 돌리거나 발걸음을 옮겨서 가상현실 속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프로젝트 시리아’의 가상현실에서는 내전이 벌어지는 시리아 주택가의 모습이 펼쳐진다. 폭탄이 펑 터지고, 실제 녹음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독자들의 생생한 경험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기거나 조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지만, 이미 가상현실 저널리즘을 둘러싼 주목할 만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VR 기기 업체인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구글(카드보드)과 삼성(기어 VR)도 가상현실 관련 기기를 내놓았다.

몇몇 언론은 최신 IT와의 접목에 나섰다. PBS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프런트라인’은 미국 컬럼비아대학 토우센터, 캐나다에 있는 프로덕션인 ‘시크릿 로케이션’ 등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주제다. 이 가상현실 저널리즘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퍼거스 피트 컬럼비아대학 연구원을 지난 4월28일 만나 진행 상황을 물었다.

“에볼라 프로젝트는 기자가 시에라리온에 가서 360도 회전하는 특수카메라로 촬영해온 영상을 기반으로 작업 중이다. 6월께 첫 번째 편집본이 나올 예정”이라고 피트 연구원은 소개했다. “가상현실 저널리즘의 가능성은 독자가 진짜 손에 닿는 듯한 경험을 하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물론 트라우마를 겪게 한다든지, 현실과 다르다든지 하는 윤리적 위험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등 이미 몇몇 언론이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가상현실 저널리즘이 대중화되려면 먼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현실 기기를 쓰는 행위 자체가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는 것과는 달리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경험이기 때문이다.

뉴욕(미국)=글·사진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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