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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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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민’자를 없앤 사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서해성 작가의 쾌도난담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나
정부와는 많은 차이… 민주주의 거함 만들어 물타기의 바다를 헤쳐나가야”
등록 2013-07-02 05:22 수정 2020-05-02 19:27

‘음지’를 지켜야 할 국가정보원이 버젓이 ‘양지’로 나섰다. 법으로 금지된 정치 개입이란 치부를 가리기 위해, 아예 독자적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위기로 내몰린 것은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 자체다. 6월27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내려다보이는 서울 종로구 재동의 한 카페에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서해성 작가가 마주 앉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정권을 위한 국정원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장이 대통령과 독대하는 ‘대통령 주례 대면보고’도 취임 직후 폐지했다. 옹근 10년 전의 일이다. 그새 ‘정권정보원’으로 완벽하게 되살아난 정보기관의 수장이 ‘조직의 명예’를 지키겠다며 꺼내든 것은, 참담하게도 기밀이어야 할 노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대화록이다. 참여정부 시절 3년여 동안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과거사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교수는 대담에 앞서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상의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남 원장이 ‘조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공개했다’고 했거든. 그런데 국정원은 지켜야 할 ‘명예’가 없어요. ‘불평도,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는다’는 게 정보기관의 숙명이거든.”-한홍구

탁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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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성 작가(이하 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하는 거야? 백주에 누설하는 건 기밀 누설이 아니다? 한국엔 위키리크스가 필요 없게 됐어. 줄리언 어산지가 울고 갈 일이 일어났으니. (웃음)

한홍구 교수(이하 한) 핵심은 두 가지야. 하나는 선거에 개입했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그걸 덮으려고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는 것이지. 선거 개입이야 ‘제 버릇 개 못 주는구나’ 싶었지만, 대화록 공개는 정말 황당해. 하긴 정치 개입이 국정원의 버릇은 아니지. 권력자의버릇이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깔끔했어. 취임 직후에 국정원이란 권력을 내려놨으니까. 나 같으면 임기 말까지 기다렸을 텐데. 안타깝게도 정파의 고수가 사파에게 살해당하는 무협지같은 일이 벌어졌지.

남재준 국정원장이 대화록을 공개한 뒤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표정을 보니, 이건 정치 개입 수준이 아니더라고. 아예 내놓고 정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국정원 직원이라도 된 거 같고. 남 원장이 ‘조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했거든. 그런데 국정원은 지켜야 할 ‘명예’가 없어요. ‘불평도, 설명도,변명도 하지 않는다’는 게 정보기관의 숙명이거든. 국정원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국정원이 손댄 모든 곳이 음지가 됐어. 선거도 그렇고, 민주주의도 그렇고. 박정희 정권시절에도 중앙정보부(중정)가 이렇게까지 정치 전면에 나선 일은 없거든요.

박정희 정권 시절 중정은 정부 위의 정부였지. 지금 국정원이 딱 그 모양이야. 남 원장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청와대와 상의 안 했다고 하잖아. 이건 뭐, 자기들이 대통령을 뽑아줬으니 설명할 필요성조차 못 느꼈다는 얘긴가? 남산 시절(중정)만 해도 대통령 밑에서 움직였는데, 세곡동(국정원)은 대체 이게 뭐야?

(대화록 공개 문제를 사전에) 청와대랑 상의했다고 해도 엄청난 문제지만, 하지 않았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문젠 거지. 둘 다 박근혜대통령이 최종 책임을 져야 하지만, 청와대와 상의하지 않았다면 남원장이 대통령인 셈이거든. 청와대가 (세곡동의) 대모산 밑에 있는지, 북악산 밑에 있는지 헛갈리는 상황이 됐어. 박근혜 대통령으로선 이 문제를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통치 자체가 어려워질 거야.

이번 사태는 그야말로 ‘양치기 소년’의 최후야. 늑대가 온다고 소리를 질러댔는데, 알고 보니 자기가 늑대였던 거지. 양치기 소년의 이름이 매카氏라지, 아마.

