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퀴어퍼레이드, 그리고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애국을 자처하는 한국의 우익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외따로 떨어진 현상일까? 동성애 반대운동을 꾸준히 살펴온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 네트워크 팀장이자 무지개행동 활동가인 나영씨와 일베를 비롯한 넷우익에 관해 연구작업을 해온 박권일 칼럼니스트가 대화를 나눴다.
사회: 나영씨가 반동성애 세력에 대해 관심을 꾸준히 가져온 것으로 알아요.
나영(이하 나): 일단 한국 개신교는 대한민국 보수가 지닌 역사 인식과 정체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대한민국 건국에 개신교가 기여했다는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 선민의식으로 보수 정치권, 단체들과 함께 공공 영역, 보수적 가치, 역사·교과서 등 교육 영역, 인권 영역 등을 자신들의 것으로 수호해가려 하고 있죠. 사실 제가 좀더 주목하는 건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 이후에 등장한 주체들이에요. 지금 반동성애 세력들은 그 전에 있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중심의 움직임과 좀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거든요. 대표적으로 안희환 목사의 경우 인터넷 선교를 내세우면서 온라인 공간에 공세적으로 뛰어들었죠. 이런 사람들이 시민단체 같은 것을 만들고, 여론을 조성하고, 인터넷 온라인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거예요. 밝은인터넷세상만들기운동본부,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 같은 단체 역시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죠. 안희환 목사는 전문가, 지식인 집단을 모아 이런 단체를 만들고 대형 교회를 비판하는 글을 삭제하거나 블라인드 처리하게 만들었어요. 이런 식으로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등 여러 개의 단체를 만들었죠. 명분은 ‘밝은 인터넷 세상’이니 ‘바른 성문화’니 하는 것을 내세우지만 사실상의 목적은 극단적 선민사상을 가진 개신교 옹호와 그에 따른 가치, 보수세력을 지키기 위한 것이에요. 지금은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khTV’ 등 더 적극적으로 온라인 공간을 활용하고 있죠. 이런 과정에서 선전물을 만들어내면서 다문화, 인권, 권리, 표현의 자유, 차별·역차별 등 개념의 경계를 마구 흩트리고 있어요.
사회: 신자유주의 이후에 삶의 위기가 전반적으로 있잖아요. 일부 개신교의 동성애 반대와 일베의 여성 비하는 통하는 맥락도 있나 싶은데요.
박권일(이하 박): 그런 면이 있죠. 사실 일베 담론을 조사해보면 일베 지역담론 같은 경우 그냥 국정원에서 유포한 담론을 그대로 따서 쓰거나 조금 극단화하는 수준이에요. 하지만 여성 혐오의 경우는 굉장히 내부 고유의 자생적 담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여성 혐오가 한국 사회에 그악스러운 아줌마, 노처녀 등에 대한 혐오로 꾸준히 있어왔죠. 지금 젊은 여성에 대한 혐오는 젊은 남성들, 특히 젊은 예비역 남성이 주도하고. 그것이 이제 김치녀로 대표되죠. 이를테면 소개팅을 나갔는데 자동차가 있는지 물어봤다느니 하는 식의 얘기가 많아요. 그게 다른 극우 담론과 구별되는 일베의 고유한 담론인 거 같고요.
혐오의 논리 담은 경제·보건 담론
사회: 반동성애 주장을 보면, 동성애자들의 에이즈 감염률이 매우 높다, 동성애가 나쁜 것은 건강에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일종의 보건 논리를 가져와요.
박: 제가 반이주노동자 사이트 담론 분석을 할 때 3년 정도 올라온 글을 분석해봤어요. 제일 많은 게 경제 담론이고, 중심 담론도 경제 담론이었어요. 그러니까 이주노동자가 우리 일자리를 뺏어가고 국가경쟁력을 앗아가고 국익을 해친다. 경제 담론이 가장 중심 담론이라 할 수 있죠. 주변 담론으로 가장 중요한 게 보건 담론이에요. 방글라데시·파키스탄·중국 노동자들이 와서 우리 누이들을 성폭행하고 우리나라 성문화를 어지럽힌다, 이들이 성병과 에이즈를 퍼뜨리기 때문에 우리의 건강보건에 큰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식의 담론이 많더라고요. 그게 지금 개신교에서 얘기하는 것과 통하는 면이 있죠.
