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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딸 vs 노무현의 친구

박근혜 하면 박정희(42.4%), 문재인 하면 노무현(49.2%) 연상하는 사람 압도적… 특정 인물 연관성 넘어 독자적 이미지 구축이 과제
등록 2011-09-07 07:26 수정 2020-05-02 19:26

박정희 대 노무현.
만약 이들이 실제 대선에서 맞붙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선거라는 건 원래 뚜껑을 열어봐야만 결과를 알 수 있기에 어느 쪽도 쉽사리 장담하기 어렵지만, 그와 유사한 경쟁이 치러질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바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얘기다.

한나라당 지지율 4.1%p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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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들을 ‘아버지’와 ‘친구’의 대리인이라고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유권자가 그들을 통해 떠올리는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맡겨 8월28일 실시한 부산·울산·경남 지역 정치 현안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이미지는 ‘박정희’가 42.4%, 문 이사장의 이미지는 ‘노무현’이 49.2%로 압도적인 1위였다. 이는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들의 후광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물론 이 두 사람 사이엔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연상되는 다른 이미지는 ‘신뢰’ 15.5%, ‘여성’ 12.5%, ‘한나라당’ 10.2% 순이다. 그가 최근 강조하는 ‘복지’는 7.5%고, 그다음은 6.0%인 ‘보수’다. 모름·무응답은 1.6%에 그쳤다. 반면 문 이사장의 이미지는 ‘노무현’ 다음으로 ‘민주당’이 7.9%, ‘민주화운동’이 5.6%, ‘의리’가 5.3%. ‘정치개혁’ 4.3%, ‘국민통합’이 4.1%였다. 모름·무응답은 19.4%였다. 이는 두 사람 모두 응답자에게 항목을 제시한 뒤 선택하도록 한 결과다.

문 이사장은 박 전 대표에 비해 인지도가 훨씬 낮고, 대중 정치인으로 나서 유권자와 직접 소통한 적이 없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거나, 대중이 그를 어떤 이미지로 수용할지 판단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모름·무응답이 20% 가까이 나오고, ‘노무현’ 말고 다른 이미지가 약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에 비해 박 전 대표는 10년 넘게 정치를 하고 대권 경쟁에까지 나서 나름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물론 그것도 아직은 ‘박정희’를 넘어서지 못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두 사람 모두 대선주자로 나서려면 특정 인물이 연상되는 이미지를 완화하는 게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이 47.7%로 가장 높았고, 민주당이 15.7%, 민주노동당이 5.7%로 뒤를 이었다. 한나라당이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미묘한 변화는 감지된다. ‘2008년 총선 때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했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이라고 답한 사람은 51.8%, 민주당이라고 답한 사람은 15.3%, 민주노동당이라고 답한 사람은 5.1%였다. 매우 적은 차이지만, 한나라당 지지도는 4.1%포인트 줄어든 반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지지도는 각각 0.4%포인트와 0.6%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MB 정부에 실망해 스스로 ‘진보’로 규정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는 정치적 이념 성향 자기평가다. 스스로를 ‘진보에 더 가깝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을 넘은 50.8%, ‘보수에 더 가깝다’고 답한 사람은 42.2%였다. 여전히 한나라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아이러니한 결과다. 윤희웅 실장은 “임기 말로 갈수록 집권 세력의 정치적 성향에 근거해 자신의 이념 성향을 자리매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나 거부감이 강해지며 스스로를 보수라고 얘기하기 꺼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만 19살 이상 1천 명을 상대로 했으며, 신뢰구간 95%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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