정보국氏가 아니고? 양을 치기는 쳤대? (웃음)

피 묻은 옷은 불태워버렸어야지

앞으로 통일운동하기 힘들어졌어. 박근혜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피로 지켰다고 했는데, 엄청난 피를 흘려가며 지켰던 휴전선을 없애는 게 통일이거든.

과거사위 활동하면서 내가 느낀 게 있어. 적당히 때가 탄 옷은 빨아 입으면 돼. 그런데 동생 아벨의 피가 묻은 형 카인의 옷은 불태워버려야 하는 거야. 그걸 세탁해 입으려 했으니 문제였던 거지. 재발 방지 대책은 딱 하나야. 감옥 보낼 사람은 보내고, 댓글 단 놈들도 최소한 파면은 시켜야 돼. 그래야 그런 명령을 내려도 공무원들이 대들 근거가 생기거든.

한홍구는 그런 말 할 자격 없다. (웃음)

비통해할 일인데, 그렇게 통쾌해하면 안 되지. 국정원 개혁에 필요한 건 대통령의 태도 변화, 제도적 개혁, 인사 개혁, 과거사 청산, 이렇게 4가지야. 과거사 청산은 솔직히 50~60점 수준이었어.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 국정원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태도 변화는 95~100점을 줄 수 있어. 정말 도덕적이었지. 그런데 그게, 정치적으로 바보짓이었어. 제도 개혁도 못했고, 인사 개혁도 못했거든. 그러고 보니 똑같은 놈들이 똑같은 제도 안에서 반성문 쓰는 시늉만 했던 거지. 물러나고 나니까 순식간에 말짱 도루묵이 된 거고.

국정원 보면서 생각나는 게 ‘독수독과’(毒樹毒果)야. 나무를 바꾸지 않으면 국가 이익이나 상식과 무관한 짓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어. 공화정은 절차의 투명성이 있어야 유지돼요. 그런데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했어.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개입 자체가 엄청난 문제인 거지. 절차에 치명적 하자가 생겼거든. 더 놀라운 건 김무성 의원이 이미 선거 전에 대화록을 봤다는 거 아냐? 토씨 하나 안 틀리게 대화록 내용을 읽는 동영상을 봤는데, 정말 기가 막혀요. 국가기밀인 정상회담 대화록을 어떻게 일개 국회의원이 볼 수 있는 건지.

저쪽 캠프 대장이었으니까, 일개 국회의원은 아닌 거고. 국정원 태도를 보면, 국정원법에 차기 대통령을 위해서도 일한다고 돼 있는 것 같아.

솔직히 이번 사태를 보면서 새누리당 걱정이 많이 돼요. 이 사람들이 뻑하면 분단장사를 해먹었잖아.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까지 끌어들여서 종북으로 몰았는데 안 먹히고 있으니, 이젠 더 이상 써먹을 만한 카드가 없어요.

새누리당 쪽에선 생각이 다를걸? 

대통령 자신도 수사받을 준비 해야

그 세력이 당황한 게 보여요. 대화록 카드를 꺼낸 게 6·25거든. 그런데도 안 먹혀요. ‘물타기’란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원래 대폿집에서 ‘영자야, 김 사장 취했다. 막걸리에 물 타라’에서 나온 말이거든. 그 물타기는 나쁜 게 아니었어. 취한 손님 술 좀 덜 자시게 하려는 일종의 배려였지. 막걸리도 아끼고! 국정원은 이번에 국민을 상대로 물타기를 했어요. 그것도 전직 대통령까지 동원해 서해바다에 물을 엄청나게 들이부은 거지. 근데 국민은 술에 취하지 않았어. 그 바다에서 지금 배를 띄우고 노를 젓고 있으니까. 이건 대한민국에서 ‘민’자를 없앤 사건이야. 헌법에 대한 침탈, 민주주의에 대한 침탈이지. 주권자를 그런 상태로 봤다면 헌법이 위기에 와 있는 거지. 이미 우리는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게 됐어.