“담론적으로 이미 막장성을 갖고 있다보니까 물리적으로 더 쉽게 폭력이 돼버려요.” -박권일
나: 그 두 가지 얘기를 지금 동성애 반대 단체가 똑같이 하고 있어요. 에이즈와 관련해서도, 동성애자들이 에이즈를 퍼뜨리는데 그 약값과 치료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식의 논리 전개를 하는 거죠. 대표적으로 이런 선전을 하는 단체 이름이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거든요. 그 건강한 사회가 뭐냐면 질병이 없는 사회이기도 하지만 일부일처제의 부부관계, 그런 가족 가치를 잘 지키는 사회, 그리고 동성애에 물들지 않는 사회예요.
사회: 사실 논리가 단순하잖아요. 근데 그 논리가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을 가지는 걸까요?
박: 막연하게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동성애 혐오가 있잖아요.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생기는. 지금까지 드러내지 못했던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혐오를 이런 계기로 딱 하나 건드려주면 터져나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일베 현상도 그런 부분이 커요. 잠재돼 있던 혐오가 막장스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니까, 담론지대가 평평해지는 거죠. 예전엔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싶었던 얘기들도 사실은 굉장히 담이 낮아지는 거예요. 사회적 하한선이 낮아져버리는 거죠.
내가 너무 심한가? 아니네!
나: 저는 지금 사람들의 불안을 건드리는 게 제일 큰 거 같아요. 예전엔 그래도 동네 사람들이나 최소한의 사회적 관계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관계망도 없고. 사회적으로 기댈 수 있는 기반도 없는데, 다 각자가 너무 힘든 상황이죠. 일자리도 누군가에게 빼앗기는 거 같고, 연애도 힘들고, 아무 기반도 없는 상황. 보수세력이나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들이 특혜 논리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이런 부분들을 건드리는 거예요. 이주노동자나 여성, 동성애자들이 어떤 제도적 요구를 하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가시적인 반대도 증가한 데는 이런 맥락이 작용한 것 같아요. 최근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반응이나 동성애 반대 논리도 마찬가지고요. 당연한 요구, 평등한 권리를 주장했을 뿐인데 저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식의 논리가 횡행하게 만드는 역선전으로 활용되는 거죠.
사회: 자신의 존재 근거를 확인하는 기회도 되는 것 같아요.
나: 카톡이라든가 카카오스토리 이런 게, 교회의 좀 나이가 많은 집사님 같은 분들에게 잘 먹히는 거예요. 이분들이 사실은 다른 사회적 공간들이 많이 끊겨 있고, 동네나 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하시는데 그 사이에서 오가는 카톡의 정보라든가, 그걸 가지고 본인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사명감이 생기죠. 이런 게 참 효과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회: 좀 다른 얘긴데, 서울시 공무원이 어떤 변호사에게 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서울역 광장에서 동성애 반대집회가 열렸던 시간에 서울시에 항의 전화가 거의 없었다는 거예요. 그전에는 숱하게 왔는데요. 이런 분들이 사실 수천 명일 수도 있죠. 그렇다면 과대표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해요.
박: 일베에 대해서도 늘 하는 얘기가 과잉대표되고 있다는 거예요. 진짜 찻잔 속의 태풍 같은 사람들인데, 이게 뭔가 있는 것처럼 언론에서 막 떠들어대니까 오히려 이 친구들을 더 자극하고. 사실 이 집단을 분석할 때 키워드가 전 ‘관심병’이거든요. 쉽게 얘기하면 그냥 관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건데… 헤겔이 얘기하는 무슨 인정투쟁도 아녜요. 그 공간에서 관심 자체가 자원이기 때문에 계속 막장을 보여주는데 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주니까 자신들이 뭔가 더 하게 되는 거죠.
나: 크게 보면 대세가 아닐 수 있는데 이분들의 집단행동이 실제 당사자들과 공공의 영역,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게 문제죠. 이 사람들이 계속 선전하는 내용이 실제로 그걸 계속 보고 있는 동성애자 당사자들한테 많은 영향을 미치거든요. 뭔가 활동하거나 자기 얘길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좀 낫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동성애자들은 괴로워요. 특히 기독교 집안인 경우에요. 더구나 탈동성애 전환치료 같은 것들을 주장하잖아요. 자신들의 종교적 믿음을 심리치료처럼 합리화하면서.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이 사람들의 삶과 인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문제는 그걸 지금 어떤 공적 방법으로도 제어할 수 없다는 거예요. 정부, 정치인들은 물론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할 것 없이, 인권헌장, 조례를 만든다면서도 이 문제에 관한 명확한 자기 입장이 없어요. 그러니까 좀 시도하다가 반대 세력의 압력이 들어오면 철회하면서 결과적으로 그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더 안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죠.
