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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한다 나를 위해서

등록 2013-01-19 15:42 수정 2020-05-03 04:27

앳된 모습의 이병헌과 김원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갖가지 폼을 잡고 있다. 지글거리는 흑백 화면 속에는 ‘엑스’(X)자가 느닷없이 등장하고, 이런 카피가 뜬다. ‘나, 트윈엑스 세대.’ 1993년에 출시된 남성 화장품 브랜드 ‘트윈엑스’ 광고다. 당시 ‘규정할 수 없다’는 뜻에서 X세대로 불리던 10~20대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이제 40대에 접어든 X세대는 ‘잊혀진(Forgotten) 세대’란 의미의 F세대로 호명돼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마 속 외모 되고 능력 되고 패션 감각까지 갖춘 싱글 오빠들은 전직 X세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두루 경험한 그들은, 여전히 척박한 현실에 불안하게 발붙이고 있을지언정 여전히 꽃다운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돌아왔다.
<font color="#006699">‘규정할 수 없는’에서 ‘잊혀진’으로</font>
40대 초입의 언니·오빠들은 경제력은 있지만 교육이나 부양 비용 부담 때문에 돈을 잘 쓰지 않던 예전의 40대 아줌마·아저씨들과는 차이가 있다. 1980~90년대 대중문화를 즐기며 성장했고, 이전 세대에 비해 여가나 취미 활동을 능동적으로 즐기려는 의지가 높다. 인터넷·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도 친숙하다. 1973년생인 이미현 민음사 홍보부장은 “어떤 조직에 있더라도 40살은 중간 관리자로 들어서는 나이이자 자신을 되돌아보는 제2의 자기계발 시기”라며 “치열하게 산 부분에 대한 보상 심리도 있어서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40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배경에는, 이들이 무시할 수 없는 구매력을 지닌 소비층으로 부상했다는 점도 있다. 특히 현재 40살 전후 연령층은 2차 베이비부머(1968~74년생) 세대다. 이들은 총 596만 명의 거대한 집단으로 전체 인구 가운데 12.4%에 이른다.
대중문화 전반에 불어닥친 복고 열풍이나 아웃도어 시장 확대도 40대의 소비 영역 확대 흐름과 연관이 있다. 공연기획사 신시컴퍼니의 최승희 홍보팀장은 “2004년 초연한 이후 40대 이상 중·장년층 관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고 말했다. 2011년엔 작곡가 고 이영훈씨의 음악을 토대로 한 뮤지컬 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피노키오의 등을 작곡한 오태호씨의 음악이 흐르는 뮤지컬 가 무대에 올랐다. 젊고 패셔너블하게 보이려는 40대는 패션업계에서도 주목하는 소비층이다. LG패션 홍보팀 김형범 대리는 “미혼인 40대가 많아져 소비력이 높아졌고, 결혼을 했어도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를 꾸미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40~50대를 중년이라고 묶었는데, 요즘은 40대를 중년으로 분류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font color="#006699">“노인 관련 산업 규모 커질 것”</font>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해 7월 펴낸 ‘2차 베이비붐 세대 은퇴 대응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경제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며 경제적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될 전망”이라며 “이들을 타깃으로 한 은퇴 후 필요자금 규모에 대한 컨설팅, 노후 고정수입 보장 전용 상품이나 지속적인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질 높은 부가서비스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정근 수석연구원은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부모 부양보다는 자녀 부양에 집중하고 있고, 1차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세대보다 안정적”이라며 “이들의 소득수준은 이전 세대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돼 노인 관련 산업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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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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