“박정희 정권 시절 중정은 정부 위의 정부였지. 지금 국정원이 딱 그 모양이야. 남 원장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청와대와 상의 안 했다고 하잖아. 이건 뭐, 자기들이 대통령을 뽑아줬으니 설명할 필요성조차 못느꼈다는 얘긴가?”-서해성
탁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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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육군참모총장(남 원장)을 수괴로 한 내란인 거지. 이 문제 는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을 파면하고 수사를 지시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어. 대통령 자신도 수사받을 준비를 하고.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정문헌 의원 등 대화록 내용 유출자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야 하고. 안 그러면 탄핵감이야.

대화록 공개에 대해 북한이 ‘최고 존엄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면서? 그 말이 맞긴 맞아요. 최고 존엄, 곧 국민에 대한 모욕인 거지. 되도록 모든 대통령은 성공해야 돼. 그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문제니까.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취임 초기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참 국민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2008년 촛불집회 때는 ‘이건 말이 안 된다’는 수준이었어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만 바로잡으면 됐거든.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 미안하지만 다시 하자’고 했으면 그만이었지. 그렇게 하지 않아 문제가 커졌던 거고. 근데 이번엔 그렇게 잡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야. 공화제와 민주주의 자체가 위기에 빠졌어.

이명박 정부가 민간인 사찰하고 이런 게 촛불 때문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원래 습성이지, 손쉬운 통치 방식을 선호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기가 얼마나 복잡하고 불편해. 그런 점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저분들이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원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정말 짧게 걸렸거든.

민주주의가 유지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문민통제야. 우린 그걸 군에 대한 민간정부의 통제로만 생각했어요. 군대가 무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오랜 기간 군부독재와 싸웠으니까. 근데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보기관과 검찰 등 사정기관도 통제가 가능해야 돼요.

문민통제는 군부독재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비선출 권력에 대한 국민의 통제지.

통일 되면 ‘종북세력’ 못 쓰는 사람들

그렇지. 따지고 보면, 솔직히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요. 20세기 100년을 놓고 보면, 처음 10년은 망해가는 왕정시대였어. 그 뒤 36년은 일제강점기였고, 해방 뒤 5년가량 푸닥거리를 하다가 전쟁이 터졌어요. 이후 죽 독재가 이어졌지. 그러니까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한 것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인) 20세기 말단 3년이 전부란 얘기야. 1987년 6월항쟁 직후에 민주화가 됐으면, 과거사는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사였을 거야. 그럼 청산이 제대로 됐겠지. 그러지 못했잖아. 민주정부 10년 하면, 오랜 독재가 남긴 독기가 빠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야. 10년 만에 권력에 복귀한 세력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언론과 권력을 장악해야 한다고 판단했지. 그 결과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국정원은 거의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 식으로 급격히 과거로 돌아간 거지. 그 5년의 집대성이 대선을 전후로 국정원이 정치 전면에 나선 것이고.

위기를 자백한 셈이지. 아니, 자백은 할 수 없으니까 ‘자뻑’을 한건가? 대화록 공개로 정치 전면에 나선 것은 그만큼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야.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잡을 수 없었으니, 정상적인 방법으로 국가를 운영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한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나 정부와는 차이가 많은 거야. 정상적인 정부라면 남북관계와 통일을 생각하면 대화록 공개는 못할 테고, 정상적인 국가라면 정보기관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야.

사실 악이란 게 거슬러 들어가보면, 다 뿌리가 같아요. 저쪽이 저렇게까지 막가파식으로 나오는 거 보면서, 예전 ‘한겨레 그림판’ 생각이 나더라고. 임수경 민주당 의원이 대학생 때인 1989년 방북하고 돌아와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수사받는 장면을 묘사한 박재동 화백의 만평인데, 내용이 기가 막혀요. 안기부 요원이 ‘너 이러다가 진짜 통일되면, 책임질 거야?’ 이러는 거야. (웃음) 통일을 그렇게 두려워해요. 박정희 정권 때는 북한에 대한 실질적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 국민 가운데 누가 북한을 두려워하겠어. 통일되면 종북세력이란 말을 쓸 수 없게 되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운 거지.

그래서 더 당황하고 있을 거야. 대화록 까면 여론이 유리하게 돌아갈 줄 알았는데, 아니거든. 왜냐? 아무도 북한이 우리를 집어삼킬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

진짜 ‘종북세력’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 대해선 ‘찌질하다’ 이렇게 생각하지. (웃음) 그런 게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한심해.