증오는 있으나 공적 제어는 없어
사회: 한국은 원래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을 좀 꺼리는 사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퀴어퍼레이드를 직접 막는다든가 서북청년단 같은 이름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박: 극단적인 얘기를 막 하다보니, 담론적으로 이미 막장성을 갖고 있다보니까 물리적으로 더 쉽게 폭력이 돼버려요. 극우주의 수위를 재는 단계도, 처음에는 욕설 혹은 왕따 발언이 나오다가 나중에는 물리적 폭력으로 가잖아요? 최근 들어 낙원상가 근처에서 게이 커플이 지나가다가 폭력을, 갑자기 묻지마 폭력을 당하고 이런 사건들이 생기고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사실은 인터넷 담론이 그냥 담론이 아니라 점점 물리적 폭력으로 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돼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좀 위험해지고 있는 거 같아요.
나: 진짜 그게 위험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해도 되는 집단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거예요. 당해도 되는 집단들을 만들어내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제도 영역에서 그런 식의 폭력에 대해 어떻게 반응을 보이는지가 중요한데 한국 정부나 공공기관들은 그런 의지가 없죠. 일부러 방치하거나 스스로 조장하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심각한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겠죠. 특히나 불안한 사람들이 자기의 불안을 거기에 투영하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는 거죠.
박: 그걸 상상된 착취라고 얘기해요. 이를테면 자기를 착취하는 건 대기업이고 국가인데, 사람들은 대기업이나 국가가 자기에게 어떤 자격을 부여해주는 주체이기 때문에 저항하지 못하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 즉 ‘김치녀’ 같은 애들이 자기 직장을 빼앗고 돈도 없는데 자꾸 데이트 비용을 쓰라고 한다고 여겨요. 그런 식으로 정작 저항해야 할 대상이 자기한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격을 부여해주는 주체이기에 저항하지 못하는 거죠.
나: 정말 화가 나는 건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보수 매체들이나 보수 단체들, 아니면 보수 정치권이 정치적으로 잘 이용한다는 거죠. 분명 대부분의 사람들한텐 세월호 유가족이나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굉장히 안타깝고 공감도 되고 이해하는 마음이 모두 있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나의 힘든 상황 때문에 특혜 논란 같은 것에 예민해지기도 하죠. 근데 계속 보수 매체나 정치권에서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선전을 하잖아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려서 힘든 사람들끼리 맞서게 하고, 그걸 동성애 반대 세력도 똑같이 활용해요. 아까 얘기했던 에이즈 세금폭탄이라든가 이런 것들도 그렇고.
저성장 속 약자끼리의 아귀다툼
박: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사회일수록 보수적으로 가기 쉬운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저성장 국면이란 건 결국 그 사회의 자원이 점점 줄어든다는 걸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사람들이 점점 사회적 자원을 모두 고르게 나눌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될 놈들한테만 밀어주고, ‘쩌리’들은 그냥 밀려나는 거죠. 젊은 층에서 오히려 이런 능력주의 순응이 강해요. 그게 저는 저성장 사회에서 보수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이 점점 그렇게 변해가고 있죠.
사회: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일들이 뭘까요.
박: 한국도 이제 유럽이나 미국에서 만들어진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증오범죄, 증오표현 문제 같은 거요.
나: 사실 한국 사회는 아주 오래전부터 구체적으로 형성돼온 보수집단들이 있잖아요. 동성애 반대를 내세우는 개신교 일부도 거기서 핵심적인 집단이기도 하거든요. 자신들의 가치, 전략, 방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 반대는 하나의 약한 고리, 명분일 뿐 보수 전반의 흐름 속에 서로 다 연결돼 있어요. 물론 구체적인 세력들은 좀 다를 수 있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흐름이 다 개별적으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거죠. 그런 차원에서 동성애 혐오의 움직임도 성소수자들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같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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