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4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8일째 되던 날,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있는 서울 역삼동의 한 건물에선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 건물엔 청해진해운과 관련 있는 문진미디어와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입주해 있다. 전날 국세청이 아이원아이홀딩스 사무실을 방문해 서류를 압수하고, 기자들이 건물 앞에 몰려들자 CCTV를 설치한 것이다. 공개적인 사과 대신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외부인의 접근부터 피하려는 모양새다. 건물 경비인은 “아이원아이홀딩스가 건물 내에 있는지 자신은 모른다”고 했다.
얼굴 없는 억만장자 사진작가 ‘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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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를 조사하는 검찰의 칼끝은 아이원아이홀딩스의 대주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향하고 있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유 전 회장의 아들인 유대균씨와 유혁기씨, 측근인 김혜경씨가 전체 지분의 45%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검찰은 지주회사 등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면서 청해진해운의 경영이 부실해지지 않았는지, 유 전 회장 일가가 회삿돈을 횡령하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청해진해운이 세월호에 화물을 과적하고, 안전 운항을 위해 충분한 수리를 하지 않은 이유가 지주회사의 경영 압박 등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지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 전 회장이 1987년 신도들이 집단 자살한 ‘오대양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유 전 회장과 관계된 종교시설과 농장이 전국 여러 곳에 있어 사실상 재산이 수천억원대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아이원아이홀딩스를 통해 1997년 부도가 난 세모그룹 계열사들을 차례로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검찰 쪽은 세월호 사고 뒤 사과한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도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얼굴 없는 억만장자 사진작가 아해’가 유 전 회장인 것도 드러났다.
유 전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손병기 변호사는 ‘아해’가 유 전 회장임을 제외하고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손 변호사는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계열사들은 유 전 회장이나 아들이 경영 관리를 하지 않고, 독립적인 경영을 한다. 투자에 대한 배당 정도를 받지, 따로 의심되는 거래를 한 적이 없다. 재산도 2400억원이 아니라 그것보다 적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지금은 실종자 구조가 먼저이고, 이후에 (유 전 회장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회장은 현재 경기도 안성의 종교시설인 ‘금수원’에 머물고 있다. 반면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라는 것은 이 동네에서 다 아는 얘기”라는 인천 해운업계 관계자의 증언도 있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20여 년 만에 뉴스의 수면 위로 떠오른 유병언 전 회장. 유 전 회장 일가의 경영이 이번 사고에 구조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면 검찰의 수사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언론도 의혹이 많은 유 전 회장의 행적을 파고 있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의 비극은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한 기업의 욕심을 제어하지 못했고, 사고 뒤엔 부실한 대처를 한 정부가 가장 큰 원인이다. 아이원아이홀딩스가 2014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청해진해운으로부터 받은 돈은 지난해 6천만원이었다. 청해진해운의 지난해 매출액은 320억원이었다. 비자금 조성 등 더 많은 돈이 드러날 수 있지만, 부실한 대처를 한 정부 시스템을 향한 분노를 가릴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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