엊그제 신문을 보니까, 한국의 경제 규모가 북한의 30배래요. 1명이 30명과 맞먹는다는 거지. 이런 애는 학교에서 엎어져 잠만 자도, 같은 반은 물론 옆반 아이들까지 공포스러운 거거든. 그 세력이 써서는 안 되는 카드를 꺼내 쓴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야. 앞으로 진짜 걱정은 남북관계가 아니라, 내치야 내치. 내치가 어려워지면 국민만 고생이지. 한숨 나와요, 한숨.

‘대모산이 북악산을 넘은 건가?’ 여야가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에 합의한 6월26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국가정보원 청사가 교량 구조물 사이로 보인다.한겨레 이정아

‘대모산이 북악산을 넘은 건가?’ 여야가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에 합의한 6월26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국가정보원 청사가 교량 구조물 사이로 보인다.한겨레 이정아

불량식품과 비교도 안 되는 불량민주주의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정말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가 터져 골치는 아팠겠지만, 막가파도 이런 막가파가 없어요. 민주당도 그걸로 선거 무효화를 주장할 생각도 없었고, 그저 ‘다시는 이러면 안 된다’고 관련자 처벌하고 문제 있는 부분 잘라내면 됐을 것인데 말이야. 엄정하게 처리했으면 되레 ‘박근혜 정부는다르다’는 평가도 받을수 있었고. 도대체 합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대응이야. 말하자면, ‘세포자살’과 같은 거지.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한 모욕의 끝판왕이라니까. 이완용이 쓴 글을 보면, 친일을 할 때도 다 명분을 쌓고 불가피성을 말해요. 근데 국정원은 그것도 없어. 다들 국가를 팔았는데, 남재준 원장은 뭐랬어? 조직 이기주의뿐이지 국가에 대한 언급조차 없어요. 사실 이번 사태는 진보·보수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거든.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국가기밀을 만천하에 공개했거든. 정상적이라면, 되레 보수가 들고일어날 일이야.

그렇지. 진정한 보수라면 펄펄 뛸 일이지. 국정원의 국기 문란과 국격 훼손, 내란 행위라고 날 세워 비판해야지.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느냐’고 비판해야 정상이지. 자유민주주의의 근본 질서를 뒤흔든 행위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가정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그리고 불량식품을 4대악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하게 처벌한다고 했거든. 불량식품과 는 비교도 안 되는 불량민주주의가 횡행하고 있어요. 임기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이제라도 민주주의를 배우셔야 해요. 민주주의에 대한 예의도 갖추고. 그게 없으면 남은 임기 동안 통치는 불가능해요.

사실 민주화의 최대 수혜자가 새누리당이거든. 민주화가 없었다면, 지금도 육사 출신이 번갈아 대통령을 하고 있을 테니까.

아니지. 전두환이 지금껏 해먹고 있겠지. (웃음) 오늘의 결론, 앞으로 남은 긴긴 세월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부터 시작이지. 이게,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몰라요. 2008년 촛불도 예상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 거고. 다만 저쪽에는 정부·언론·재벌·국정원·검찰·군 같은 한국 사회의 거대한 권력집단이 똘똘 뭉쳐 있어요. 깨어서 뭉치는 시민밖에 대안이 없는 거지.

정말 단순하게, 제2의 민주화운동을 해야 할 판이야. 제2의 문민화를 위해, 민주주의의 거함을 만들어서, 물타기의 바다를 헤쳐나가야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박정희 신화’

그나마 희망적인 건 박정희 정권에 대한 향수를 이번엔 떨쳐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예요. 더 이상 ‘박정희 신화’는 안통하게 됐거든.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대통령을 뽑아놨더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는 걸 국민도 알게 됐으니까. 국민은 발전을 거듭했는데, ‘그분들’만 제자리에 멈춰서 있었던 거지. 박정희 정권이 만들어놓은 국정원도 이번에 함께 장례를 치러주고 말이야.

대담 전문은 인터넷한겨레(www.hani.co.kr)와 인터넷 한겨레21(h21.hani.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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