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과 함께 지난해 6월9일부터 10월31일까지 145일 동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캠페인 모금을 진행했다. 다른 모금단체보다는 많이 늦게, 전 국민적 모금 행렬이 다소 수그러든 6월에야 시작된 모금이었다.
국민성금운동은 대형 참사 때마다 반복됐지만 그때마다 논란도 반복됐다. 성금이 모인 뒤 사용처를 결정하다보니 갈등이 불거지고 성금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정부 예산으로 해야 할 사업이 국민 성금으로 진행된다는 우려도 나오곤 했다. 아름다운재단은 꼭 필요한 지원 사업을 만들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물론 각계 전문가들을 만났다. 긴 고민 끝에 3개 사업 영역을 설계하고 ‘기억 0416 캠페인’을 시작했다.
첫 번째, 시민의 시각에서 만든 참사 기록은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의 토대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은 ‘기억저장소’ 공간(약 1억원)과 기록 아카이빙 시스템(약 8100만원 지원)을 지원하고 있다. 기억저장소 활동가들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전남 진도 팽목항, 서울 광화문광장, 피해자 가족의 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기록물 22만여 점을 모았다. 4월 초 문을 연 기억저장소 2호에서는 ‘아이들의 방’ 전시회를 열어 희생자들의 빈방 사진과 유품 일부를 전시하고 있다. 유가족들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작품 (가제·약 9500만원 지원)도 제작 중이다. 국회·광화문·청와대·안산에까지 이르는 유가족들의 활동을 담은 이 영화는 현재 막바지 편집 작업 중이다.
두 번째, 장기적 치유를 위해서는 경기도 안산 지역에서의 유가족 방문 활동과 치유 인프라가 필요하다. 피해자들이 함께 슬픔을 나누고 다시 삶을 시작할 곳은 결국 마을이기 때문이다. ‘복지관 네트워크 우리함께’(약 2억1500만원 지원)에는 안산 지역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회복지사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2014년 한 해 동안 사회복지사들은 일일이 피해자 가정을 방문해 가족 228가구, 생존자 74가구의 현황을 가족카드로 기록했다. 형제자매들을 위한 청소년캠프(37명 지원)와 공부방 프로그램(64명 지원)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치유공간 이웃’(약 2억9500만원 지원)은 심리상담실에 붙어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다. 매일 점심·저녁 밥을 나눠먹는 ‘치유밥상’은 지난해까지 2300여 명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채웠다. 희생자 생일에 열리는 생일모임은 오롯이 한 명의 희생자를 생각할 수 있는 자리다. 지난해 총 5회 진행됐고 모임마다 약 60명이 참석했다.
세 번째로 안산 지역사회복지관·시민사회단체 프로그램에도 지원할 계획이지만, 세월호 참사 해결이 장기화되고 참사기록 및 치유사업 지원도 길어지면서 이 부분은 아직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1주기 뒤에도 남은 슬픔을 함께이 모든 사업은 캠페인에 공감한 1538명의 기부금과 아름다운재단 기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기부금 약 2억7천만원은 학교 바자회의 수익금, 세월호 추모 동시·동화의 인세, 결혼기념일·생일 선물이다. 잊지 않고 곁에서 오래 지켜주겠다는 소중한 약속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울었지만,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는 난항 중이고 상처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았다. 다시 추모행사가 열리고 기사도 쏟아진다. 그러나 그 뒤에도 남겨진 자들의 삶과 슬픔은 어떻게 할 것인가. 슬픔이 길어지면 기억도 길어져야 한다. 아름다운재단은 앞으로도 이 깊은 슬픔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것이다. 세월이 세월호를 잊지 않도록 마음에 다시 노란 리본을 동여맬 때다.
정경훈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국 국장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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