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돌이’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돌고래일 듯하다.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 가면 ‘제돌이’ 이름을 내건 건물도 있다. 그동안 ‘돌고래쇼장’으로 쓰이던 곳이다. 페이스북 계정(facebook.com/jedol13)이 있는 유일한 돌고래이기도 하다. 서울대공원은 2012년 10대 동물뉴스 가운데 ‘돌고래 제돌이의 귀향’을 1위로 꼽았다.
JBD 09, D-31, 제돌이…
지난 2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는 모습. 제돌이 사건이 사회적인 조명을 받자 서울대공원은 지난 5월 “인위적 돌고래쇼를 중단하고, 자연적·교육적 요소를 강조한 무료 생태설명회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 강재훈 기자
제돌이의 유명세에는 이유가 있다. 제돌이의 ‘기구한 삶’이 알려지며 국내 동물 복지에 대한 논쟁이 일었기 때문이다. 제돌이는 원래 이름이 없었다. 그저 야생에서 자유롭게 지내던 수컷 남방큰돌고래였다. 사람이 처음 붙여준 이름은 ‘JBD 09’였다. 2007년 제주 고래연구소 연구원이 바다에서 발견한 뒤 붙인 식별번호다. 9번째 발견된 제주(Jeju) 남방큰돌고래(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라는 뜻이다. 현재 국내에 약 114마리뿐인 남방큰돌고래는 ‘멸종위기종국제거래협약’(CITES)으로 보호받고 있다.
2009년 JBD 09는 제주 앞바다 정치망에 걸린 뒤 운명이 뒤바뀌게 된다. JBD 09는 함께 잡힌 암컷 돌고래와 함께 1500만원에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안에 있는 동물 공연업체 ‘퍼시픽랜드’로 팔려갔다. 그곳에서 수감번호 같은 ‘D-31’로 불리며 돌고래쇼 무대에 섰다. 몇 달 뒤 D-31은 바다사자 2마리와 맞바뀌어 서울대공원으로 갔다. 서울대공원에서 ‘제돌이’라는 이름으로 돌고래쇼를 했다.
제돌이의 사연이 알려진 건 제주해양경찰청이 돌고래를 불법 거래한 어민들을 수사하면서부터다. 검찰은 불법 포획한 돌고래를 사들여 돌고래쇼를 한 퍼시픽랜드 대표 허아무개(53)씨와 이사 고아무개(50)씨를 수산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을 맡은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김경선 판사는 4월4일 “허씨 등이 수산업법 등을 위반해 갖고 있는 돌고래 5마리를 몰수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공연 등 관광사업에 이용해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불법적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 것”이라며 서울대공원에 있는 제돌이와 퍼시픽랜드에 남은 돌고래 5마리의 몰수형을 선고했다. 허씨와 고씨는 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대공원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제돌이를 야생 방사하겠다고 밝혔다. 퍼시픽랜드에서는 항소를 해서 몰수형 집행을 미뤘고 공연을 계속했다. 퍼시픽랜드가 사들인 불법 포획 남방큰돌고래는 모두 11마리다. 이 가운데 5마리는 재판 전에 폐사했고, 재판 중 몰수형 대상 돌고래였던 ‘해순이’가 폐사했다. 동물자유연대 등은 12월12일 남은 돌고래인 복순·춘삼·태산·D-38의 공연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주지방법원에 냈다.
12월13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부(재판장 김병룡 부장판사)는 1심과 같이 죽은 돌고래를 포함한 돌고래 5마리를 몰수하라고 판결했다. 제돌이의 돌고래친구들은 언제쯤 고향을 향해 헤엄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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