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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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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YS 시동 걸고 노무현 정부가 깔았다

철도 효율화 정책의 어제와 오늘
수서발 자회사에 철도운송사업 면허 발급한 것은 2005년 코레일 출범 때 상하 분리 가능해지면서
등록 2014-02-22 13:33 수정 2020-05-03 04:27
지난해 12월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철도 파업 현황과 대책을 보고한 뒤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한겨레 김경호

지난해 12월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철도 파업 현황과 대책을 보고한 뒤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한겨레 김경호

철도 효율화의 시동은 김영삼 정부가 걸었다. 철도 운영이 독점 체제로 이루어져 비효율이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 욕구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면 철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법은 정부 행정기관이던 철도청을 공사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반대해 1995년 철도청에 기업회계 방식을 도입하는 선에서 타협됐다.

4·20 노·사·정 합의, 철도청 공사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 광풍이 몰아치던 2000년, ‘철도 민영화’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 차원에서 철도청을 포함한 공기업 민영화를 적극 추진했다. 철도청과 고속철도공단을 통폐합한 뒤 시설과 운영 부문을 분리하는 게 골자였다(철도산업구조개혁기본법). 철도 시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운영 사업은 민영화한 한국철도주식회사가 맡는 방식이다. 한국철도주식회사의 지분은 정부가 우선 전액 출자하지만 단계적으로 민간에 매각한다고 했다. 이 계획은 거센 반발에 부닥쳤고 노무현 정부는 ‘철도청의 공사화’로 궤도를 수정했다. 이른바 ‘4·20 노·사·정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2005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출범하면서 시설과 운영이 나뉘는 ‘상하 분리’가 이뤄졌다. 장점은 철도시설에 대한 국가의 투자 책임이 명확해지고 철도 운영자가 유지·보수 비용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일정한 사용료만 내면 국가가 소유한 철도시설을 운영할 수 있어 제3자의 진입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2004년 12월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철도공사는 철도 운영 부문을 전담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라고 돼 있다. 철도 운영을 철도공사가 독점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국토부는 “독점권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경쟁 체제”라고 강조한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정부는 수서발 고속철도(KTX) 자회사에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철도법 개정 없이 발급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로 가는 철길을 노무현 정부가 깔아준 셈이다.

“민영화 없다”로 맞섰던 박근혜 후보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가 철도 민영화 논쟁에 빠진 것은 아니다. 2011년 수서발 KTX에 대한 민간 사업자 선정 계획까지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급히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기업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민영화는 없다”고 반대편에 섰다. 2년이 지나 박 대통령은 ‘코레일 자회사’를 통해 철도 경쟁 체제를 구축하면서 이는 “민영화와 전혀 관계없다”고 말한다. 자회사의 지분은 코레일(41%)과 국민연금기금 등 공적자본(59%)이 나눠 소유하고 민간자본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근거다. 정부는 민영화라는 용어를 기반시설·지분 매각 등 공공기관의 소유·경영 구조에 변화가 있을 경우로 제한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철도노조는 공공기관이 수익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전환할 때, 이것을 민영화로 정의한다. 이 기준에서 따져보면 민간투자기금과 다를 바 없이 수익(목표율 7%)을 추구해 국민연금기금이 지분을 보유한 코레일 자회사는 ‘민영화 기업’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인천공항철도 지분도 민간에 매각할 방침이다.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지분만 넘기고 운영은 코레일이 맡으니 이 또한 민영화가 아니라고 정부는 주장한다. 어쨌든 ‘민영화가 아닌 철도 민영화 정책’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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